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이 아침의 시] 마흔 - 윤석정(1977~)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아침의 시] 마흔 - 윤석정(1977~)
    매일 전철을 탔는데 마흔 즈음에 마흔은 휘어진 마음을 뚫고 달려오는 전철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흔 먹은 독수리처럼 부리는 길어질수록 휘었고 발톱은 안쪽으로 말렸으므로 마흔은 함부로 나불거리거나 아무나 할퀼 수 없다

    마흔은 사직서를 마음에 개켜 놓았고 처자식이 두터운 날개였으므로 아무도 모르게 멀리 날아갈 수 없다

    가슴 안쪽으로 파고든 부리처럼 마흔 번 휘어진 마음을 떼어내면 다시 자랄 마음이 있을까 오늘도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마흔은 마흔을 뚫고 달려왔다

    -시집 《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매일 전철을 탔는데 마흔이 되다니 조금의 휘어짐도 없는 직설이네요. 마흔 먹은 독수리를 마음먹은 독수리로 잘못 읽었더니, 마흔이란 마음먹은 일들이 자꾸만 휘어지는 나이구나 싶습니다. 사직서도 개켜두고 멀리 날아갈 수도 없는 마음이란 마흔 번이나 휘어진 마음이라서 다시 자랄 수도 없을 것 같은데, 기어코 자라나나 봅니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든 막차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ADVERTISEMENT

    1. 1

      [이 아침의 시] 모란의 얼굴 - 최정례(1956~2021)

      젊고 예쁜 얼굴이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나를 보고 웃는 것은 아니다도착하자마자 우리도 떠나고 있는 것이다빨간 꽃잎 뒤에 원숭이 얼굴을 감추고일요일 아침 모두가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가자! 결의하고는 떠나고 있다맹인의 지...

    2. 2

      [이 아침의 시] 선인장 - 박상률(1958~)

      온몸이 가렵다땀구멍마다 뿔이 나고 있다선인장 가시 같은 뿔이 옷을 뚫고 나온다내가 선인장이 되고 있나 보다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온몸이 처진다발밑엔 온통 모래가 날아와 쌓이고비는 통 오지 않는다―목이 탄다나는 얼마나 ...

    3. 3

      [이 아침의 시] 입자들의 스타카토…반짝임, 흐름, 슬픔 - 최정례(1955~2021)

      반짝이는 것과흘러가는 것이한 몸이 되어 흐르는 줄은 몰랐다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당신은 죽었는데 흐르고 있고아직 삶이 있는 나는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의미가 있는 걸까의미가 없는 걸까무심한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