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도 맞았다…동물용 코로나 백신 개발 확대하는 바이오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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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차단 위해 동물 백신 필요"
국내 씨티씨백 개발 중
국내 씨티씨백 개발 중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오랑우탄 4마리와 보노보 5마리에게 동물용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사람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첫 영장류다.
접종에 사용된 백신은 세계 1위 동물용의약품 회사 조에티스(ZTS)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실험용 쥐를 이용한 동물시험에서 저용량을 투여했을 때 강한 항체 반응과 T세포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미국 동물용 의약품 허가기관인 'USDA APHIS'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백신을 시판하는 게 목표다. 2018년 기준 미국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만 5840만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시장성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 1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고양이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면역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1상에서 만족할 만한 지표를 얻으면 백신 접종한 고양이와 접종하지 않은 고양이를 비교하는 2상 시험을 하고 이후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임스 A 헤이워드 어플라이드DNA사이언스 대표는 "코로나19가 동물을 통해 변이된다는 게 큰 관심사"라며 "변이는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바이러스를 쉽게 전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백신을 맞으면 동물에서 사람으로 다시 전파되면서 변이가 생기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동물용 백신 개발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반려동물의 증상이 경미한데다 고양이와 개 등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가 대유행(팬데믹) 극복에 장애가 되면서 동물용 백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물 백신은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동물에서 사람으로 코로나19가 전파돼 변이가 생기는 것도 줄일 수 있어서다.
올 1월 국제학술지 병독학(Virulence)에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양이, 개 등 가축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동물에서 동물 간 전파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퍼질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동물용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 사례는 상당수 보고됐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람쥐는 물론 양과 향유고래 등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영장류를 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람이 감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침팬지 코릴라 등에게 퍼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물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례는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밍크 감염이다. 밍크 농장에서 대규모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잇따르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살처분해야 했다.
조에티스는 밍크 대상 백신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효과가 입증되는 대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조에티스는 지난해 2월 홍콩에서 개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올해 6월까지 유인원 대상 백신 접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연방동물건강센터가 동물용 백신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이다. 당초 올 1월 임상 1상 시험을 끝내고 2월 말께 허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아직 추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새 백신이 개발되면 밍크 등 모피사육 업체 등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밍크펠트 생산국인 덴마크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수백만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한 뒤 시장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모피연맹(IFF)은 아시아에서 밍크펠트 가격이 30%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수급불안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모피외사인 러시안세이블은 "새 백신을 밍크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서는 지난 1월 씨티씨바이오가 자회사 씨티씨백을 통해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양이를 통해 백신 후보물질의 면역 생성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 첫 동물용 백신 후보물질이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접종에 사용된 백신은 세계 1위 동물용의약품 회사 조에티스(ZTS)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APDN, 고양이용 코로나 백신 1상 돌입
9일 업계에 따르면 동물용 백신 개발에 뛰어든 곳은 조에티스 뿐 아니다. 사람 대상 코로나19 디옥시리보핵산(D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어플라이드DNA사이언스(APDN)는 이달 2일(현지시간) 고양이용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동물용 임상에 사용할 제품은 타키스바이오텍에서 사람용 백신으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DNA 백신이다.실험용 쥐를 이용한 동물시험에서 저용량을 투여했을 때 강한 항체 반응과 T세포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미국 동물용 의약품 허가기관인 'USDA APHIS'의 조건부 허가를 받아 백신을 시판하는 게 목표다. 2018년 기준 미국 가정에서 키우고 있는 고양이만 5840만 마리에 이르기 때문에 시장성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 1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고양이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면역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1상에서 만족할 만한 지표를 얻으면 백신 접종한 고양이와 접종하지 않은 고양이를 비교하는 2상 시험을 하고 이후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제임스 A 헤이워드 어플라이드DNA사이언스 대표는 "코로나19가 동물을 통해 변이된다는 게 큰 관심사"라며 "변이는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바이러스를 쉽게 전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백신을 맞으면 동물에서 사람으로 다시 전파되면서 변이가 생기는 것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ZTS, 밍크 백신도 개발
바이러스는 사람에서 동물,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등 종간벽을 넘으면서 다양한 변이를 일으킨다.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면서 지금과 같은 바이러스가 됐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동물용 백신 개발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반려동물의 증상이 경미한데다 고양이와 개 등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가 대유행(팬데믹) 극복에 장애가 되면서 동물용 백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물 백신은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동물에서 사람으로 코로나19가 전파돼 변이가 생기는 것도 줄일 수 있어서다.
올 1월 국제학술지 병독학(Virulence)에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양이, 개 등 가축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동물에서 동물 간 전파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퍼질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동물용 백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 사례는 상당수 보고됐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람쥐는 물론 양과 향유고래 등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영장류를 죽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람이 감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가 침팬지 코릴라 등에게 퍼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물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례는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밍크 감염이다. 밍크 농장에서 대규모 변이 바이러스 감염이 잇따르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살처분해야 했다.
조에티스는 밍크 대상 백신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효과가 입증되는 대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조에티스는 지난해 2월 홍콩에서 개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올해 6월까지 유인원 대상 백신 접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피 수요 높은 러시아, 밍크 백신 개발도 앞장
동물용 백신 개발에 일찍 뛰어든 국가 중 하나는 러시아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애완동물 등 가축과 밍크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임상 시험이 마무리 단계라고 발표했다.러시아가 연방동물건강센터가 동물용 백신 개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이다. 당초 올 1월 임상 1상 시험을 끝내고 2월 말께 허가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아직 추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새 백신이 개발되면 밍크 등 모피사육 업체 등에서 수요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1위 밍크펠트 생산국인 덴마크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수백만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한 뒤 시장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모피연맹(IFF)은 아시아에서 밍크펠트 가격이 30%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수급불안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모피외사인 러시안세이블은 "새 백신을 밍크에게 접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서는 지난 1월 씨티씨바이오가 자회사 씨티씨백을 통해 동물용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양이를 통해 백신 후보물질의 면역 생성 효과를 확인했다. 국내 첫 동물용 백신 후보물질이지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