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입양모 장모씨가 탄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입양모 장모씨가 탄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세 번째 재판이 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은 심리생리검사 결과 "정인이를 발로 밟은 적이 없다"는 양모 주장은 '거짓'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양부 안모(37) 씨와 양모 장모(35) 씨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양부모의 이웃 주민과 정인이를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의 지인, 장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대검찰청 심리분석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심리분석관은 "정인이를 발로 밟았는지 여부, 바닥에 던진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장씨에게 물었다"며 "심리생리검사에서 양모는 두 질문에 모두 '아니요'라고 답했으나 분석관 4명 모두 답변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심리분석관은 "부검 감정서에도 나와 있듯이 췌장이 찢어지고 복부에 상당히 강한 외력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손으로 때려서는 나올 수 없는 외상이라는 의사 의견을 참고해서 발로 밟았는지 여부 등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다"고 부연했다.

심리분석관은 "정인이가 놀이터에서 다쳤다는 등의 양모 측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양모 장씨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인지능력은 평균적 수준이었다. 상황판단 능력이 높았다. 성격적 특성에선 욕구 충족이 우선시 되는 유형이었다.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규칙이나 규범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고,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통찰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심리분석관은 "진단 점수가 25점이 나오면 사이코패스로 판단하는데 22점이 나왔다"며 "정인이를 저항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을 해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여과없이 그대로 표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양모 측 변호인은 심리검사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심리분석 결과가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고 질문했다. 심리분석관은 "따로 통계를 내본 적이 없지만 절반이 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변호인은 또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면 오차가 클 수도 있다" "일부 거짓에 대해서도 반응할 수 있다" "양모 장씨 진단 점수가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에 미달했다" 등의 이의를 연달아 제기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이를 추모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뉴스1
심리분석관은 "(심리불안 오차 가능성에 대해) 샘플이 많지 않아 유의미한 통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일부 거짓에 대해서도 거짓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했다.

분석관은 "질문 취지를 미리 다 설명하고 명확하게 한 다음 검사한다. 1~2번 연습도 하고 검사를 실시한다"며 "양모 장씨가 (사이코패스 기준점 이하인) 22점이 나왔지만 여성의 경우는 남성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높지 않아 컷오프 점수를 낮춰야 한다는 학계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아랫집 주민은 "정인이 사망 당일 위층에서 덤벨이 떨어진 듯한 큰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아랫집 주민 A씨는 "평소 같으면 그런 소리(층간 소음)가 들려도 참았는데 그날(정인이 사망 당일)은 너무 소음이 심했다"라며 "진동 소리가 한두 번 나서는 안 올라가고 참는데 네다섯 번 정도는 났던 것 같다. 층간소음으로 (정인이 양모 집에) 올라간 것은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하고는 완전히 다른 소리였다"며 "올라가서 장씨를 만났는데 문을 살짝만 열고 눈물을 흘리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지금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나중에 사정을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얼굴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부부싸움 중이면 신고를 해주겠다고 하니 아니라고 하더라. 장씨에게 우울증이 있는 듯해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전에도 양모 장씨 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자주 났다"며 "여자분이 소리를 지르면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나는데 상대방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성인 남자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위층에 항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낮에는 혼자 있으면 많이 참는 편이었다. 혹시라도 부부싸움이라면 가서 제가 벨 눌러봐야 소용없으니까 참았다"고 답했다.

A씨가 증언하는 내내 양모 장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증인인 입양가족모임 참석자 B씨는 "총 15번 정도 정인이 양모와 만났는데 5회 정도는 정인이와 함께 오지 않았다"며 "정인이가 어린이집에 있다고 해서 당시에는 아동학대를 의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B씨는 "처음에는 정인이 몸 상처를 발견했지만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부딪혀서 다친 줄 알았다"며 "갈수록 정인이 얼굴표정도 너무 안 좋고 살도 빠져 걱정이 됐다. (양모는)정인이가 잘 안 먹어서 살이 빠진다고 했는데 제가 있을 땐 잘 먹어서 의아했다"고 했다.

B씨는 "장씨가 해오던 얘기와 달리 당시 정인이는 밥을 곧잘 먹었다"며 "다만 아이에게 거의 맨밥만 먹여서 다른 반찬도 먹여보라고 권했지만, 장씨는 '간이 돼 있는 음식이라 안 된다'며 밥과 상추만 먹였다"고 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한 시민이 정인이 사진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씨는 입양 초 건강하던 정인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척해져 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작년) 3월 정인이를 처음 봤을 때는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얼굴도 하얗고 살도 포동포동하게 올라 생기가 있어 보였다"면서 "(작년) 8월 말 즈음 다시 봤을 때는 얼굴이 까맣게 변해있고, 살도 많이 빠져있었다. 허벅지에 얼룩덜룩한 멍과 같은 자국도 보였고 이마에도 상처의 흔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B씨는 지난해 여름에는 양모가 정인양을 수시간 동안 차에 방치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B씨는 "당시 양모 장씨가 '(정인이가) 중간에 차에서 잠이 들어 혼자 두고 왔다'고 했으며, 그로부터 1시간쯤 지나서도 '차에 둔 휴대폰으로 (정인이를) 확인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정인이가 (학대가 아니라) 놀이터에서 다친 적도 있다는 양모 측 주장에 대해 "놀이터에서 그런 큰 부상이 생길 만한 사건은 없었다"고 했다.

정인이 양부모 측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고의는 없었다며 검찰이 적용한 살인죄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차 공판에서 장씨에게 적용했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변경했다.

이날 양부모 변호인 측은 양모가 정인이 좌측 쇄골 등을 골절 시킨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일부 공소사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당초 학대를 부인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엔 고의였는지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인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모 측은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와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주의적 공소사실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양모 측은 "적어도 피해자 복부를 밟은 적은 없다. 미필적 고의로도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던 적은 없다"면서 "피해자 배를 한 대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한 외력은 없었다. 여전히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양부 안씨도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양부 측은 "정서적 학대를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친밀하게 지내려다 다소 과한 점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대였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웠다"며 "피고인 장씨(부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부 측은 "(어린이집 관계자가) 정인이가 아픈 상황에서도 아빠가 이리 오라고 하니까 걸었다고 증언했다"며 "피해자와 양부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아빠와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걸으라고 해서 걸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부 측은 "(관계자가) '아빠라서 좋아해서 걷는구나'라고 말했다"고 재반박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구속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 구속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도 법원 앞에는 정인이 양부모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법정 앞 시위대는 경찰에 협조하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양모 장씨를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호송차가 나타나자 일부 시민은 "장OO 사형"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호송차에 달려들려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시민은 눈물을 흘리며 "양부모에게 사형이 선고될 때까지 계속 오겠다"고 말했다.

양부모 측은 이날 공판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모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이를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정인양의 등에 강한 충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양모는 또 작년 3∼10월 15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집이나 자동차 안에 홀로 방치하거나 유모차가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도록 힘껏 밀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양부 안씨는 부인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