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딜리뷰-그룹의 '뿌리'도 과감히 끊어내는 SK…종합화학 지분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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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 전해 드리는 딜리뷰 코너입니다.
1. SK종합화학 지분 49% 판다
SK그룹의 M&A 행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SK그룹은 모두 아시다시피 '선경'그룹이고, '유공'이 그룹의 뿌리입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님은 그룹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라고 미련을 두는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SK종합화학입니다.
SK종합화학은 석유 화학물질로 방향족 등을 만드는 회사인데, 지분 49%를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100% 팔 수만 있었으면 팔았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매각 대금으로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차준호 기자의 단독 기사입니다.
2.다시 매각설에 휩싸인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다시 한 번 매각설에 휩싸였습니다. HSBC가 철수한 뒤로, 스탠다드차타드(SC)와 씨티은행은 항상 철수설에 시달려 왔습니다. 저번에 사실무근이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사실무근인 것은 아니지요. 이제는 정말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씨티은행을 판다면, 누가 인수 후보가 될까요?
금융부 김대훈 기자가 추린 후보군 1순위는 OK금융그룹입니다. OK금융이 어딘지 잘 모르신다면 러시앤캐시는 아시겠지요. 일본계, 대부업, 이런 꼬리표를 아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회사입니다. 사실 '양성화된 대부업'으로 TV에 광고를 하는 러시앤캐시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죠. 이후 저축은행 인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상에는 그런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OK금융그룹으로서는 씨티은행을 만약 인수할 수만 있다면, 2금융에서 1금융으로 본격 진출한다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씨티은행의 순자산(자산-부채)은 6조2953억원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요새 0.3~0.4 정도니까 매각가격은 한 2.5조원 정도에 프리미엄 얹은 수준일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인수후보는 DGB금융그룹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수도권으로 진출해서 '중앙무대'에서 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BNK금융그룹과 광주 및 전북을 바탕에 둔 JB금융그룹도 있지만, 지금 '덩치를 키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넘버 원 금융지주로 DGB를 꼽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있는 점포도 줄여야 할 판에 점포수 39개, 직원수 3301명 씨티은행을 더 떠안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도 많습니다. 뭣보다도 뭐가 매각대상이냐가 제일 관건이죠. 씨티은행은 B2C 소매금융도 있지만 B2B 기업금융이 강합니다. 근데 이번에 거론되는 것은 소매금융 부문입니다. HSBC처럼 씨티그룹이 소매 부문에서 철수하고 기업금융은 남겨놓자고 하면, 그걸 그렇게 살 만한 가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우선 듭니다. 또 자산관리(WM) 분야도 아주 강한 은행이 씨티인데, 이 부문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건이죠.
3. 잡코리아 새 주인은 어피너티
국내 1위 구인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와 그 아래 있는 알바몬)가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잡코리아를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도 H&Q라는 국내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었으니 '세컨더리' 딜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컨더리 딜이 앞으로는 훨씬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잡코리아 인수전은 예전 딜리뷰에서도 한 번 다뤘습니다만, 이게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딜이었습니다. 호주의 SEEK이라는 SI가 참전했던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지요. SEEK에 들어가 보시면 아무 정보가 없고 이제부터 연결을 시작해주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잡코리아는 첫화면에서 여러 정보를 '한눈에' 보게 합니다. 구글 vs 네이버 이런 느낌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난다고 보면 될까요. SEEK은 인수전 중간에 완주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끈을 놓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H&Q는 이 회사 지분 49.9%를 2013년 950억원에 샀고, 2015년에 나머지 50.1%를 1100억원에 더 샀습니다. 이번에 8000억원에 팔았으니 원금 대비 3배 정도는 거뜬히 벌어들인 셈입니다. 워낙 좋은 회사긴 하지만, 인수 후보들인 PEF로서는 '이 값에 사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몇 년 후에 한 1조몇천억원은 받아야겠죠.
그런데 어떻게 더 비싸게 어떻게 팔까요? 해외 진출을 통해 잡코리아 모델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프레임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M&A팀에서 PEF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놀라운 점은 이런 것입니다. 기존 SI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어떤 대담한 변화, 프레임의 전환, 이런 것들이 흔히 나옵니다. 물론 황당한 얘기도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입바른 소리 같은 것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때론 그게 먹힙니다. 요즘 같은 PDR(주가꿈비율)의 시대에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관점의 전환, 그 가치가 대단히 커진 시절입니다.
4.항공업계 재편 기지개..JC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 투자 결정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새 주인으로 JC파트너스를 맞아들였습니다. JC파트너스는 작년 KDB생명을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입니다. 항공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에어프레미아의 기존 주주들이 많았고 이들 간 분쟁도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분쟁을 지속할 때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JC파트너스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코차이나그룹'이라는 홍콩계 물류회사와 함께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조건입니다.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65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쪼그라들고, 신규 유상증자로 참여하는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갖게 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치기로 결정하면서 저비용 항공사(LCC)들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편이 더디지요. 정부 지원으로 인한 영향이 큽니다. 또 대한항공이 가진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아래 있는 에어서울 에어부산도 눈치 탓에 구조조정이나 매각 결정을 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썰물 뒤에 바닥이 드러나는' 그런 상황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곧 때가 올 테죠.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이 판에 먹을 게 있다'며 자기 말(에어프레미아)을 선택해 썰물이 되기 전의 항공업에 뛰어든 행동 자체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별로 재미없다고요? 아니, 제가 항공업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그냥 재미있다고요. 아니, 좋아도 합니다만...
5.더존비즈온, 베인캐피탈서 4000억원 투자유치
ERP 강자인 더존비즈온이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에서 4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IT부 구민기 기자와 마켓인사이트부 차준호 기자 등이 협업해서 쓴 단독 기사였습니다. 이 회사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고 합니다. 1대주주는 더존홀딩스(30%)인데 2대주주가 베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존비즈온은 토종 ERP 회사입니다. SAP와 같은 글로벌 회사들과 당당히 어깨를 겯는 알짜배기입니다. 중소중견기업들 중에는 SAP와 같은 글로벌 회사의 ERP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비싸다는 이유로 더존비즈온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합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더존비즈온의 시스템이 먹힌다면, 글로벌에서도 먹히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무궁무진한 영역 확장을 시도해 볼 수 있지요. 베인캐피탈은 투자기업을 보는 눈이 좋은 사모펀드입니다. 이들이 본 더존비즈온의 숨겨진 잠재력이 무엇일까요? 기대됩니다.
6.모빌리티 투자 열풍..티맵모빌리티 투자유치 본입찰
티맵모빌리티 투자 본입찰이 지난 5일 있었습니다.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가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모빌리티 부문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손잡고 내달 출범하는 JV를 통해 '우티'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우버에서 우, 티맵에서 티, 이래서 '우티'라는데 조금 웃은 거 저만 그런 거 아니겠죠? 🙂 우버와의 JV에서 책정된 기업가치는 1조원입니다. 2025년까지 이 회사를 4.5조원짜리로 키우는 게 SK텔레콤의 목표라고 하네요.
7.그 외의 여러 딜들
-네이버가 '스페인의 당근마켓' 왈라팝에 1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IT부 김주완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흥아해운 인수전에서 손을 뗀다고 합니다. 말로는 (지분을 가질 때가 아니니) '채권 변제라도 받자'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하네요.
-(주)두산의 지게차 사업부가 두산밥캣으로 넘어갑니다. 밥캣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눈치를 보네요. 그건 결정되지 않았다"고.)
-파운드리 부문을 떼어낸 매그나칩 반도체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앞서 파운드리 사업부와 청주공장을 국내 PEF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 컨소시엄에 팔았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일부 관여되어 있는 딜이었지요. 이번에 파는 것은 잔여분입니다. 잔여분이라곤 해도 꽤 의미가 있습니다. OLED디스플레이용 칩 분야 등이 있고 SI FI들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해양 계열 해양플랜트 기자재 회사 신한중공업의 새 주인으로 태화그룹과 NH-오퍼스 PE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이 코너를 운영해 보니 시장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딜,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알려진 딜은 2주마다 약 10여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빅딜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못 쓰는 것도 있고 의미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서 다 다루지 못하는 딜들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2주일마다 10여개 딜, 한달이면 약 20여개, 1년이면 약 300개 정도 딜을 언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히려 제가 배우는 느낌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 주세요.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 SK종합화학 지분 49% 판다
SK그룹의 M&A 행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SK그룹은 모두 아시다시피 '선경'그룹이고, '유공'이 그룹의 뿌리입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님은 그룹의 근간이 되는 사업이라고 미련을 두는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SK종합화학입니다.
SK종합화학은 석유 화학물질로 방향족 등을 만드는 회사인데, 지분 49%를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100% 팔 수만 있었으면 팔았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매각 대금으로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차준호 기자의 단독 기사입니다.
2.다시 매각설에 휩싸인 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이 다시 한 번 매각설에 휩싸였습니다. HSBC가 철수한 뒤로, 스탠다드차타드(SC)와 씨티은행은 항상 철수설에 시달려 왔습니다. 저번에 사실무근이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사실무근인 것은 아니지요. 이제는 정말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옵니다. 그런데 씨티은행을 판다면, 누가 인수 후보가 될까요?
금융부 김대훈 기자가 추린 후보군 1순위는 OK금융그룹입니다. OK금융이 어딘지 잘 모르신다면 러시앤캐시는 아시겠지요. 일본계, 대부업, 이런 꼬리표를 아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회사입니다. 사실 '양성화된 대부업'으로 TV에 광고를 하는 러시앤캐시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죠. 이후 저축은행 인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였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상에는 그런 꼬리표가 붙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OK금융그룹으로서는 씨티은행을 만약 인수할 수만 있다면, 2금융에서 1금융으로 본격 진출한다는 의미가 클 것입니다. 씨티은행의 순자산(자산-부채)은 6조2953억원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요새 0.3~0.4 정도니까 매각가격은 한 2.5조원 정도에 프리미엄 얹은 수준일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인수후보는 DGB금융그룹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으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수도권으로 진출해서 '중앙무대'에서 뛴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BNK금융그룹과 광주 및 전북을 바탕에 둔 JB금융그룹도 있지만, 지금 '덩치를 키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넘버 원 금융지주로 DGB를 꼽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반면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있는 점포도 줄여야 할 판에 점포수 39개, 직원수 3301명 씨티은행을 더 떠안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변수도 많습니다. 뭣보다도 뭐가 매각대상이냐가 제일 관건이죠. 씨티은행은 B2C 소매금융도 있지만 B2B 기업금융이 강합니다. 근데 이번에 거론되는 것은 소매금융 부문입니다. HSBC처럼 씨티그룹이 소매 부문에서 철수하고 기업금융은 남겨놓자고 하면, 그걸 그렇게 살 만한 가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우선 듭니다. 또 자산관리(WM) 분야도 아주 강한 은행이 씨티인데, 이 부문이 어떻게 될 것인가도 관건이죠.
3. 잡코리아 새 주인은 어피너티
국내 1위 구인구직 사이트인 잡코리아(와 그 아래 있는 알바몬)가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잡코리아를 가져왔습니다. 지금까지도 H&Q라는 국내 사모펀드가 가지고 있었으니 '세컨더리' 딜입니다. 그런데 이런 세컨더리 딜이 앞으로는 훨씬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잡코리아 인수전은 예전 딜리뷰에서도 한 번 다뤘습니다만, 이게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딜이었습니다. 호주의 SEEK이라는 SI가 참전했던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지요. SEEK에 들어가 보시면 아무 정보가 없고 이제부터 연결을 시작해주는 스타일입니다. 반면 잡코리아는 첫화면에서 여러 정보를 '한눈에' 보게 합니다. 구글 vs 네이버 이런 느낌이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난다고 보면 될까요. SEEK은 인수전 중간에 완주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끈을 놓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H&Q는 이 회사 지분 49.9%를 2013년 950억원에 샀고, 2015년에 나머지 50.1%를 1100억원에 더 샀습니다. 이번에 8000억원에 팔았으니 원금 대비 3배 정도는 거뜬히 벌어들인 셈입니다. 워낙 좋은 회사긴 하지만, 인수 후보들인 PEF로서는 '이 값에 사서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했습니다. 아마도 몇 년 후에 한 1조몇천억원은 받아야겠죠.
그런데 어떻게 더 비싸게 어떻게 팔까요? 해외 진출을 통해 잡코리아 모델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프레임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M&A팀에서 PEF들을 취재하면서 느낀 놀라운 점은 이런 것입니다. 기존 SI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어떤 대담한 변화, 프레임의 전환, 이런 것들이 흔히 나옵니다. 물론 황당한 얘기도 있고 현실과 동떨어진 입바른 소리 같은 것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때론 그게 먹힙니다. 요즘 같은 PDR(주가꿈비율)의 시대에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관점의 전환, 그 가치가 대단히 커진 시절입니다.
4.항공업계 재편 기지개..JC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 투자 결정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새 주인으로 JC파트너스를 맞아들였습니다. JC파트너스는 작년 KDB생명을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입니다. 항공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에어프레미아의 기존 주주들이 많았고 이들 간 분쟁도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분쟁을 지속할 때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모양입니다. JC파트너스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코차이나그룹'이라는 홍콩계 물류회사와 함께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조건입니다. 조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650억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쪼그라들고, 신규 유상증자로 참여하는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경영권을 갖게 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치기로 결정하면서 저비용 항공사(LCC)들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편이 더디지요. 정부 지원으로 인한 영향이 큽니다. 또 대한항공이 가진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아래 있는 에어서울 에어부산도 눈치 탓에 구조조정이나 매각 결정을 하지 못하는 중입니다. '썰물 뒤에 바닥이 드러나는' 그런 상황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곧 때가 올 테죠. JC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이 판에 먹을 게 있다'며 자기 말(에어프레미아)을 선택해 썰물이 되기 전의 항공업에 뛰어든 행동 자체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별로 재미없다고요? 아니, 제가 항공업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그냥 재미있다고요. 아니, 좋아도 합니다만...
5.더존비즈온, 베인캐피탈서 4000억원 투자유치
ERP 강자인 더존비즈온이 글로벌 PEF 베인캐피탈에서 4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IT부 구민기 기자와 마켓인사이트부 차준호 기자 등이 협업해서 쓴 단독 기사였습니다. 이 회사 지분 약 10%를 확보한다고 합니다. 1대주주는 더존홀딩스(30%)인데 2대주주가 베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존비즈온은 토종 ERP 회사입니다. SAP와 같은 글로벌 회사들과 당당히 어깨를 겯는 알짜배기입니다. 중소중견기업들 중에는 SAP와 같은 글로벌 회사의 ERP 시스템이 너무 무겁고 비싸다는 이유로 더존비즈온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합니다.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더존비즈온의 시스템이 먹힌다면, 글로벌에서도 먹히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무궁무진한 영역 확장을 시도해 볼 수 있지요. 베인캐피탈은 투자기업을 보는 눈이 좋은 사모펀드입니다. 이들이 본 더존비즈온의 숨겨진 잠재력이 무엇일까요? 기대됩니다.
6.모빌리티 투자 열풍..티맵모빌리티 투자유치 본입찰
티맵모빌리티 투자 본입찰이 지난 5일 있었습니다. 어펄마캐피탈과 이스트브릿지가 맞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모빌리티 부문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손잡고 내달 출범하는 JV를 통해 '우티'를 선보인다고 합니다. 우버에서 우, 티맵에서 티, 이래서 '우티'라는데 조금 웃은 거 저만 그런 거 아니겠죠? 🙂 우버와의 JV에서 책정된 기업가치는 1조원입니다. 2025년까지 이 회사를 4.5조원짜리로 키우는 게 SK텔레콤의 목표라고 하네요.
7.그 외의 여러 딜들
-네이버가 '스페인의 당근마켓' 왈라팝에 15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IT부 김주완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흥아해운 인수전에서 손을 뗀다고 합니다. 말로는 (지분을 가질 때가 아니니) '채권 변제라도 받자'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하네요.
-(주)두산의 지게차 사업부가 두산밥캣으로 넘어갑니다. 밥캣을 팔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눈치를 보네요. 그건 결정되지 않았다"고.)
-파운드리 부문을 떼어낸 매그나칩 반도체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앞서 파운드리 사업부와 청주공장을 국내 PEF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 컨소시엄에 팔았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일부 관여되어 있는 딜이었지요. 이번에 파는 것은 잔여분입니다. 잔여분이라곤 해도 꽤 의미가 있습니다. OLED디스플레이용 칩 분야 등이 있고 SI FI들 관심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해양 계열 해양플랜트 기자재 회사 신한중공업의 새 주인으로 태화그룹과 NH-오퍼스 PE 컨소시엄이 선정됐습니다.
지난 몇 달 간 이 코너를 운영해 보니 시장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딜,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알려진 딜은 2주마다 약 10여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빅딜인데 잘 알려지지 않아서 못 쓰는 것도 있고 의미가 있지만 규모가 작아서 다 다루지 못하는 딜들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2주일마다 10여개 딜, 한달이면 약 20여개, 1년이면 약 300개 정도 딜을 언급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코너를 통해 오히려 제가 배우는 느낌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 주세요.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