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인 시내버스 회사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주식시장에 처음으로 상장할 전망이다. 전국 시내버스 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해 국내 1위 사업자로 올라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가 이 회사들을 묶어 상장한 뒤 ‘국민기업’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세금을 투입하는 시내버스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먹튀’(단기 차익실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 도입에 나섰다.

시내버스 첫 IPO 도전

8일 지자체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9개 버스회사는 최근 2020년 결산보고서를 일제히 일반기업회계기준(K-GAP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전환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IFRS를 도입했다”며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회계 기준을 적용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을 선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파트너스는 버스회사들을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를 설립해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고속도로 등 인프라 자산을 묶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형태다. 상장 시기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파트너스가 지난해부터 사들인 버스회사는 한국BRT, 동아운수, 동인여객, 대전승합, 명진교통, 송도버스, 강화선진, 삼환교통, 인천스마트 등 서울 인천 대전 지역 총 9곳으로 모두 900여 대의 버스를 보유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연내 추가로 버스회사를 인수해 2000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상장 대상인 버스회사들은 모두 지자체가 운송비용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에 속해 있다. 준공영제 시내버스 사업은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또 차고지 등 보유 부동산을 활용하고 과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발생하던 경영상 비효율을 개선하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어 안정적인 배당도 가능할 것이란 게 차파트너스의 설명이다.

지자체 “단기 지분 매각·고배당 막을 것”

지자체들은 차파트너스의 이 같은 시도에 당황하고 있다. 준공영제 회사를 민간 자본이 잇따라 인수하고 상장까지 추진할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기행위를 벌인 라임펀드가 지난해 수원지역 최대 버스업체인 수원여객 매각 과정에 관여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버스업계에선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세금이 들어가는 버스회사를 사고 팔거나 상장하면서 단기간 내에 ‘먹튀’하는 일이 발생하면 대중교통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조금이 나가는 버스회사의 주주 변동에 대해 사전 검열을 실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최근 65개 준공영제 버스회사 전체에 주식 양수도 또는 주주 변경 시 서울시와 협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시와 사전 협의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줄 방침이다.

대전시는 버스회사가 자기자본비율 40% 이상, 차입금 의존도 20% 이하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맞추지 못하면 배당을 금지하도록 지난해 조례를 개정했다. 고배당으로 회사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전국 7대 도시 준공영제 시내버스에 투입된 재정보조금은 1조67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시내버스 회사의 IPO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프라 투자처를 발굴해 시민들이 이익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IPO로 인해 실적 위주 경영을 추구하면 교통복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연구실장은 “준공영제는 시민들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이동수단을 서비스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