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을 찾은 관광객 수 씨가 촬영한 영상./ 영상=데일리메일
동물원을 찾은 관광객 수 씨가 촬영한 영상./ 영상=데일리메일
개를 늑대인 양 우리 안에 넣어 놓은 중국의 한 동물원이 화제다. 재정난에 휩싸인 동물원이 늑대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늑대보다 값싼 개를 선택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7일 BBC,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셴닝시 소재 한 동물원은 늑대를 대신해 로트와일러로 추측되는 개를 늑대 우리 안에 가져다 놨다.

이 사실은 동물원을 찾은 관광객 수 씨가 촬영한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면서 입소문을 탔고,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수 씨가 우리 안에 갇힌 개를 향해 "어머, 너 늑대니?"라고 묻는 장면이 담겼다.

수 씨는 최근 베이징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왜 늑대가 아닌 개가 우리 안에 있느냐'고 동물원 직원에게 물었고 이에 동물원 직원으로부터 "원래는 늑대가 있었는데 늙어서 죽었다. 때문에 동물원에서 감시견으로 기르던 개가 일시적으로 우리 안에 머물게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영상을 둘러싸고 일부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온라인상에서 각종 추측과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는 큰 웃음을 줬다는 반응이 잇따르는 한편 "충격적이다" "슬프다"라는 반응도 이어졌다.

늑대와 외관이 더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허스키가 더 나았을 뻔했다'고 적은 한 웨이보 이용자의 게시글은 6000개가 넘는 좋아요 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개를 늑대로 둔갑시켜 넣어 놓은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개가 늑대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 매체 샤인은 해당 동물원 직원이 "동물원을 원활하게 운영하기에 현재 방문객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 점을 미뤄 이같이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중국 동물원들은 심각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난징의 한 유명 동물원은 중국 인민들을 향해 기부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동물원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직원들의 급여까지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를 늑대 우리에 넣어놔 논란이 된 동물원의 경우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는 후베이성 우한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동물원의 지속적인 운영을 우려하는 글들도 쏟아지는 한편 동물원의 열악한 운영 실태를 지적하며 동물 방치 및 학대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잇따랐다.

중국 매체 글로벌 타임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최근 작은 동물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때문에 동물이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