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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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범에게 그릇을 휘둘러 저항한 여성에게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기소유예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진 않지만, 범죄 혐의는 인정하는 처분이다.

헌법재판소는 피해자 A씨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같은 고시원에 살던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A씨가 고시원 내 여성용 공용욕실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 밖에서 조명 전원을 껐으며, A씨가 욕실에서 나온 뒤 뒤를 쫓아와 몸을 만지며 추행했다. 이에 A씨는 들고 있던 사기그릇을 휘둘러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B씨의 오른쪽 귀가 찢어졌다.

B씨는 강제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상해혐의로 입건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A씨는 "김씨의 추행을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이므로 검사가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취소돼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A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관들은 "A씨가 자신보다 아홉 살 가량 젊은 남성인 김씨의 강제추행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 비춰볼 때 A씨가 다른 방법을 취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폐쇄된 고시원 주방에서 단둘이 있었고 B씨가 공포심을 야기하는 행동을 이전에도 자주 했다는 점에서 A씨의 행위가 다소 과도하다고 해도 정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검사는 당시 A씨가 놓인 상황,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경중 등을 따져 A씨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방위 등에 해당하는지 살폈어야 했다"며 "검사가 충분하고 합당한 조사 없이 기소유예처분한 것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며 기소유예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