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은 지난 2일 ‘2021 한국노총 공동 임단투 지침’을 내놨다. 올해 산업 현장 노사 교섭 테이블에 올라올 의제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임단투 지침에서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이 다른 해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올해 단체협상, '노조 운영비' 요구 늘어날 듯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로 6.8%를 제시했다. 2015년 이후 7.5%~9.2%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해 온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단체교섭시 요구사안으로도 제일 먼저 제시한 것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 변동이 발생하거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기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고용 승계 요구를 단체교섭 주요 쟁점 사항 가운데 제일 첫 순서에 넣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노총은 그 밖에도 ▲노동시간 단축 ▲개정 노조법 대비 ▲위험의 외주화 금지 ▲비정규직 남용금지 ▲노동이사제 ▲유급휴가제 도입 등 모두 13개 쟁점별로 단체교섭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 가운데 노사관계 업무 담당자들이 눈여겨볼 대목은 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한국노총의 대응 전략이다. 개정된 노조법 조항을 감안해 초기업 단위 산별노조 조직 강화, 노조 운영비 지원, 단협 유효기간 유지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연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이유로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기 이전인 2020년 5월 20대 국회에서도 노조법이 개정됐다. 4월 총선으로 21대 국회의원이 선출된 후에 열린 마지막 본회의에서 노조법 81조의 부당노동행위 규정이 바뀌었다. 그에 따라 ‘노조 운영비 지원 기준’이 확대된 건 201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종전까지는 최소한의 사무소 제공을 제외한 노조 운영비 지원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대상이었다.
올해 단체협상, '노조 운영비' 요구 늘어날 듯
한국노총은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법 개정으로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측이 유효기간 연장을 요구하면 거부하라는 지침이다. 기존 유효기간을 유지하되 3년으로 연장할 때에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바뀌는 경우를 대비해 보충협약을 체결하거나 재교섭을 할 수 있는 조항을 반드시 단협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성 평등과 일·생활 균형 등과 관련해 단체협약에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사용자의 조사과정에 노조가 참여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라고 지도하고 있다.

한편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로 인해 60년대 초반에 출생한 근로자들의 정년이 임박함에 따라 노조는 정년연장, 정년 후 재취업·창업지원 등을 사용자와 단체협상 과정에서 요구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교섭 쟁점 사항과 노조의 교섭 전략 이외에 한국노총의 노동운동 방향도 공동임단투 지침에 제시돼 있다. 조합원을 200만명까지 늘린다는 목표로 노조 조직화 사업을 역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원 수에서 제1 노총의 자리를 2018년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내준 이후 이를 회복하기 위한 한국노총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대비해 새 정부의 노동 사회 플랜을 마련한다는 부분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 사회 국정과제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의 정책 아젠다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2021 한국노총 공동 임단투 지침은 한국노총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