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김영달·김준환 대표 등
'1세대 벤처' 제자들 참석해 축하
'포스트 AI' 나아갈 길 강조
무엇을 선도해야 할지 고민 필요
"부작용 걱정할 정도로 지원하겠다"
‘은둔의 경영자’ 김정주 NXC 대표가 축사를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8일 열린 이광형 KAIST 총장 취임식에서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 대표는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의 창업자이자 이 교수의 제자다. 이날 열린 취임식에는 공식행사에는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김 대표뿐만 아니라 이 총장의 KAIST 제자인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 등 정보기술(IT)업계 유명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이 총장은 전산학과 교수 시절 김정주 대표, 김영달 대표,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준환 올라웍스 대표 등 1세대 벤처 창업가들을 배출하며 ‘KAIST 벤처 창업 대부’로 불렸다. 김정주 대표는 “아무리 모난 사람이라도 이 교수님은 따뜻하게 품어주셨다”고 말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김영달 대표는 폐쇄회로TV(CCTV)를 세계 최초로 디지털화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회 각계 인사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총장은 KAIST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며 “총장의 비전인 ‘질문하는 창의인재 양성’을 통해 포스트 인공지능(AI) 시대를 잘 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 총장은 개혁의 아이콘”이라며 “KAIST가 이 총장 리더십 아래 한국 과학기술의 앞길을 활짝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KAIST 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강조한 단어는 ‘포스트 AI’다. 그는 “당장 적용될 AI 기술보단 멀리 내다보고 10~20년 뒤 AI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연구실마다 세계 최초 연구를 하나씩 도전하는 ‘1랩 1최초’ 운동을 제안했다. 이 총장은 “우리 사회는 선진국을 어떻게 하면 빠르게 따라갈지를 고민했다”며 “지금은 무엇을 선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 창업도 강조했다. ‘1랩 1최초’와는 별도로 연구실마다 하나의 벤처를 설립하는 ‘1랩 1벤처’ 운동도 할 계획이다. KAIST에 속해 있는 벤처창업 지원조직인 기술사업화부를 민영화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벤처 창업은 교수와 학생 입장에서 자기 연구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부작용이 걱정될 정도로 전폭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화도 가속화한다. 이 총장은 보스턴·실리콘밸리 등 세계 주요 연구거점 지역에 국제캠퍼스 설립을 공약했다. 그는 “누구나 글로벌 인재들과 어울리며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구민기/최한종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