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수종 빽빽이 심은 LH 직원…업계 "선수 아니면 못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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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보상 막는 법규 있지만 '구멍 숭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에 땅을 매입하고, 희귀수종을 빽빽이 심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8일 토지보상·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한 간부급 직원 A씨는 2017∼2020년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해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희귀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당 약 25주의 나무가 180∼190㎝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졌는데, 이 나무는 3.3㎡당 한 주를 심는 것이 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높은 보상을 받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토지보상법 시행 규칙은 "수목의 손실에 대한 보상액은 정상식(경제적으로 식재 목적에 부합하고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한 수목의 식재 상태)을 기준으로 한 평가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목 밀식에 의한 투기 성행을 방지하기 위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빽빽하게 심어진 수목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식재를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을 보상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수종 밀식은 딱 보면 티가 난다"며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길이 0.5m 안팎의 묘목을 기준으로 1∼1.5m 간격으로 심겨 있으면 밀식으로 판단하고 감정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심은 나무가 희귀수종이다 보니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보상금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LH는 "지장물(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돼 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조사는 관련 지침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사된다"며 "감정평가업자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용역을 거쳐 감정평가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원칙은 있으나 이론과 현실은 다소 괴리가 있다"며 "희귀종에 대한 토지 보상 자료와 기준은 부족하고, 촘촘한 규정 밖에서 LH의 지장물 조사 지침에 따라 토지 소유자는 '로또'를 맞을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LH 직원처럼 선수가 아니라면 도저히 벌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감정평가사는 "희귀 수목은 감정 평가에서 감을 잡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난도가 있는 지장물은 평가사들이 전문기관에 의뢰하지만, 값비싼 큰 나무도 아니고 묘목의 감정 평가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조사자의 재량에 따라 보상금이 상이하게 매겨질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규정을 회피할 방법을 잘 아는 LH 직원이 더 많은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벌인 일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이 신도시 지정 이전에 해당 토지를 매입하고, 나아가 더 많은 토지 보상금을 노린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으로 '대토보상'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대토보상이란 토지보상금을 현금이나 채권이 아닌 토지로 받는 방식이다.
대토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대지분할면적(녹지지역의 경우 기준면적은 200㎡) 이상이면 된다.
대토보상은 토지에 대한 보상 외에 별도로 주어지는 인센티브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공공사업지구에서 토지 면적 1천㎡ 이상을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하면 통상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협의양도인택지)를 일반 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택지 우선 분양권)를 준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업 지구에 향후 건설될 아파트를 우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업 시행자에 양도해야 할 토지는 1천㎡가 아니라 400㎡다.
다만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8일 토지보상·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한 간부급 직원 A씨는 2017∼2020년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해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희귀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 나무를 심었다.
㎡당 약 25주의 나무가 180∼190㎝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졌는데, 이 나무는 3.3㎡당 한 주를 심는 것이 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높은 보상을 받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토지보상법 시행 규칙은 "수목의 손실에 대한 보상액은 정상식(경제적으로 식재 목적에 부합하고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한 수목의 식재 상태)을 기준으로 한 평가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목 밀식에 의한 투기 성행을 방지하기 위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빽빽하게 심어진 수목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식재를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을 보상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수종 밀식은 딱 보면 티가 난다"며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길이 0.5m 안팎의 묘목을 기준으로 1∼1.5m 간격으로 심겨 있으면 밀식으로 판단하고 감정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심은 나무가 희귀수종이다 보니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보상금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LH는 "지장물(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돼 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조사는 관련 지침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사된다"며 "감정평가업자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용역을 거쳐 감정평가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원칙은 있으나 이론과 현실은 다소 괴리가 있다"며 "희귀종에 대한 토지 보상 자료와 기준은 부족하고, 촘촘한 규정 밖에서 LH의 지장물 조사 지침에 따라 토지 소유자는 '로또'를 맞을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LH 직원처럼 선수가 아니라면 도저히 벌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감정평가사는 "희귀 수목은 감정 평가에서 감을 잡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도 "난도가 있는 지장물은 평가사들이 전문기관에 의뢰하지만, 값비싼 큰 나무도 아니고 묘목의 감정 평가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조사자의 재량에 따라 보상금이 상이하게 매겨질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규정을 회피할 방법을 잘 아는 LH 직원이 더 많은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벌인 일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이 신도시 지정 이전에 해당 토지를 매입하고, 나아가 더 많은 토지 보상금을 노린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기자회견으로 '대토보상'이라는 단어가 주목받고 있다.
대토보상이란 토지보상금을 현금이나 채권이 아닌 토지로 받는 방식이다.
대토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건축법상 대지분할면적(녹지지역의 경우 기준면적은 200㎡) 이상이면 된다.
대토보상은 토지에 대한 보상 외에 별도로 주어지는 인센티브와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공공사업지구에서 토지 면적 1천㎡ 이상을 사업 시행자에게 양도하면 통상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협의양도인택지)를 일반 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택지 우선 분양권)를 준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업 지구에 향후 건설될 아파트를 우선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권리를 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토지 소유자가 사업 시행자에 양도해야 할 토지는 1천㎡가 아니라 400㎡다.
다만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