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프로페셔널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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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가 91세에 남긴 자기계발서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著)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著)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남긴 자기계발서다. 지식을 기반으로 일하는 ‘지식 근로자’가 스스로 더 큰 성과를 올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니 ‘자기 경영서’라고도 부를 수 있다.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91세이던 2000년 나왔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저술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시리즈로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그 이전 60여 년 동안 써왔던 여러 글들을 모아 각각의 주제에 맞게 재가공, 재편집한 책들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개인의 자기계발을, <변화 리더의 조건>은 경영, 그리고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사회를 각각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창시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경영학 외에도 매우 폭넓은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사상가다.
그는 살면서 모두 35권의 책을 냈는데 이중에는 우리가 흔히 드러커라고 하면 떠올리는 경영학 서적 외에도 정치‧사회‧경제 서적 그리고 일본 미술 평론서까지 포함돼 있다. 심지어 소설도 한 권 있다.
“나의 저술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경영에 관한 것들이 아니다. 사회와 공동체에 관한 것들이다. 또한 내가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애초에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를 20세기 마지막 르네상스형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이유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그는 넓게 잡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사회를 자본주의 사회로, 그리고 그 이후부터 펼쳐지기 시작한 사회를 지식사회로 구분한다.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나 지식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과거에는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자본이었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지식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구분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지식사회의 주역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지식 근로자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같은 상품을 더 싼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했다. 동일한 상품군에 속하는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었고, 다른 경쟁상품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혁신적인 제품은 나오기 힘든 사회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경쟁자들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성공 방정식이었다.
자본이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이유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야만 대량생산으로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방법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으니까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라고 부르는 게 맞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는 이런 식의 자본주의는 이미 끝났다고 단언한다. 혁신적인 제품 하나가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본보다 지식(기술력까지 포함해)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식사회에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춘 지식 근로자를 얼마나 많이 영입하는지, 그들의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대로 이끌어내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한다.
물론 오늘날에도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일수록 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으니 자본의 영향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피터 드러커 역시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에는 자본이 지식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렸다면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전문지식과 기술력이 갖고 있는 힘이 세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국내 IT업계에서 개발자들의 연봉이 급증하는 게 그의 이런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무리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이더라도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가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이해진, 김범수, 김봉진처럼 막대한 자본 없이 아이디어와 실행력만을 바탕으로 커다란 성공을 일궈낸 창업자들의 모습 역시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지식사회에서 지식 근로자가 어떻게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하고,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해, 더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피터 드러커가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피터 드러커야말로 독학의 힘을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3, 4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할 주제를 정한 뒤 이 기간 동안 해당 분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는 게 피터 드러커의 학습법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통계학, 일본 미술사, 중세 유럽사,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에는 그가 이렇게 평생 동안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7가지 지적 경험에 대해 설명한 자전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남긴 아테나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절의 경험 등이 그가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열어젖히는 데 각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영학의 아버지가 남긴 자기 경영서인 만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비롯해 <변화 리더의 조건>, <이노베이터의 조건>을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91세이던 2000년 나왔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의 저술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시리즈로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가 그 이전 60여 년 동안 써왔던 여러 글들을 모아 각각의 주제에 맞게 재가공, 재편집한 책들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개인의 자기계발을, <변화 리더의 조건>은 경영, 그리고 <이노베이터의 조건>은 사회를 각각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창시자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경영학 외에도 매우 폭넓은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 사상가다.
그는 살면서 모두 35권의 책을 냈는데 이중에는 우리가 흔히 드러커라고 하면 떠올리는 경영학 서적 외에도 정치‧사회‧경제 서적 그리고 일본 미술 평론서까지 포함돼 있다. 심지어 소설도 한 권 있다.
“나의 저술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경영에 관한 것들이 아니다. 사회와 공동체에 관한 것들이다. 또한 내가 경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애초에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를 20세기 마지막 르네상스형 지식인이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이유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그는 넓게 잡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사회를 자본주의 사회로, 그리고 그 이후부터 펼쳐지기 시작한 사회를 지식사회로 구분한다.
시장경제 체제가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나 지식사회나 마찬가지이지만 과거에는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자본이었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지식이라는 의미에서 이런 구분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지식사회의 주역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지식 근로자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같은 상품을 더 싼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경쟁했다. 동일한 상품군에 속하는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 비슷한 성능을 갖고 있었고, 다른 경쟁상품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혁신적인 제품은 나오기 힘든 사회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경쟁자들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성공 방정식이었다.
자본이 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이유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야만 대량생산으로 제품의 가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방법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자본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으니까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라고 부르는 게 맞다.
그리고 피터 드러커는 이런 식의 자본주의는 이미 끝났다고 단언한다. 혁신적인 제품 하나가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시대가 되면서 자본보다 지식(기술력까지 포함해)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식사회에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고도의 전문 지식을 갖춘 지식 근로자를 얼마나 많이 영입하는지, 그들의 역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대로 이끌어내는지가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강조한다.
물론 오늘날에도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일수록 더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으니 자본의 영향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피터 드러커 역시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에는 자본이 지식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렸다면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전문지식과 기술력이 갖고 있는 힘이 세질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근 국내 IT업계에서 개발자들의 연봉이 급증하는 게 그의 이런 주장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무리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는 대기업이더라도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가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이해진, 김범수, 김봉진처럼 막대한 자본 없이 아이디어와 실행력만을 바탕으로 커다란 성공을 일궈낸 창업자들의 모습 역시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같은 지식사회에서 지식 근로자가 어떻게 스스로의 능력을 향상하고,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해, 더 큰 성과를 거둠으로써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피터 드러커가 <프로페셔널의 조건>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 책을 읽으며 피터 드러커야말로 독학의 힘을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3, 4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할 주제를 정한 뒤 이 기간 동안 해당 분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는 게 피터 드러커의 학습법이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통계학, 일본 미술사, 중세 유럽사,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 책에는 그가 이렇게 평생 동안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연마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7가지 지적 경험에 대해 설명한 자전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고대 그리스의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남긴 아테나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절의 경험 등이 그가 경영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열어젖히는 데 각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영학의 아버지가 남긴 자기 경영서인 만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비롯해 <변화 리더의 조건>, <이노베이터의 조건>을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