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휩쓸고 있다. 시즌 초반 한국 선수들의 부진을 틈타 미국 선수들이 투어 패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다.

오스틴 언스트(28·미국·사진)는 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의 골든 오칼라GC(파72·6526야드)에서 열린 드라이브온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를 친 언스트는 10언더파의 제니퍼 컵초(23·미국)를 5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거뒀다. 지난해 8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이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400만원)를 챙긴 언스트는 9년간 투어에서 412만7272달러를 벌어 총상금 400만달러 고지를 넘었다. 언스트는 이번 대회 나흘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도 완성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언스트는 초반부터 줄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4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옆에 붙이며 버디를 신고한 그는 5번홀(파5), 6번홀(파3), 7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2위 컵초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우승 경험이 없는 컵초는 오스틴의 기세에 움츠러들었다. 오스틴이 12번홀(파5)과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컵초는 15번홀(파3)에서 더블 보기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오스틴은 “14번홀이 끝났을 때 컵초와 타수가 3타 차로 좁혀져 긴장했다”며 “캐디를 맡았던 친오빠의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이 힘이 돼 남은 홀에서 타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선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K골퍼’들에게 밀려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존재감이 약화됐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 1월 개막전 우승자 제시카 코르다(29), 2월 게인브리지 LPGA 챔피언 넬리 코르다(23)에 이어 언스트가 이번 대회를 제패하면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미국 선수들이 개막 3연승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로는 전인지(27)가 올 시즌 모든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분전하고 있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4위다. 개막전인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4위를 시작으로 게인브리지 LPGA 공동 8위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톱10에 들었다.

지난해와 2019년에는 톱10에 두 번씩 드는 데 그쳤던 데 비해 무서운 시즌 초반 페이스다. 세계랭킹 2위 김세영(28)은 3언더파 공동 14위, 박희영(34)은 1언더파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성현(28)은 1오버파 공동 34위에 머물렀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