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이 뭔가 하지않으면 증시 요동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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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다시 꿈틀대자, 뉴욕 증시는 다시 급락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다우는 0.39%, S&P 500 지수는 1.31%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7%나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장 마감을 10분 남겨둔 오후 3시50분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나스닥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만3000선 아래로 떨어져 1만2997.75로 마감됐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한 번만 접종해도 되는 백신을 경쟁사 머크에서도 생산할 것이라며 오는 5월 말까지 모든 미국 성인에게 맞힐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목표는 7월 말이었는데 두 달 가량 앞당긴 겁니다. 이는 경제가 더 빨리 정상화될 것이란 희망을 키웠습니다. 연 1.4% 초반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 중반대로 다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이날 아침 경제지표들이 발표되자 연 1.498%까지 치솟으며 다시 1.5% 돌파 채비를 갖췄습니다.
사실 이날 아침 발표된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선 2월 민간부문 고용은 11만7000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 22만5000명 증가에 못 미쳤습니다.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 58.7에 55.3으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월가에선 두 지수 모두 3월 한파와 남부지역 정전의 영향으로 해석하면서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또 이날 IHS마킷이 발표한 2월 서비스업 PMI는 59.8로 전월 58.3보다 올랐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ISM 서비스업 PMI 가운데 가격지수입니다. 가격은 전달보다 7.6%포인트 치솟아 71.8에 달했거든요. ISM측은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틀 전 발표됐던 ISM 제조업 PMI에서도 세부지수 중 가격지수는 전월 82.1에서 86.0으로 급등했습니다. 인플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 1월 10% 늘어난 개인소득, 60으로 치솟은 ISM 제조업 PMI 등의 영향으로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현재 1분기 성장률을 10%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오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주 치솟았던 금리가 일단 1.4%대로 후퇴했지만 언제든 1.7% 중반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금리를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는 5일 2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발표됩니다. 시장은 20만개 가량 일자리가 생겼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한파에 남부지역 정전까지 겹친 영향으로 각 금융사별 예상치는 편차가 매우 큽니다. 만약 시장이 놀랄만한 수치가 나오면 금리가 급격히 반응할 수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달 역대급인 40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국채 입찰을 실시합니다. 오는 9~11일 3년물과 10년물, 30년물 채권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7년물 국채 입찰은 엉망이었습니다. 응찰율이 2.045배까지 떨어지면서 발행금리가 치솟았습니다. 그 결과 시장 금리가 폭등하면서 10년물 수익률이 1.61%까지 폭등했었죠.
외국인 투자자 참여가 적었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 국채 1, 2위 투자국인 일본과 중국이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적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국채 수요자인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3월 결산이 많은데, 최근 채권 값 하락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지난달부터 매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계년도 말기에 윈도우 드레싱을 위해 그동안 많이 올랐던 채권을 팔아 이익을 확보하고 새로 사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작년 12월말 현재 1조2513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가진 세계 최대 투자국입니다. 1조7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살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주 연설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혼란의 원인은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개발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이 그럴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관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했던 각종 조치는 유지되고 있고 이제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까지 제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가 심각한 도전과제이긴 하지만 중국이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며 대중국 강경론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사서 금리를 안정시킴으로써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줄 일이 있을까요? 게다가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앞으로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뜻입니다. 값이 내려갈 자산을 더 살 이유도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Fed가 금리 안정을 위해 달러를 더 찍어낼 경우 달러 값이 흔들리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올해 미국의 국채 발행규모는 최소 4조 달러, 많게는 5조~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팬데믹 대응을 위해 마구 국채를 찍어냈던 작년의 3조 6000억(추정)보다 더 많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형 추가 부양책과 인프라딜 추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현재 매월 사들이는 건 월 1200억 달러에 그칩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모두 1조4400억 달러입니다. 또 이중 3분의 1은 또 모기지 증권입니다. 존핸콕투자운용의 매튜 미스킨 최고투자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부양책이 더 커질수록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이다. Fed가 양적완화 액수를 늘리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12일엔 최소 1조5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추가 재정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는 14일 팬데믹 실업급여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통과시키는 게 민주당의 목표입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1인당 1400달러의 현금 지원 대상을 연 8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서 7만5000달러 이하로 줄이는 데 합의하면서 일단 금액은 1조9000억 달러보다는 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월가가 당초 예상한 1조 달러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 돈이 나오기 시작하면 채권 매도세가 또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주인 15~16일엔 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이번 FOMC는 경제 전망과 금리 예상을 나타내는 점도표가 발표되는 회의입니다. (FOMC는 6주에 한 번 열리는데, 경제전망과 점도표는 12주에 한 번 내놓습니다.)
최근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5년물 금리까지 꿈틀대면서 Fed의 권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5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이날 5년물과 5년물 물가연동국채의 금리 차이인 인플레 기대치는 연 2.5%를 넘었습니다.
시장은 Fed가 행동하길 바라는 겁니다. 월가 일부에선 벌써 '3월 FOMC에서 3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결정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지난 1960년대,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2년 취해졌던 OT는 양적완화 액수를 늘리지는 않으면서 매입 대상 채권의 비중을 조정해 장기금리를 낮추는 조치입니다. 즉 양적완화는 주로 단기채를 사는데, OT를 하면 단기채를 일부 팔고 그 돈으로 10년물 이상의 장기 채권 매입을 늘리게 됩니다.
현재 각종 부양책과 높아진 가계 저축률로 미국의 단기 자금시장엔 돈이 넘칩니다. 운용액이 4조 달러가 훨씬 넘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금리는 거의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단기채를 팔면 이런 돈에 수요를 찾아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 금리도 낮출 수 있지요.
뉴욕연방은행 출신인 마크 캐버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금리 전략가가 지난주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경기 회복이란 건강한 이유로 오르던 금리가 국채 수요 부족 등 나쁜 이유로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나쁜 이유'로 오르면 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도 주식 등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Fed가 행동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2일 Fed의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지난주 국채 금리 움직임에 대해 "몇몇 움직임과 속도가 주목을 끌었다. Fed의 목표를 위협하는 무질서한 상황이나 지속적인 수익률 상승을 본다면 걱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 기대는 커졌습니다. 그동안 Fed 인사들이 금리 상승은 경제 전망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용인하는 듯 발언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날 Fed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대체로 생산비용은 보통 수준으로(moderately) 증가했다"면서도 "철강과 목재 가격은 눈에 띄게 올랐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이 베이지북은 3월 FOMC의 기초 자료로 쓰입니다. 파월 의장은 4일 정오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발언합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여기에서 3월 FOMC에서 취할 행동에 대한 힌트를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증시는 사상 최고치 에서 아직 5%도 떨어지지 않았고, 금리도 1.5% 언저리라면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파월이 아직 카드를 꺼내기보다 계속 구두로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가 하락했지만 지수 영향력이 큰 테슬라(-4.84%) 애플(-2.45%) 아마존(-2.89%) 등 기술주들이 많이 내린 탓이지 골드만삭스(+1.05%), JP모간(+1.93%) 등 상당수 금융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금융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 업종 지수도 올랐습니다. 모든 종목이 내리는 게 아니라 금리 상승에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힘을 받으면서 종목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속에서도 지수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기술주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올 들어 30% 가까이 급등한 에너지 업종의 경우 S&P 500 지수내 비중이 2.5%에 불과합니다. 한 때 테슬라의 시가총액보다 더 적었습니다.
어쨌든 시장에서는 Fed의 말이 아닌 행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존핸콕의 미스킨 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Fed 이사들은 금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대해 채권 시장은 '당신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뭘 하면 고통을 느낄 지 우리가 찾아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델리티의 새먼 아메드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도 "지난주 금리 발작은 첫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일이 계속되면 Fed는 수익률곡선 컨트롤(YCC)을 채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CC는 일정 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이 넘으면 채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제도를 말합니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미 경제의 회복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10년물은 모든 대출과 모기지 등의 벤치마크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과 가계는 이자부담에 짓눌릴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2018년 말 '긴축을 계속하겠다'는 파월 의장에 대항해 주식을 던졌습니다. 그 해 12월 한 달간 뉴욕 증시가 20% 급락하자 파월 의장이 타월을 던졌습니다. 2019년 1월초 미국경제학회에서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고 선회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은 아니어도 Fed가 상반기 중에 뭔가 행동을 취해야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보급 확대와 경제 재개로 인해 미국의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또 물가는 (Fed에 따르면 일시적이겠지만) 최대 3~4%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장 금리는 Fed의 참을성을 테스트하게될 겁니다. 과연 파월 의장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3일(현지시간) 다우는 0.39%, S&P 500 지수는 1.31%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7%나 떨어졌습니다. 다우는 장 마감을 10분 남겨둔 오후 3시50분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나스닥은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만3000선 아래로 떨어져 1만2997.75로 마감됐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존슨앤드존슨(J&J)이 개발한 한 번만 접종해도 되는 백신을 경쟁사 머크에서도 생산할 것이라며 오는 5월 말까지 모든 미국 성인에게 맞힐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목표는 7월 말이었는데 두 달 가량 앞당긴 겁니다. 이는 경제가 더 빨리 정상화될 것이란 희망을 키웠습니다. 연 1.4% 초반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 중반대로 다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이날 아침 경제지표들이 발표되자 연 1.498%까지 치솟으며 다시 1.5% 돌파 채비를 갖췄습니다.
사실 이날 아침 발표된 경제지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선 2월 민간부문 고용은 11만7000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 22만5000명 증가에 못 미쳤습니다.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 58.7에 55.3으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월가에선 두 지수 모두 3월 한파와 남부지역 정전의 영향으로 해석하면서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또 이날 IHS마킷이 발표한 2월 서비스업 PMI는 59.8로 전월 58.3보다 올랐습니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ISM 서비스업 PMI 가운데 가격지수입니다. 가격은 전달보다 7.6%포인트 치솟아 71.8에 달했거든요. ISM측은 "가격이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틀 전 발표됐던 ISM 제조업 PMI에서도 세부지수 중 가격지수는 전월 82.1에서 86.0으로 급등했습니다. 인플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 1월 10% 늘어난 개인소득, 60으로 치솟은 ISM 제조업 PMI 등의 영향으로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현재 1분기 성장률을 10%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오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난주 치솟았던 금리가 일단 1.4%대로 후퇴했지만 언제든 1.7% 중반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금리를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는 5일 2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발표됩니다. 시장은 20만개 가량 일자리가 생겼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한파에 남부지역 정전까지 겹친 영향으로 각 금융사별 예상치는 편차가 매우 큽니다. 만약 시장이 놀랄만한 수치가 나오면 금리가 급격히 반응할 수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달 역대급인 40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국채 입찰을 실시합니다. 오는 9~11일 3년물과 10년물, 30년물 채권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7년물 국채 입찰은 엉망이었습니다. 응찰율이 2.045배까지 떨어지면서 발행금리가 치솟았습니다. 그 결과 시장 금리가 폭등하면서 10년물 수익률이 1.61%까지 폭등했었죠.
외국인 투자자 참여가 적었기 때문인데, 그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 국채 1, 2위 투자국인 일본과 중국이 입찰에 참여할 이유가 적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 국채 수요자인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3월 결산이 많은데, 최근 채권 값 하락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지난달부터 매도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계년도 말기에 윈도우 드레싱을 위해 그동안 많이 올랐던 채권을 팔아 이익을 확보하고 새로 사지는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작년 12월말 현재 1조2513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가진 세계 최대 투자국입니다. 1조7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미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살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주 연설에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혼란의 원인은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개발과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이 그럴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지만 관세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했던 각종 조치는 유지되고 있고 이제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까지 제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과 러시아가 심각한 도전과제이긴 하지만 중국이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이라며 대중국 강경론을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 국채를 사서 금리를 안정시킴으로써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줄 일이 있을까요? 게다가 금리가 상승한다는 건 앞으로 미 국채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뜻입니다. 값이 내려갈 자산을 더 살 이유도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Fed가 금리 안정을 위해 달러를 더 찍어낼 경우 달러 값이 흔들리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올해 미국의 국채 발행규모는 최소 4조 달러, 많게는 5조~6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팬데믹 대응을 위해 마구 국채를 찍어냈던 작년의 3조 6000억(추정)보다 더 많습니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형 추가 부양책과 인프라딜 추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현재 매월 사들이는 건 월 1200억 달러에 그칩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모두 1조4400억 달러입니다. 또 이중 3분의 1은 또 모기지 증권입니다. 존핸콕투자운용의 매튜 미스킨 최고투자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부양책이 더 커질수록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이다. Fed가 양적완화 액수를 늘리지 않으면 본질적으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는 12일엔 최소 1조5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추가 재정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는 14일 팬데믹 실업급여가 만료되기 때문에 그 전에 통과시키는 게 민주당의 목표입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1인당 1400달러의 현금 지원 대상을 연 8만 달러 이하 소득자에서 7만5000달러 이하로 줄이는 데 합의하면서 일단 금액은 1조9000억 달러보다는 줄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월가가 당초 예상한 1조 달러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 돈이 나오기 시작하면 채권 매도세가 또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주인 15~16일엔 Fed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이번 FOMC는 경제 전망과 금리 예상을 나타내는 점도표가 발표되는 회의입니다. (FOMC는 6주에 한 번 열리는데, 경제전망과 점도표는 12주에 한 번 내놓습니다.)
최근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5년물 금리까지 꿈틀대면서 Fed의 권위를 흔들고 있습니다. 5년물 금리가 오르면서 이날 5년물과 5년물 물가연동국채의 금리 차이인 인플레 기대치는 연 2.5%를 넘었습니다.
시장은 Fed가 행동하길 바라는 겁니다. 월가 일부에선 벌써 '3월 FOMC에서 3차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결정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지난 1960년대,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2년 취해졌던 OT는 양적완화 액수를 늘리지는 않으면서 매입 대상 채권의 비중을 조정해 장기금리를 낮추는 조치입니다. 즉 양적완화는 주로 단기채를 사는데, OT를 하면 단기채를 일부 팔고 그 돈으로 10년물 이상의 장기 채권 매입을 늘리게 됩니다.
현재 각종 부양책과 높아진 가계 저축률로 미국의 단기 자금시장엔 돈이 넘칩니다. 운용액이 4조 달러가 훨씬 넘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금리는 거의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단기채를 팔면 이런 돈에 수요를 찾아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 금리도 낮출 수 있지요.
뉴욕연방은행 출신인 마크 캐버나 뱅크오브아메리카 금리 전략가가 지난주 이런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는 "경기 회복이란 건강한 이유로 오르던 금리가 국채 수요 부족 등 나쁜 이유로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나쁜 이유'로 오르면 금리의 절대 수준이 낮아도 주식 등 위험자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Fed가 행동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 2일 Fed의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지난주 국채 금리 움직임에 대해 "몇몇 움직임과 속도가 주목을 끌었다. Fed의 목표를 위협하는 무질서한 상황이나 지속적인 수익률 상승을 본다면 걱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 기대는 커졌습니다. 그동안 Fed 인사들이 금리 상승은 경제 전망 개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용인하는 듯 발언했던 것과는 약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날 Fed가 발표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대체로 생산비용은 보통 수준으로(moderately) 증가했다"면서도 "철강과 목재 가격은 눈에 띄게 올랐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이 베이지북은 3월 FOMC의 기초 자료로 쓰입니다. 파월 의장은 4일 정오 월스트리트저널 행사에서 발언합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여기에서 3월 FOMC에서 취할 행동에 대한 힌트를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증시는 사상 최고치 에서 아직 5%도 떨어지지 않았고, 금리도 1.5% 언저리라면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파월이 아직 카드를 꺼내기보다 계속 구두로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날 뉴욕 증시가 하락했지만 지수 영향력이 큰 테슬라(-4.84%) 애플(-2.45%) 아마존(-2.89%) 등 기술주들이 많이 내린 탓이지 골드만삭스(+1.05%), JP모간(+1.93%) 등 상당수 금융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금융뿐 아니라 에너지, 산업 업종 지수도 올랐습니다. 모든 종목이 내리는 게 아니라 금리 상승에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힘을 받으면서 종목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속에서도 지수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 기술주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올 들어 30% 가까이 급등한 에너지 업종의 경우 S&P 500 지수내 비중이 2.5%에 불과합니다. 한 때 테슬라의 시가총액보다 더 적었습니다.
어쨌든 시장에서는 Fed의 말이 아닌 행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존핸콕의 미스킨 전략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Fed 이사들은 금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대해 채권 시장은 '당신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뭘 하면 고통을 느낄 지 우리가 찾아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피델리티의 새먼 아메드 글로벌 거시경제 책임자도 "지난주 금리 발작은 첫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며 "만약 이런 일이 계속되면 Fed는 수익률곡선 컨트롤(YCC)을 채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YCC는 일정 금리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이상이 넘으면 채권을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제도를 말합니다. 시장 금리가 높아지면 미 경제의 회복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10년물은 모든 대출과 모기지 등의 벤치마크 금리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과 가계는 이자부담에 짓눌릴 수 있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2018년 말 '긴축을 계속하겠다'는 파월 의장에 대항해 주식을 던졌습니다. 그 해 12월 한 달간 뉴욕 증시가 20% 급락하자 파월 의장이 타월을 던졌습니다. 2019년 1월초 미국경제학회에서 금리 인상을 멈추겠다고 선회한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은 아니어도 Fed가 상반기 중에 뭔가 행동을 취해야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백신 보급 확대와 경제 재개로 인해 미국의 경제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또 물가는 (Fed에 따르면 일시적이겠지만) 최대 3~4%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장 금리는 Fed의 참을성을 테스트하게될 겁니다. 과연 파월 의장의 인내심은 어디까지일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