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포만과 브랜드 종속제품 전략
“지금은 다들 우리 제품이 멋지다고 평가하지만 언젠가는 또 금방 싫증을 느끼겠지?”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디자이너들의 이러한 고민은 감각포만(sensory satiety)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감각포만은 처음 봤을 때 미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된 제품으로 인식하지만 구매 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경험했던 미적 즐거움이 감소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디자인된 제품에 감각포만을 경험하면, 새로운 미적 편익을 추구하기 위한 동기가 생겨 새로운 제품을 탐색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마케터 입장에서) 경쟁사 제품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감각포만을 최소화하고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마케터가 고려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브랜드 종속제품 전략(brand accessory strategy)을 대안으로 소개한다.
브랜드 종속제품 전략은 본래 브랜드 수명주기(lifecycle)상 성장기에 접어든 경험적 브랜드 제품에 결합이 가능한 종속제품(accessories)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정의된다(A brand accessory strategy entails the introduction of accessories that can be used in conjunction with the elaborated brand). 정의만 읽어보면 이해가 어렵다.
애플, BMW 미니, 크록스, 그리고 바비 인형을 떠올려 보자. 해당 제품들은 심미적 편익 즉 감각적 즐거움을 핵심 편익으로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품들은 영리하게도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속제품(액세서리)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의 주력 제품인 아이폰은 전용 케이스, 슬리브 그리고 카드지갑을 자사 채널(MagSafe)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폰의 종속제품인 에어팟의 경우 에어팟 충전케이스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액세서리들(키링, 케이스, 파우치)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에어팟 맥스 헤드폰까지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이폰의 또 다른 종속제품인 애플워치는 어떤가. 애플워치를 마음껏 꾸밀 수 있는 다양한 밴드를 제공하고 있으며, 에르메스 그리고 나이키와 협업한 밴드도 애플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BMW의 미니도 흥미로운 종속제품들을 소개하며 소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미니의 모든 모델에 적용되는 미러캡(mirror cap), 도어핀(door pin), 그리고 도어 LED 프로젝터가 대표적인 종속제픔이다. 미니의 이러한 종속제품들은 자동차 성능을 개선시키기 보다는 꾸미는 목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쇼룸에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들을 위해 BMW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니를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종속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마텔사의 바비도 마찬가지다. 바비 전용 드레스부터 시작해 자동차, 집, 그리고 요트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크록스 역시 주력 제품인 클로그에 자유롭게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지비츠(jibbitz)를 소개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종속제품들은 어떤 역할을 할까. 주제품의 기능을 개선시키지는 않지만 주제품으로부터 기대하는 감각적이며 심미적인 편익에 싫증나지 않게 감각포만을 어느 정도 통제시켜 준다. 즉 주제품의 매력적인 디자인에 싫증을 느끼지 않도록 다양한 종속제품들을 통해 꾸밈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종속제품(케이스, 이어폰, 미니캡, 지비치 등)들은 주제품이 없다면 소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적 매력을 갖춘 제품을 소유한 소비자는 감각적으로 세련된 즐거움에 대한 욕구 역시 강하다. 하지만 그러한 소비자들은 감각추구성향(sensation seeking) 역시 높기 때문에 감각포만도 빠르게 경험한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심미적 편익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종속제품 출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멋진 디자인 제품에 대한 싫증을 늦추고 고객 이탈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