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대리서명 등 졸속 처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기간에 공무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 내부 게시판 ‘솔넷’에는 공무원들의 개인정보 동의와 관련한 불만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 직원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 등 직계가족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대리서명이라도 해서 제출하라는 감사실의 요구에 직원들이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본인 동의는 8일, 본인을 제외한 가족은 10일까지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공무원은 “자식은 서울에서 공부하고 부모님은 시골에 계신다”며 “주말 동안 아이들에게 세종에 와서 서명하고 가라고 했고 부모님 서명을 받으러 시골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그런데 양식이 바뀌었다고 10일까지 다시 서명을 받으라 한다”며 “투기범을 잡기 위해 동의해야 하는 건 이해하지만 무고한 직원과 가족에게까지 불편과 손실을 끼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는 “가라(가짜)로 내라던데요. 대리서명을 할 때 ‘대(代)’자도 쓰지 말고”라고 했다. “도서벽지에 사시는 80이 훌쩍 넘은 노모의 동의서는 어떻게 당장 받아오라고 하는 건지…해외에 계신 부모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라는 답글도 있었다.

대리서명을 강요하는 건 추후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형법 239조 1항에 따르면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개인정보동의의 범위를 더 넓게 해석해 문자 등으로도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차 조사 대상인 국토부 공무원과 LH 임직원 중에선 총 41명이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이 중 12명은 불응하겠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거부자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추후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10일 1차 조사를 마무리한 뒤 1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진석/강진규/김남영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