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9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압수한 자료를 운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투기 의혹 직원 13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수사관들이 9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압수한 자료를 운반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 과천의왕사업본부, 투기 의혹 직원 13명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해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LH 직원 처벌 강화를 위한 소급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신도시 지정 취소론, 신도시 토지수요자 전수조사론 등의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LH 사태가 ‘공정’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릴 초대형 악재인 데다 다음달 재·보궐선거와 1년 뒤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를 의식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대책이 난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文 “공급 차질 없어야” 진화

문 대통령은 9일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투기는 투기대로 조사하되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2·4 부동산 대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LH 투기 의혹 발본색원과 차질 없는 공급대책이란 ‘투 트랙’ 대응이다.
'정치적 뇌관' 된 LH사태…문재인 정부 공정성 타격에 선거판 '요동'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도시 지정 취소론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론 등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3기 신도시 취소 가능성을 묻는 말에 “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 그럴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LH 관련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주말 휴일을 제외하곤 지난 3일부터 5일 연속이다. 8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는 “국가가 가진 모든 행정력,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번주 안에 청와대 직원의 투기 의혹과 관련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與 ‘LH 3법’ 처리 방침

여당은 투기 의혹을 받는 ‘LH 3법(한국토지주택공사법·공공주택특별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LH 직원 처벌을 위해 소급입법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위헌 논란을 제기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투기행위가 발생했고 끝난 상태에서 처벌 못하던 것을 처벌하게 하거나, 처벌을 확대하는 식의 소급적용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안’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 소유자를 전수조사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공직자 외에도 다른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다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택지 예정 지구 토지 소유자를 전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불거지는 변창흠 사퇴론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은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토부와 LH 현안보고를 받으며 ‘부동산투기 묵인수괴, 변창흠은 사퇴하라’ ‘반사회적 범죄행위 민주당도 조사하라’ 등의 팻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회의에 참석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도 변 장관을 향해 “물러날 것을 각오하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 장관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행정안전부도 LH 투기 의혹 해소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원인 규명과 위법행위 적발, 제도 개선까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LH 사태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사건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등의 LH 의혹 폭로 후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32.9%(YTN 의뢰, 지난달 22~2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31.0%로 떨어진 반면 국민의힘은 32.0%로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5~6일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안철수·오세훈 후보 누구로 단일화해도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현/하수정/최진석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