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가격을 억누른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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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풀어도
좀처럼 물가가 오르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잃는 듯한 것은
정부의 가격통제 부작용일 수도
대학 등록금, 서비스요금 등
가격통제의 부메랑 생각해야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좀처럼 물가가 오르지 않아
경제가 활력을 잃는 듯한 것은
정부의 가격통제 부작용일 수도
대학 등록금, 서비스요금 등
가격통제의 부메랑 생각해야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야 할 것 같은데 잠잠해서다. 대부분 사람에게 낮은 물가 상승률 자체는 좋은 소식이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물가가 오르면 살림이 쪼들리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으로서는 엄청난 규모로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가 지지부진한 것이 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돈을 풀어 이자율을 낮추면 경기가 부양돼 물가는 오르지만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이 지금껏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본 맥락이었다. 그러나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특히 미국에서, 실업률이 급속히 상승했다가 점차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의 관계가 깨진 것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바뀐 것이다. 세계를 강타한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중앙은행들이 물가 인상 억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놓다 보니 특히 선진국에선 너무 오랫동안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사람들이 더 이상 물가가 급격히 오르리라고 기대하지 않게 됐다.
물가만큼 사람들의 기대를 따라가는 경제 변수도 드문데, 기대 물가 상승률이 낮으니 실제 물가도 오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비슷한 물건을 외국에서 더 싸게 팔면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도 물가가 쉽게 오르지 않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돈을 풀어도 경기가 들썩들썩 부양되는 기미가 없으니 중앙은행으로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해진 것인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니 임금이 상승할 여유가 생기지 않고,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저물가가 타당해 보이는 답답한 상황이 서서히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경제의 활력을 빼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물가지수가 오르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공공요금 및 정부가 개입하는 각종 서비스료의 인상 억제다.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가 일으키는 영향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서비스의 요금 인상이 억제돼 물가지수 상승도 누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이용료, 건강보험과 관련된 각종 진료비 및 약제비,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대학 등록금, 휴대폰 요금 등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데 물가지수 계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큰 항목이 상당히 많다. 자체 비중이 높진 않지만 가격 인상에 정부 제약이 따르는 대상을 다 더하면 그 비중은 더 커진다. 이들 가격의 인상이 억제되면 다른 소비재들의 물가가 올라도 물가지수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 개입으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고등학교 등록금이다. 지난해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부는 1인당 연 160만원의 교육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기준 물가지수 계산 방식에서 고등학교 납입금 비중은 가계비 전체의 약 0.5%였는데 이 금액이 아예 0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이 시작될 때도 비슷하게 물가를 낮추는 영향이 있었고, 보육료와 급식비는 물가지수가 개편되면서 아예 조사 대상 항목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무상화하는 항목이 늘어나면 사람들의 기대 물가 상승률은 올라갈 수가 없다.
물가가 오르리라는 기대가 없어지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동결된 10여 년 동안 교직원 임금도 사실상 묶였는데, 요금 인상이 억제된 공공기관과 각종 회사도 임금 인상을 못 했거나, 인상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무상화 정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증세를 부른다. 요는 가격을 억누른 대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 대가를 엉뚱한 사람들이 나눠 지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지,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
돈을 풀어 이자율을 낮추면 경기가 부양돼 물가는 오르지만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이 지금껏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본 맥락이었다. 그러나 2008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 특히 미국에서, 실업률이 급속히 상승했다가 점차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다.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의 관계가 깨진 것이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물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바뀐 것이다. 세계를 강타한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중앙은행들이 물가 인상 억제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놓다 보니 특히 선진국에선 너무 오랫동안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사람들이 더 이상 물가가 급격히 오르리라고 기대하지 않게 됐다.
물가만큼 사람들의 기대를 따라가는 경제 변수도 드문데, 기대 물가 상승률이 낮으니 실제 물가도 오르지 않는 것이다. 물론 시장이 세계화되면서 비슷한 물건을 외국에서 더 싸게 팔면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도 물가가 쉽게 오르지 않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돈을 풀어도 경기가 들썩들썩 부양되는 기미가 없으니 중앙은행으로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해진 것인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니 임금이 상승할 여유가 생기지 않고,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저물가가 타당해 보이는 답답한 상황이 서서히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경제의 활력을 빼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물가지수가 오르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공공요금 및 정부가 개입하는 각종 서비스료의 인상 억제다.
정부의 가격 인상 억제가 일으키는 영향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서비스의 요금 인상이 억제돼 물가지수 상승도 누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이용료, 건강보험과 관련된 각종 진료비 및 약제비,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 대학 등록금, 휴대폰 요금 등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데 물가지수 계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큰 항목이 상당히 많다. 자체 비중이 높진 않지만 가격 인상에 정부 제약이 따르는 대상을 다 더하면 그 비중은 더 커진다. 이들 가격의 인상이 억제되면 다른 소비재들의 물가가 올라도 물가지수 상승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 개입으로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축소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고등학교 등록금이다. 지난해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교육부는 1인당 연 160만원의 교육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2017년 기준 물가지수 계산 방식에서 고등학교 납입금 비중은 가계비 전체의 약 0.5%였는데 이 금액이 아예 0으로 떨어진 것이다. 무상보육, 무상급식이 시작될 때도 비슷하게 물가를 낮추는 영향이 있었고, 보육료와 급식비는 물가지수가 개편되면서 아예 조사 대상 항목에서 제외됐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서 무상화하는 항목이 늘어나면 사람들의 기대 물가 상승률은 올라갈 수가 없다.
물가가 오르리라는 기대가 없어지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한 데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대학의 경우 등록금이 동결된 10여 년 동안 교직원 임금도 사실상 묶였는데, 요금 인상이 억제된 공공기관과 각종 회사도 임금 인상을 못 했거나, 인상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무상화 정책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증세를 부른다. 요는 가격을 억누른 대가가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그 대가를 엉뚱한 사람들이 나눠 지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지,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