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초빙공고 100일만에…한국폴리텍대 지각취임식 열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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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전 이사장, 강력한 연임 의사
마지막 이사회도 4시간 가까이 걸려
일찌감치 '선수' 정해진 인력공단도
이달초에나 어수봉 새 이사장 취임
문정부 마지막 공공기관 인사 시즌
"어차피 낙하산 욕먹을텐데 한꺼번에 "
마지막 이사회도 4시간 가까이 걸려
일찌감치 '선수' 정해진 인력공단도
이달초에나 어수봉 새 이사장 취임
문정부 마지막 공공기관 인사 시즌
"어차피 낙하산 욕먹을텐데 한꺼번에 "
한국폴리텍대 신임 이사장에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이미 전임 이석행 이사장의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이사장 선임 절차가 하염없이 늘어지면서 지난 8일에야 '지각 취임식'을 열었다. 한국폴리텍대가 신임 이사장 초빙 공고를 낸 것은 지난해 12월 1일, 취임식까지는 그로부터 약 100일이 걸렸다. 앞서 3일에는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취임했다. 역시 전임 김동만 이사장의 임기가 끝난 지난해 12월 15일 이후 3개월 가까이 걸렸다.
조 신임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실 노사관계행정관을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쳐 2017년부터는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한국폴리텍대는 전국 35개 캠퍼스와 4개 교육원으로 구성된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특수대학이다. 기능인 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조 이사장의 이력 탓에 취임까지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직전 이석행 이사장이 강력한 연임 의사를 밝힌 것도 취임식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다. 신임 이사장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열린 한국폴리텍대 이사회는 오전 8시에 시작해 격론 끝에 정오가 돼서야 끝이 났다. 막판까지 이석행 이사장이 '전의'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통상 신임 이사장 초빙공고가 나가면 현 이사장이 짐을 싸고 자리를 비켜줄 준비를 하는 통상적인 공공기관장 교체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자리에 앉은 조 이사장,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향후 국회에서 불편한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해 김웅 후보(국민의힘)에 근소한 차이(약 3600표)로 낙선했다. 득표율은 불과 3%포인트 차이였다. 경합지였던 만큼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 후보 간에 감정섞인 비방전이 달아오르면서 '송파대첩'이란 말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당시 조 이사장을 누르고 당선된 김웅 의원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해 있다. 한국폴리텍대는 고용부 산하기관으로, 환노위의 피감기관이다. 라이벌 관계에서 1년여만에 '갑을관계'로 포지션이 재설정된 두 사람의 2라운드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검사 출신답게 '숫자'에 기반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장관은 물론 산하기관장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야당의 센터포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수봉 이사장은 폴리텍대 경우와 달리 일찌감치 내정이 된 상태였다. 김동만 전 이사장도 새 이사장 초빙 공고와 함께 미리 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의 뜻이 없던 김동만 이사장은 수차례 '윗선'에 신임 이사장 발령을 빨리 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새 이사장 발령이 늦어진 데는 '윗선'의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고용부 안팎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 시즌인 만큼 캠프 공신, 총선 낙선자 등 수십 기의 '낙하산'을 내려앉혀야 하는데, 개별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덜렁 발령을 내는 것보다는 유관 공공기관장 인사를 한번에 내는 게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어차피 욕 먹을 것 한번에 먹는 게 낫다"라는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어수봉 신임 인력공단 이사장은 노동연구원 출신으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한 고용노동 전문가다. 2017년에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8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16.4% 올리는 데 ‘총대’를 멨다. 이같은 이력은 향후 국회 환노위 등 공개석상에서 '꼬리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한국폴리텍대는 전국 35개 캠퍼스와 4개 교육원으로 구성된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특수대학이다. 기능인 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조 이사장의 이력 탓에 취임까지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직전 이석행 이사장이 강력한 연임 의사를 밝힌 것도 취임식이 늦어진 이유 중 하나다. 신임 이사장을 최종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열린 한국폴리텍대 이사회는 오전 8시에 시작해 격론 끝에 정오가 돼서야 끝이 났다. 막판까지 이석행 이사장이 '전의'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통상 신임 이사장 초빙공고가 나가면 현 이사장이 짐을 싸고 자리를 비켜줄 준비를 하는 통상적인 공공기관장 교체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자리에 앉은 조 이사장,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향후 국회에서 불편한 장면을 연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해 김웅 후보(국민의힘)에 근소한 차이(약 3600표)로 낙선했다. 득표율은 불과 3%포인트 차이였다. 경합지였던 만큼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 후보 간에 감정섞인 비방전이 달아오르면서 '송파대첩'이란 말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당시 조 이사장을 누르고 당선된 김웅 의원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해 있다. 한국폴리텍대는 고용부 산하기관으로, 환노위의 피감기관이다. 라이벌 관계에서 1년여만에 '갑을관계'로 포지션이 재설정된 두 사람의 2라운드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검사 출신답게 '숫자'에 기반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장관은 물론 산하기관장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야당의 센터포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수봉 이사장은 폴리텍대 경우와 달리 일찌감치 내정이 된 상태였다. 김동만 전 이사장도 새 이사장 초빙 공고와 함께 미리 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임의 뜻이 없던 김동만 이사장은 수차례 '윗선'에 신임 이사장 발령을 빨리 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새 이사장 발령이 늦어진 데는 '윗선'의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고용부 안팎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 시즌인 만큼 캠프 공신, 총선 낙선자 등 수십 기의 '낙하산'을 내려앉혀야 하는데, 개별 기관장 인선이 마무리됐다고 해서 덜렁 발령을 내는 것보다는 유관 공공기관장 인사를 한번에 내는 게 덜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어차피 욕 먹을 것 한번에 먹는 게 낫다"라는 판단이었다는 얘기다.
어수봉 신임 인력공단 이사장은 노동연구원 출신으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한 고용노동 전문가다. 2017년에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8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16.4% 올리는 데 ‘총대’를 멨다. 이같은 이력은 향후 국회 환노위 등 공개석상에서 '꼬리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