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패전 후 동서로 나뉜 베를린은 4개 나라가 분할 통치하고 있었다. 피셔는 패배의 절망, 새 출발의 희망, 이념의 분할 등 복잡한 상황이 얽혀 있던 당시 사회상을 담은 ‘베를린 상황’이란 연작을 완성했으나 동독 당국의 압력으로 전시를 할 수 없었다. 이후 피셔는 동독에서 패션 잡지 사진기자로 일하며 무대가 아니라 거리를 배경으로 모델들을 세워 찍은 패션사진으로 명성을 얻었다. 또한 그는 국내외 도시를 다니며 특유의 감각적 앵글의 풍경사진을 촬영했다. 통일 후 피셔의 작품들은 본격적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고 ‘베를린 상황’은 계획보다 40년 늦은 2001년 책으로 출간됐다.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6월 2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