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은 신도시에…오거돈 일가는 가덕도에 땅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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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뿐이겠나. 운이 없는 사람들만 걸렸을 뿐 1, 2차 때도 이렇게 직원들끼리 해 먹었겠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LH 측도 대국민사과문을 냈지만 댓글을 통해 국민들의 불신은 여실히 드러났다.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은 4일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장충모 직무대행은 "저희 공사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힘든 국민들께 희망을 드려야 할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합동으로 3기 신도시 전체에 대한 관련부서 직원 및 가족의 토지거래현황 전수조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며 "국민들께서 한 치의 의구심도 들지 않도록 사실관계 규명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LH 직원들은 신도시 지정 전 광명 시흥 지역 100억대 땅 투기에 나섰다가 줄줄이 적발됐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던 대통령은, 늦어도 한참 늦은 주택 공급마저 ‘공직자 탈을 쓴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맡겼다가 뒤늦게 “전수 조사 하라”며 ‘유체 이탈’ 지시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범죄 보궐선거’를 일으킨 전 부산시장 일가도 부산에서 가덕도로 진입하는 길목에 2만 평이 넘는 땅을 보유 중이다"라며 "전수 조사를 하겠다면 ‘3기 신도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LH 직전 사장이던 국토부 장관의 직무유기, ‘성범죄 시장’ 일가의 ‘가덕도 투기’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기자회견에서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했다. 자고 나면 뛰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노심초사하는 서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이번 사태에 민심은 분노했다.
아울러 단순한 분노 표출을 넘어 이번에 폭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발본색원을 요구했다.
의혹 당사자 13명의 땅 매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 이전에 사들인 것이지만 하남 교산 등 5개 3기 신도시 발표 시점과 겹친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10필지 7천평에 달한다. 매입에 100억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되고 이 가운데 58억원은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했다. 대토 보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일부 토지는 매입 직후 1천㎡ 이상씩 쪼개기가 이뤄졌다. 최근 신도시 발표 이후에는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빽빽히 심어둔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수용 보상이나 대토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전문 투기꾼들의 전형적 수법이다. 연루된 직원 일부가 토지 보상 업무를 맡았다고 하니 정보를 갖고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은 부산시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가덕도 토지 구분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조카인 오모 대한제강 사장은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인근 부동산을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 사장은 지난 2005년 부산 강서구 대항동 토지 450평(1488㎡)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예정된 '노른자위' 땅이다.
대한제강은 부산 가덕도 길목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일대 2만1300평(7만289㎡)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제강 완전 자회사인 '대한네트웍스'도 송정동에 1990평(6596㎡) 공장 부지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이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그 일가족이 정부여당이 강력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수혜를 받게 된 것이 정당하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사실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해당 가족 회사가 언제부터 소유했고, 왜 소유했는지 그런 부분을 스스로 속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 "광명ㆍ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와 LH 등 관계 공공기관의 신규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 주체는 국무총리실로 특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점 의혹도 남지 않게 강도높이 조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LH직원들의 해당 토지를 매입한 시기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사장으로 재직했던 기간과 겹친다는 점에서 투명한 조사가 이뤄질지 의혹을 사고 있다.
여권에서도 변 장관에 대한 불신론이 제기됐다. 여권의 한 인사는 중앙일보에 "국토부의 자체 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거란 말이 적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최재형 원장이 주도하게 될 감사원 감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LH 국토농단'으로 지칭하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는 반면 일부 LH 직원은 익명 게시판에 "직원은 투자하지 말란 법 있냐"고 두둔하고 나서 '적반하장'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게시판에는 "LH 직원 투기 기사 볼 때마다 쌍욕 하고 싶다. 자기가 투기로 산 땅 자기가 보상받고 북 치고 장구 치고"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