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 /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회장 등 포스코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적 이익 취득 의혹을 주식 시장에까지 제기하는 모습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금속노조는 최 회장 등 포스코 임원 64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최 회장 등 임원들이 지난해 3월 12~27일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주식 1만9209주(약 32억6000만원 어치·기준가 17만원) 상당의 포스코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같은 해 4월 10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수 계획을 의결했는데, 이를 외부에 공개하기 전부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주식을 매수했다는 게 민변 등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전중선 포스코 부사장이 지난해 3월 12일 포스코 주식 1000주를 매입한 게 사건의 시작"이라며 "다음날인 13일에는 자사주 매입 실무를 총괄한 재무담당임원인 임승규 재무실장이 300주를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정우 회장도 같은해 3월17일 615주를 매수했고, 집단 주식매입이 마무리된 3월 31일로부터 열흘 뒤에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임원들의 주식 매입이 집단적 행동이라고도 주장했다. 민변 등은 "64명의 임원들이 특정 시기에 자사 주식을 매입했고 매수 수량도 사전 공모한 것처럼 100∼300주 정도로 유사하다"며 "사전에 동일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보는 게 상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코의 1조원 자사주 취득은 시가총액 15조5000억원의 6.44%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라며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라는 점도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LH 땅 투기 사태'를 언급하며 "호재성 공시를 앞두고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LH공사 직원들이 내부정보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만큼, 금융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적극 해결에 나서야한다는 취지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시흥에 100억원대의 토지를 미리 매입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후 국토부가 LH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총 13명의 LH 현직 직원들이 땅을 산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경찰은 9일 LH 본사와 직원들 주거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민변 등 시민단체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임원들의 주식 매입과 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당사 임원들은 당시 매입한 주식을 현재까지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측은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기업 임원들의 자기 회사의 주식 매입 발표가 이어졌다"며 "포스코 역시 주가가 연초 대비 최대 42% 급락하자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원들은 향후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며, 신속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