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앞둔 대한항공이 3조3000억원대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주주배정 방식 기준)다.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두 국적 항공사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대한항공은 3조원 넘는 현금을 손에 쥐면서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지난 4~5일 진행한 3조315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 청약에 모집액의 약 104%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청약률은 80%대를 기록했으나 기존 주주들이 초과 청약에 나서 100%를 넘겼다. 신주 발행가(1만9100원)가 현 주가(5일 종가 2만7700원)보다 30% 이상 낮아 주주들이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 조달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대한항공은 항공업계 구조조정의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기대가 업계에서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경영 환경에도 화물 운송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10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여객 수요 회복을 발판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주가가 크게 상승해 자금 조달 규모도 늘었다. 유상증자 발표 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만4400원이었던 신주 발행 가격은 32%가량 더 높게 조정됐다. 이에 따라 당초 예상한 2조5000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투자업계에선 “대한항공이 코로나 종식 때까지 버틸 체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중 1조4999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투입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9개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세계 7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조달금액 중 나머지 1조8159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674.1%다. 서울시와 잠정 합의한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협상이 끝나면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재무적 부담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났지만 여객 수송이 회복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