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의 ‘노래 맞히기’ 실험이 있다. 한 사람은 누구나 아는 노래의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고 다른 사람은 그 리듬만 듣고 음악을 맞히는 게임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드리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50%는 맞힐 거라고 예상했지만 듣는 사람은 겨우 2.5%밖에 맞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재직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간부직원 워크숍에서 비슷한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소통과 관련된 강의에서 강사는 노사연의 ‘만남’ 노래에 맞춰 탁자를 두드렸지만 강연장에 있는 30여 명 그 누구도 노래를 맞히지 못했다. 이어지는 이문세의 ‘붉은 노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 박자에 맞춰 탁자를 두드리는 사람에게는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탁탁탁 소리에 불과한 이상한 모스 신호처럼 들릴 뿐이었다.

두드리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이런 게임은 현실 생활에서도 가족이나 친구관계, 직장 내에서 빈번히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탁자를 두드리는 사람은 음과 가사 등 정보를 추가하고, 듣는 사람은 그 노래를 알고 있어야 오해 없이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2018년에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가급적 많은 직원과 소통하고 싶었고, 직원들도 자신을 알려주기를 원했다. 직접 만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먼저 3급 이상 직원 200여 명에게서 이메일로 자기소개서를 받았다.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의 장단점과 직무경험, 희망부서 등이 담겨 있었다. 자기소개서를 통해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회사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리고 직원들 각자의 내용에 맞게 격려를 담아 개별적으로 회신하면서 짧은 기간 완벽하다고 볼 순 없지만 간부 직원들과 서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등산, 테니스 등 여러 사내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직원들과 만나며 가까워지려고 노력했고, 젊은 직원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젊은 직원들과 소통할 때는 그들이 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특별히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젊은 직원들의 제안으로 상호존중 캠페인 ‘RESPECT를 실천하는 예금보험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는 제한되지만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만난 젊은 직원들의 모습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활기차고 당차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코로나19로 우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겨울 추위처럼 잔뜩 얼어붙은 관계, 음이 빠진 모스 신호로 오해가 쌓인 상대가 있다면 설명, 웃음, 눈물, 공감 등 함께 전달할 적절한 수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