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경북 의성군 단일면 ‘쓰레기산’ 현장. 의성군 제공
2020년 9월 경북 의성군 단일면 ‘쓰레기산’ 현장. 의성군 제공
경북 의성군 한 마을에 축구경기장(7500㎡) 2배 넘는 면적, 3층 건물 높이(15m)까지 쌓였던 ‘쓰레기산’이 발생한 지 5년 만인 지난달 완전히 사라졌다. 외신에도 보도될 정도로 대규모(20만8000t) 폐기물이었지만 국내 불법 폐기물 처리 사례로는 처음으로 재활용에 성공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70.6%가 시멘트 보조연료, 순환 토사 등으로 재활용됐기 때문이다. 또 폐기물 처리 기간도 기존 방식(7년)에 비해 1년 6개월로 대폭 단축됐고, 비용도 기존 520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282억원)으로 낮췄다. 의성군 쓰레기산 처리 용역을 단독으로 수행한 재활용 선별 처리기업 씨아이에코텍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조일호 씨아이에코텍 사장이 여의도 사무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타격식 선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안대규 기자
조일호 씨아이에코텍 사장이 여의도 사무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타격식 선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안대규 기자
2019년 환경부와 경북 의성군은 한 폐기물 재활용업자가 2016년부터 무단 방치하면서 만들어진 '쓰레기산'을 해결하기위해 전국 13개 소각업체들을 소집했다. 하지만 이들은 처리물량의 한계로 저마다 난색을 표했고, 인근 공공매립장까지 포화상태에 이르자 재활용 선별 처리 기술을 보유한 씨아이에코텍에 SOS를 쳤다. 씨아이에코텍은 그해 5월 방치폐기물 선별 및 처리업체로 단독 선정되면서 쓰레기산 바로 옆에 가설 공장을 설치해 재생 가능한 폐비닐을 선별해 시멘트사로 보냈고, 더러워진 흙(폐토사)은 깨끗하게 재생시켰다. 폐비닐은 열량이 높아 쌍용양회 등이 시멘트 제조시 유연탄을 대체하는 보조 연료로 쓰였다. 폐토사는 씨아이에코텍의 복합선별기를 통해 고철, 이물질이 제거된 고운 흙만 남아 재활용됐다. 전체 20만8000t 폐기물 가운데 시멘트 보조 연료로 9만 5000t, 순환 토사로 5만 2000t이 각각 재활용돼. 전체 재활용률은 70.6%에 달했다. 조일호 씨아이에코텍 사장은 "그동안 대부분 소각·매립된 불법 폐기물이 이렇게까지 재활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 망신 '의성 쓰레기산', 전직 유도 국가 대표가 해결했다
이 회사가 '쓰레기산'처리 과정에서 선보인 핵심 기술은 폐비닐의 이물질을 제거하기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연속 타격식 선별기'에 있었다. 조일호 사장은 벼 보리 등 이삭에서 낟알을 떨어내는 탈곡기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장치를 개발했다. 보통 폐기물은 수집, 운반, 파쇄, 선별 등의 단계를 거쳐 재활용되거나 소각·매립된다. 의성쓰레기의 40%가량은 폐비닐인데, 폐비닐은 대부분 각종 이물질이 묻어 재생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의성 폐기물의 경우 파쇄 단계를 거친 폐비닐 조각 등이 소각·매립되기 전에 고속으로 회전하는 130여개의 타격날이 설치된 4개의 롤러장치(연속 타격식 선별기)를 통과하는 단계를 추가로 거치게 됐다. 연속 타격식 선별기에서 분당 800번의 강한 충격을 받은 폐비닐은 표면에 묻은 수분 유리 금속 등 이물질이 모두 아래로 떨어졌고, 전량 시멘트 보조연료로 재활용됐다. 씨아이에코텍은 이 설비와 관련해 8건의 국내외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 조일호 사장은 "그동안 국내에선 재활용 선별 기계를 대부분 독일에서 수입해 썼는데, 수입산은 비닐에 국물류 등 이물질이 많이 묻은 우리나라 쓰레기 형편에 맞지 않게 설계됐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낮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씨아이에코텍의 특허기술은 그동안 재활용이 불가능해 매립·소각만 했던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계 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종량제 봉투 쓰레기는 전량 소각·매립됐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50%가까이 재활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와 일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양해각서(MOU)를 맺고, 조만간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폐비닐 재활용을 위한 연속타격식 선별기 내부 모형도
폐비닐 재활용을 위한 연속타격식 선별기 내부 모형도
조일호 사장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범태평양국제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유도선수 출신의 이색 경력 소유자다. 쌍용양회 유도단에서 활동하다 본사로 입사해 19년간 시멘트의 연료로 쓰이는 폐기물 재활용 기술을 익혀왔다. 2014년 씨아이에코텍을 설립하면서 포천에 공장을 세워, 수도권 폐기물 재활용 선별 처리 및 한국형 재활용설비 개발에 앞장섰다. 코로나 사태에도 작년 매출은 전년(80억원) 대비 2.5배 증가한 200억원을 기록했다. 조일호 사장은 “2025년 수도권매립지가 종료를 앞두고 있고, 사회적갈등, 고비용이 소요되는 신규 소각·매립장 건설만이 폐기물처리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다"라며 "한국형 폐기물 재활용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쓰레기 문제도 해결하고, 온실가스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