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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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쿠팡이 이번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데뷔합니다. '메기'로 불리던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7조원 상당에 달하는 '공룡'으로 거듭나게 됐습니다. 쿠팡은 상장 과정에서 1억2000만주를 매각, 최대 36억달러(약 4조4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발판으로 한 쿠팡의 행보가 국내 유통산업 진영과 나아가 인수·합병(M&A)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경닷컴은 '쿠팡 뉴욕증시行 나비효과' 상·하편에서 그 여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쿠팡이 촉발한 유통가의 배송전쟁은 이제 정말 시도 때도 없어졌다. 쿠팡을 전자상거래(e커머스) 강자로 키운 '로켓배송'은 과거의 익일 배송에서 이제는 '당일 배송'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기존 유통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유통의 중심축이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간 만큼 배송 중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유통가 배송전쟁…배송은 더 빨리 주문금액은 더 낮게

GS리테일은 19일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이하 우딜) 모바일 앱(운영프로그램)을 정식 운영한다고 밝혔다. 30년간 GS25 광장점을 운영하다 은퇴한 장영은 씨가 1호 '우리동네딜리버리' 배달원으로 위촉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은 19일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이하 우딜) 모바일 앱(운영프로그램)을 정식 운영한다고 밝혔다. 30년간 GS25 광장점을 운영하다 은퇴한 장영은 씨가 1호 '우리동네딜리버리' 배달원으로 위촉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잠실점은 지난 1월부터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에서 고객이 주문하면 2시간 내 배송을 마치는 '릴레이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기존 점포 배달의 경우 배송기사가 차량 운전과 배송을 모두 도맡았지만 '릴레이 배송'의 경우 각 지역 배송거점에서 최종 목적지인 배송지까지 '라스트마일' 배송 담당자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했다.

쿠팡의 공세에 맞서는 대형마트는 이같이 '즉시 배송'까지도 도입 검토에 나선 모습이다.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는 지난달부터 슈퍼마켓 브랜드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자체 온라인몰 주문 상품을 1시간 내 즉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창립 2주년을 맞은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쓱배송'과 '새벽배송'을 고도화하고 차차 적용지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편의점 업계에선 CU와 GS25 모두 도보 및 배달앱(운영프로그램)을 활용한 심야 배달서비스를 도입한지 오래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일반인이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체 배달 플랫폼 '우리동네딜리버리'(이하 우딜) 모바일 앱을 선보였다. CU의 경우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전국구 매장에 늘려가고 있다. 24시간 배달 서비스 운영점의 하루 배달 매출의 절반(44%)이 23시부터 익일 오전 7시 사이에 발생할 만큼 심야 배달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3시간 내 즉시 배송 서비스 '오늘드림'을 배송상품군과 매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그런가하면 홈쇼핑 업계에선 배송 단위의 허들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또는 묶음 상품을 수령지 혹은 수령일을 나눠서 배송하는 방식이다. CJ ENM 오쇼핑부문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CJ몰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상품에 대해 2~3곳으로 나눠 보내주는 '나눔배송'을 시작했다. 수량이 많아 상품 구입을 꺼려했던 고객들과 1~2인 가구 비중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현대홈쇼핑도 데이터홈쇼핑 채널인 ‘현대홈쇼핑플러스샵’에서 판매 중인 김치, 곰탕 등 일부 대용량 식품에 ‘반반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구청환 CJ ENM 오쇼핑부문 SCM기획운영팀장은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고객편의 중심의 서비스를 구현해 차별화된 물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4조 실탄' 쿠팡의 진격…'로켓생활권' 더 촘촘해진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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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쿠팡이 촉발한 '배송전쟁'이 향후 한층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상장을 통한 조달자금으로 우선 운송·물류 역량과 IT 개발인력 등에 공격적인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는 우선 쿠팡이 제주도까지 넓힌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이 한층 촘촘하게 퍼진다는 이야기다. 쿠팡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대구 메가물류센터 등 6곳의 물류센터를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쿠팡은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또한 쿠팡은 IT 개발자 인력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이미 판교에 개발자를 위한 전용 사무실을 마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 부문 임원(상무)이 쿠팡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CJ그룹(CJ대한통운)과 '혈맹'을 맺고 스마트스토어의 배송 경쟁력을 높인 네이버 등 IT산업발(發) e커머스 진영과도 본격적인 자웅 겨루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전국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망 구축이 일단락됐고, 그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플랫폼 지배력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추가적인 물류센터 건립 등을 통해 쿠팡의 배송 밀집도는 더욱더 높아질 것"이라며 "지속적인 풀필먼트 수수료 수익 증가와 택배단가 하락으로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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