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달 말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서울은 개장과 함께 기록을 썼다. 첫 번째 맞은 일요일(2월 28일)에 하루 매출 102억원을 찍은 것.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이후 단일 매장 하루 최고 기록이다. 매출로 업계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조차 크리스마스 성수기 때나 간혹 내던 실적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1년 동안 생각도 못 해본 숫자”라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의 3·1절 연휴 사흘간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는 3월 예약이 벌써 ‘풀 부킹’이라는 곳이 줄을 잇고 있고, 개학 시즌이 맞물리며 대학·학원가에 있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대비 60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최악의 위기를 맞았던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40여 개 패션 자체 브랜드(PB)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 22~28일 매출이 전년 대비 72%, 전주 대비로는 29% 증가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0(2015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 대비 1.1% 올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직전인 지난해 2월(1.1%)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산물 작황 부진과 명절 수요 요인 외에도 소비심리 회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는 집단적 확신이 들면 ‘보복소비’ 형태로 소비가 폭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동휘/김보라/민지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