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권 잠룡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일정을 마지막으로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4월 재·보궐 선거를 지휘하며 대권가도의 전면에 나선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7일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낙연 퇴임…與 대권 체제 돌입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와 민주당 선대위원회 발대식 일정을 마지막으로 7개월여의 짧은 임기를 마무리한다. 9일에는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 대표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신복지제도’ 구상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선다.

이 대표뿐 아니라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등 여권 주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는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날은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증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SNS를 통해 “북유럽 같은 고부담 고복지로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기본소득목적세를 도입하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은 ‘내는 세금보다 받는 소득’이 많아지므로 증세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 적어지고 국민적 합의를 얻기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향후 백신 접종 계획 등을 밝혔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변수 여전한 與 ‘3자 구도’

이재명·이낙연·정세균 등 3자 구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선 ‘제3 후보론’과 ‘13룡 등판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13룡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 의원은 SNS를 통해 “20대 대통령선거는 대한민국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청년 세대의 역동성을 담아내는 용광로가 돼야 한다”며 “제가 그 역할을 자임하고자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을 포함해 김경수·김두관·김부겸·이광재·이인영·임종석·양승조·최문순·추미애 등 13룡은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세 주자 모두 약점이 뚜렷한 ‘불안한 3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친문(친문재인)의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거 이후 계속된 지지율 하락세 속에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도 차기 주자로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5% 지지율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거취에 촉각 곤두세우는 野

야권은 윤 전 총장의 사임 후 술렁이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비(非)여권 후보로서는 유일하게 ‘3강’에 속하는 윤 전 총장의 거취에 따라 야권 대선주자 구도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 사임 직후 “윤석열은 야권 인물”이라며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접합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는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성급하게 정치를 시작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떤 건지 비전을 열심히 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을 밀어냄으로써 야권 분열의 단초를 만들었고 이재명 처리만 남았다”며 “어떻게 음모를 꾸미는지 문재인 정권의 책동을 우리 한번 잘 지켜보고 이제는 바보같이 당하지 말고 타개책을 세우자”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야권 분열을 야기할 ‘위험 요소’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야권에서는 홍 의원을 비롯해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잠룡으로 꼽힌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