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크루즈 업체 카니발의 크루즈선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부두에 정박해 있다.   한경DB
세계 1위 크루즈 업체 카니발의 크루즈선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부두에 정박해 있다. 한경DB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지난 4일 연 1.54% 선을 넘어서자 다우·S&P500·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조정장에서 투자자는 어떤 종목을 사고 팔아야 할까. 월가에서는 금리가 상승할 때는 가치주와 실적주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반면 투자금 회수기간이 길어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성장주는 팔 때라는 분석이다.

금리는 당분간 더 상승할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중앙은행(Fed) 인사들은 발언이 제한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갔다”며 “적어도 18일까지는 금리 상승 속도를 낮추기 위한 구두 개입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말에는 금리가 1.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카니발·쿠어스맥주…금리 상승기엔 가치주 뜬다

금리 상승기, ‘듀레이션’을 살펴라

골드만삭스는 금리가 오르면 ‘듀레이션’이 짧은 주식, 즉 가치주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주식 밸류에이션 모델에 따르면 금리가 오를 때는 주가수익비율(PER)보다 주식 듀레이션이 더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듀레이션은 채권에서 나온 개념이다. 쉽게 말해 투자한 뒤 원금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이다. 금리가 변할 때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계산하는 데 쓰이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듀레이션이 긴 채권의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

이를 주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주식 듀레이션은 투자자가 주식을 샀을 때 해당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수익을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통상 밸류에이션이 낮은 ‘가치주’는 현금흐름의 무게중심이 가까운 시점에 있다. 빨리 이득을 내서 투자금 회수도 빠르다. 반면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는 현금흐름의 중심이 먼 미래에 있으므로 듀레이션이 길다. 향후 큰 이득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득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금리 상승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가치주의 가격이 덜 하락하고,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는 더 많이 하락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지난 1년은 이익을 내지 못해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성장주가 각광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가 추린 적자 기술주들은 지난해 204%, 올 들어 첫 6주간 27% 상승했다. 하지만 금리가 급등한 지난 2주간은 15%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의 경우 현재 적자를 내고 있고, 밸류에이션은 미래 성장에 기반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금리가 오르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순환매가 이어질 위험을 감안해 성장주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치주는 담고 성장주는 팔아라

골드만삭스는 주식 듀레이션이 짧은 기업을 추렸다. 그중에서도 올해 매출 증가가 예상되면서 지난 2주 금리가 급등할 때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였던 주식을 골랐다. 크루즈 여행 기업 카니발(CCL), 맥주 제조 기업인 몰슨쿠어스브루잉(TAP), 항공기 임대 사업을 하는 에어리스(AL)가 이름을 올렸다. 이 기업들은 모두 현재 주가가 코로나19 이전 고점에 못 미친다. TV채널 디스커버리로 알려진 미디어 기업 디스커버리(DISCA),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MU)도 포함됐다.

반면 듀레이션이 긴 성장주는 단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시가총액이 5000만달러 이상이면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 기업들을 추려냈다. 지난해 상장 대박을 낸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노우플레이크(SNOW),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로쿠(ROKU), 전기차 테마로 주가가 급등한 플러그파워(PLUG) 등이 뽑혔다.

저금리든 고금리든, 실적주는 언제나 옳다

모건스탠리는 실적이 좋은 주식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실적이 받쳐준다면 저금리든 고금리든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보리스 러너 모건스탠리 계량분석 전략가는 “어떤 금리 상황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업종 안에서도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방산 업체인 록히드마틴(LMT)은 지난해 코로나19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9% 늘었다. 항공우주 기업인 레이시온테크놀로지(RTX)도 지난해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주당순이익(EPS)이 0.58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20.83% 웃돌았다. 이 밖에도 에너지 기업인 린데(LIN)와 다이아몬드백에너지(FANG) 등이 이름을 올렸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