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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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내장사(內藏寺) 대웅전을 전소시킨 50대 승려가 뒤늦게 사과했다.

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를 타고 전주지법 정읍지원에 온 최모(54) 씨는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씨는 '왜 불을 질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고 답했다.

불을 지른 뒤 스스로 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변 산으로 번지면 안 되니까 (신고했다)"라고 했다. 최씨는 구체적 범행 경위에 대해서는 "들어가서 설명하겠다"고 말한 뒤, 형사들의 손에 이끌려 법원으로 이동했다.

최씨는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를 받고 있다. 이 불로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17억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내장사 대웅전은 백제 무왕 37년인 636년 영은조사가 백제인의 신앙적 원찰로서 50여 동의 전각을 세우고 영은사로 창건했다. 1557년(조선 명종 12년)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당우를 새로 건립해 중창하고, 산 안에 무궁무진한 보물이 숨어 있다고 해 절 이름을 내장사로 지었다. 이후 크고 작은 화재로 현재까지 총 네 차례나 화재가 발생하게 됐다.

최씨는 화재를 직접 신고하고도 자리를 떠나지 않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사찰 관계자와 다툼이 있어서 홧김에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내장사 측은 "최씨와 다른 스님들 간에 불화는 없었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최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