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백신 접종이 12일째 이어진 가운데 부작용 신고가 계속 늘고 있다. 이상반응 신고건수는 그제 936건 접수돼 총 4851건으로 증가했다. 두통 발열 등 경증이 대부분이지만, 호흡곤란 두드러기 같은 아나필락시스(전신 알레르기반응) 의심 43건 등 중증도 적지 않다. 13명에 달하는 접종 후 사망자는 기저질환 악화 때문이라고 쳐도 일반인의 부작용 발생이 계속되면서 백신 불안감이 오히려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백신 부작용 신고건수가 10만 명당 1265건으로 미국(95건), 영국(331건), 프랑스(184건)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38만 명을 넘긴 국내 접종자의 98%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는 점에서 AZ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자초한 백신 접종 혼란과 그로 인해 쌓인 불신 때문에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생긴다.

돌이켜보면 백신과 관련한 그동안 정부·여당의 대응은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신 늑장 확보에 대해 “해외에서 백신 부작용이 보도되고 있다”고 논점을 돌리고, 대통령 1호 접종 요청에는 “국가원수가 실험대상인가”라는 날 선 반응까지 보였다. 접종 인원을 늘려주는 ‘K주사기’를 자화자찬하는 사이 현장에선 의무사용 여부에 혼란이 컸다. 고령자 AZ 백신 접종을 놓고 오락가락한 것은 물론, 물량이 부족하면 1·2차 백신을 다른 종류를 섞어 접종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는 비과학적 답변도 나왔다.

이렇다 보니 접종 후 사망에 대해 보건당국의 “기저질환 악화에 따른 사망이며, 백신과의 인과성이 낮다”는 설명이 국민을 안심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조사 대상 사망자 8명 모두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없었다고 하지만, 고혈압 당뇨 등이 흔한 질병이란 점에서 선뜻 이해되지 않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가뜩이나 보건당국은 AZ 백신의 고령 접종을 진행키로 가닥을 잡은 시점이다. 백신 효능을 높이는 데 국민 불안이 가장 큰 걸림돌이란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