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매장 대기줄인 줄 알았어요"…200명 줄 세운 '아르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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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 부는 '지속가능한 패션' 마케팅 [이슈+]
▽ 의류업계, '친환경' 마케팅 강화
▽ 전문가 "MZ세대, 물건보다 '가치'에 관심"
▽ 의류업계, '친환경' 마케팅 강화
▽ 전문가 "MZ세대, 물건보다 '가치'에 관심"
"줄이 너무 길어서 샤넬 매장 대기줄인 줄 알았어요."서울 최대 백화점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둥지를 튼 스웨덴 제조·직매형(SPA) 브랜드 '아르켓(ARKET)'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의 말이다. 아시아 1호 매장이기도 한 아르켓 더현대서울점은 지난달 24일 사전 개장 첫날 200여 명의 입장 대기줄이 늘어섰다. 이날 아르켓은 더현대서울 매출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이 인기를 끈 아르켓은 세계 3대 SPA H&M 그룹 산하의 브랜드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유통업계에선 아르켓의 인기 배경에 대해 '가치소비'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가 지속가능한 패션에 꽂혔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MZ세대 노려라"…의류업계, 앞다퉈 '친환경 마케팅'
과거 저렴한 가격에 의류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던 SPA 브랜드들은 주류 소비자인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앞다퉈 친환경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스페인 SPA 브랜드 자라는 2025년까지 자사 의류제품에 사용되는 면·리넨·폴리에스테르 등 모든 원단에 지속가능한 소재 및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스웨덴 SPA 브랜드 H&M이 역시 2030년까지 출시되는 모든 상품을 지속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SPA 브랜드 스파오는 물과 화학약품 사용을 절반 이상 줄인 '에코 스파오' 라인을 지난해 선보이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 마케팅으로 MZ세대의 지갑을 노리는 건 SPA 브랜드 만이 아니다. 쓰레기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의류업계는 전반적으로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브랜드 '텐먼스(10MONTH)'를 론칭했다. 1년 중 한 계절이 아닌 10개월간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다는 의미다. 단순히 디자인이 뛰어난 옷 보다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는 것이 이 브랜드의 지향점이다. 텐먼스는 론칭 8개월 만에 목표 매출 4배를 달성했다.
효성그룹의 섬유 사업 자회사인 효성티앤씨는 지난달 친환경 의류 브랜드 'G3H10'을 론칭했다. 브랜드명 G3H10의 첫 글자 'G'는 환경을 상징하는 색인 '초록색(Green)'을 의미한다. 첫 제품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원사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목화에서 뽑아낸 유기농 면으로 만들어졌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는 제주에서 수거한 제주삼다수 페트병 100t을 재활용해 재킷, 후디, 맨투맨, 반팔티셔츠 등 '노스페이스 K에코(K-에코) 컬렉션' 16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업계의 주 소비계층으로 자리 잡은 MZ세대가 '가치소비'를 선호하며 나타난 변화로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라스틱 및 쓰레기 배출량 증가는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며 "정의를 중시하는 MZ세대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고려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류업계는 이 같은 가치관을 가진 MZ세대를 잡기 위해 성장을 강조하기보다는 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가치소비를 염두에 둔 구매에 나서고 있었다. 이달 3일 아르켓 매장을 찾은 대학생 이소정 씨(23)는 "일반적으로 SPA 브랜드 옷은 한철만 입고 버릴 정도의 품질"이라며 "그런데 아르켓 옷은 3년 정도 입어도 튼튼해 애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옷장 비우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직장인 한선아 씨(34)도 "내년에는 옷을 한 벌도 사지 않을 예정"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올해 품질이 좋은 옷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씨는 "앞서 해외 직구로 아르켓 제품을 산 적이 있는데 품질이 좋아 이번에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