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엔 대개 여러 장의 카드가 꽂혀 있다. 신용·체크카드, 사원증, 포인트 카드, 멤버십 카드 등이다. 카드 브랜드마다, 혜택의 종류에 따라 각양각색의 카드를 넣어 다니는 경우도 많다. 이쯤 되면 들고 다니기엔 거북한 지갑이다. 이를 한 번에 해결해주는 기술이 있다. 테크 스타트업 브릴리언츠의 퓨즈카드다.

퓨즈카드는 신용·체크카드, 포인트 카드 등 수많은 종류의 카드를 하나의 카드에 등록해 사용하는 ‘초박형’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최대 30종까지 등록할 수 있다. 배재훈 브릴리언츠 대표는 “누구나 가지고 다니지만 만들기는 어려운 게 플라스틱 카드”라며 “플라스틱 카드를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만든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퓨즈카드를 만드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e페이퍼, 반도체, 배터리, 블루투스 칩 등 수십 가지 부품을 집어넣었는데도 두께가 0.84㎜에 불과하다. 대다수 결제 기계에서 쓸 수 있는 두께다. 구부러지거나 휘어져도 부품에 손상이 가지 않아야 하는 내구성 테스트도 통과했다.

퓨즈카드는 뒤늦게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7년 개발돼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260만달러의 금액이 모일 정도로 소비자에게 반향이 컸다. 하지만 제휴 회사가 부족해 많은 카드를 등록하지 못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카드사 비자로부터 제품 인증을 받았다. 이후 미국과 중동 수십여 개의 카드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여러 국내 은행들로부터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스포츠 이벤트, 엑스포 등과 같은 국제 행사 측과 퓨즈카드로 입장권, 교통카드 등을 대체할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퓨즈카드를 통한 가상화폐 결제도 준비하고 있다.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한 실물 지점에서 퓨즈카드에 등록된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고 아직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조만간 국내에서도 제휴처를 늘리고 이용자 모집에 나설 것”이라며 “하나의 카드로 대부분의 경제생활이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