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오 "착한 눈의 악당? 제일 잘하는 건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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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루카:더 비기닝' 이손 역 배우 김성오
강렬한 액션부터 역대급 빌런까지
목적을 위해 인간성 버린 이손, 주목 받아
강렬한 액션부터 역대급 빌런까지
목적을 위해 인간성 버린 이손, 주목 받아
믿고 보는 '악역 장인' 김성오였지만, 이번엔 또 다른 매력의 악역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9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서 김성오는 지오를 쫓는 특수부대 출신 공작원 이손 역을 맡았다. 김철수(박혁권)의 공작원으로 지오를 추격하던 이손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괴물같은 존재 지오보다 더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지난해 '루카'의 모든 촬영을 끝낸 김성오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물로 나온 '루카'를 보게 됐다는 김성오는 "힘들 줄 알았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과정 자체를 잊어버린 채 드라마를 시청했다"며 열혈 시청자로 '루카'를 지지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같은 길을 가게 된 유나(정다은)과 남다른 유대감을 보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악당의 모습을 선보였다. 큰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목숨은 저버릴 수 있는 이손의 존재는 '인간성을 잃은 인간'이라는 '루카'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올해로 데뷔 21년, 연극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김성오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아내를 '색시'라고 부를 만큼 '사랑꾼'인 김성오이지만 영화 '아저씨'를 비롯해 '성난 황소' 등 강렬한 악역 연기로 사랑받았다. '루카'에서도 악역이지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이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 종영소감이 궁금하다.
장르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거 같아서 감사하다. 이 드라마는 사전제작으로 찍어서 촬영을 미리 모두 다 마쳤다. 지금 막 끝냈다면 '후련하다' 싶을 텐데, 다 찍고 보니 즐겁고, 재밌고 편안한 마음으로 봤다. 육체적인 고생은 생각이 들지 않고,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에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 마지막 방송 어떻게 봤나?
매회 본방사수는 못해도 어제는 본방사수를 했다. 저도 대본을 보니 이손이 죽는 건 미리 알았다. 하지만 이손이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지 대본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끝내는지 몰랐다. 제작발표회때 엔딩에 대해 김래원, 이다희 배우가 언급해서 저도 궁금했는데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선하고, 생소하고,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즐겁게 봤다.
▲ 고생스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고, 그게 재미로 다가왔다. 뭔가 제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몸으로 때운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웃음) 액션이 많아 힘들 줄 알았는데, 그래서 더 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션을 한 작품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액션을 하는건 남자 배우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 악역인데 눈빛이 너무 예쁘다는 시청평이 있었다.
알고 있다.(웃음) 어릴 때, 연애할 때, 눈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런 건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라, 이렇게 봐주시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장르 자체가 SF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어서 현실화 시키는 작업이 고민이었을 거 같다. 이손을 연기하며 현실화하는 작업을 통해 고민한 부분이 있을까.
이손 그 자체만 고민했다. 이손이 어떻게 보여질지, 어떻게 설득력있게 그려질지 고민했다.
▲ 김래원, 이다희 씨와 강렬한 액션을 많이 보여줬다. 합은 어땠나.
김래원은 굉장히 액션을 잘하는 배우다. 액션은 합을 아무리 맞춰도 다치거나 아픈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걸 잘 조율해서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어서 래원이에겐 고맙다. 다희는 여자라 액션을 할 때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다희가 걸크러시라 그런 부분들을 더 잘나왔으면 하는 목표를 보여줬다. 많이 다치고 까졌는데도 불평과 불만이 없었다.
▲ 이번 작품에서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서 따로 준비한 부분도 있나.
안 다치는 게 우선이다보니 틈틈이 운동을 하며 근육을 풀어 놓았다. 액션을 하더라도 덜 다치게 미리 준비를 시켜놓았다.
▲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도 많이 하셨는데 유독 악역이 화제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왜일까.
시청자분들이 저의 악역을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악역만 해야겠다.(웃음)
▲ 유나 역의 정다은과 미묘한 멜로 관계도 엿보였다. 실제로는 어땠나?
다은이도, 저도 이런 감정으로 갈지 몰랐다. 대본을 보고 '이런 게 있구나' 놀란 기억이 있다. 전혀 모르고 시작해서 더 잘 표현이 된 거 같다. 1회부터 '이런 감정을 갖고 있어' 인지했다면 달라진 거 같은데, 주어진 상황과 임무에만 충실하고 달려가다가 보이는 거라 더 설득력 있었던 거 같다.
다은은 어린데 낯을 가리더라. 그래서 제가 말도 많이 시키고 그랬다. 말을 시키면 또 반갑게 살갑게 답하고 얘기하고 그랬다. 귀엽고 예쁜 사촌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 본격 멜로 욕심은 없나요?
멜로는 항상 욕심이 있다. 인간 김성오로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가족들이 화목했으면 좋겠고, 그런 욕심들이 있지 않나. 멜로도 그중 하나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멜로다. 제가 연애를 참 잘한다.(웃음) '네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하하. 우리 '색시'(아내)와 연애할 때도 보면 '난 정말 사랑을 잘하는구나' 자화자찬했다.
▲ 이손은 사랑하는 유나의 죽음을 보면서도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손의 감정을 보여주면서 느낄 수 있도록 했던 거 같다. 유나를 사랑하는 감정도 맞고, 지켜주고 싶은 것도 맞다. 하지만 유나와 함께 있으면 그가 불행해진다는 걸 알고 있던 거다.
▲ 실제로 악역 이미지와 다르게 '러블리한 본캐'라며 다정하고 애교 있는 성격이 온라인상에서 반전이라며 화제가 됐다. 원래 성격은 어떤가.
'반전'이 아니라 그게 제 성격이다. 전 내성적이었는데, 친구들 재밌게 해주고, 저를 희생해서 선생님께 혼나면서, 혼나는 제 모습을 다른 친구들이 웃는 걸 즐겼던 거 같다. 무미건조하게 있다기보단 1초라도 재밌게 해주는 게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 그럼에도 악역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악역이 기억하기 쉽지 않나. '저 애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해서 기억이 쉬운 거 같다. 처음엔 '왜 악역이 많이 오나', '왜 이런 역만 주어지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서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는 지났다. 이런 '역할이 나에게 왔구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만 대본을 봤다면 이제는 다양한 나쁜 사람의 계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래서 욕심도 많아지고 꿈도 많아졌다.
▲ 이손은 어떤 악당으로 보여주길 위해 고민했나.
나쁜 짓을 한다, 선한 것을 한다 생각하지 않았다. 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을 했고, 끝을 보는 아이다. 그것만 생각했다. 이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만 신경썼다. 선해보이려, 혹은 더 나빠보이려 생각하지 않았다.
▲ 실제 특공대 출신이신데 이손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하거나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
군 시절이 도움이 되거나, 기억을 떠올리거나 활용하진 않은 거 같다. 이손이 군인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그 자체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 일만 하는, 그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 악역을 보는 시선도 달라진 거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재미를 찾는 부분이 커진 거 같고, 악역을 볼 때도 '진짜 나쁜 거 같아'라고 하기보단 '배우구나' 생각해서 편하게 보시는 거 같다. 이런 변화를 대본에서도 보인다. 악역을 표현하는 감정선이 예전엔 '그냥 나쁜 사람'으로만 그려졌다. 지금은 사람인데 '나쁜 일을 한다'고, 좀 더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주는 거 같다.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노력하는 부분은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받아들이냐, 이게 첫 번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내가 담을 수 있는 게 어느 정도 있는지를 두 번째로 삼는다.
▲ 본인이 꼽은 최고의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 '아저씨'가 저라는 존재를 알려준 거 같다. 그 작품을 했기에 지금의 '루카'까지 한거 같다. 그 후에 '너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하면서 인간 김성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라는 주제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살을 뺄 수 있을까 싶더라.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영화라는 목표를 두고 해냈다는 게, '저의 열정이 식지 않았구나'라는 걸 스스로를 검증하는 시간이 됐다.
▲ 많은 악역,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손, '루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 작품을 통틀어 액션이 가장 많았다. 몸을 가장 많이 썼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마흔이 넘어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구나' 싶었다. '늙지 않았구나', '건강하다', '잘할 수 있다', '더 많은 액션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주고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 '장르물의 대가' 김홍선 감독과 첫 호흡은 어땠나.
(김홍선 감독은 영화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 '반드시 잡는다' 등을 연출했다.)
김홍선 감독은 '상남자'다. 마초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털털하고, 급하다. 준비가 다 안된 거 같은데 '레디, 액션'이 나오더라. 그런데 이게 호흡이 맞아지는 순간 힘을 받으면서 '쫙쫙' 가더라.
▲ '루카'를 본 주변 반응은 어땠나.
'힘들었겠다'는 말은 많이 하는데, 힘들었던 과거는 이미 다 잊혔다. 그래서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다 지나간 일이고, 다치지 않았으니 됐다'고 말했다.
▲ 지금까지 21년간 연기를 해오시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
어깨를 다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가 있었다. 그때 '재활 열심히 하자. 더 파이팅 해서 더 잘 되자'라는 의지가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힘들어도 '힘내자'는 생각이 바로 이어졌던 거 같다.
▲ 김성오에게 가정은 어떤 의미일까. 결혼 전후로 달라진 느낌이다.
결혼 전엔 저 혼자였다. 부모님이 계시지만 제 배우의 꿈만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새벽 2시에 자다가 일어나 '바다가 보고 싶다' 하면 그냥 가는 거다.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인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게 처음엔 정말 싫었다. 그런데 '과거엔 이렇게 살았으니, 지금은 다르게 사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변화엔 장단점은 있다. 결혼 전엔 작품은 좋은데, 스스로 하기 싫으면 끝나는 거다. 지금은 하기 싫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거다. 내가 이걸 하면 '도룡이가 내년에 학교에 가지', '한 달에 돈이 얼마나 나가지' 등을 생각한다. 배우로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마이너스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보지 못하고 달려간 부분, 세부적인 것들도 볼 수 있게 됐다. 연기를 할 때 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더라.
▲ 아빠로서 김성오는 어떤지, 아들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어떨 거 같나.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니까. 결혼 전에, 아이를 갖기 전엔 '우리 애는 공부 필요 없고,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즐겁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리 도룡(태명)이가 6살이 됐다. 유치원에 다니고, 선생님들이 아이가 뭘 잘한다고 할 때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웃음) 여건이 되는 한 많은 걸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주고 싶다. 연기든 뭐든 일단 도전하라고. 성공과 실패를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하면서 인생을 찾아가는 거니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지난 9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루카:더 비기닝'에서 김성오는 지오를 쫓는 특수부대 출신 공작원 이손 역을 맡았다. 김철수(박혁권)의 공작원으로 지오를 추격하던 이손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괴물같은 존재 지오보다 더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지난해 '루카'의 모든 촬영을 끝낸 김성오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물로 나온 '루카'를 보게 됐다는 김성오는 "힘들 줄 알았고, 힘들었지만 그 모든 과정 자체를 잊어버린 채 드라마를 시청했다"며 열혈 시청자로 '루카'를 지지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과 같은 길을 가게 된 유나(정다은)과 남다른 유대감을 보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악당의 모습을 선보였다. 큰 목적을 위해 사람의 목숨은 저버릴 수 있는 이손의 존재는 '인간성을 잃은 인간'이라는 '루카'의 메시지를 보여줬다.
올해로 데뷔 21년, 연극을 시작으로 영화, 드라마 등을 자유롭게 오가며 활약을 이어오고 있는 김성오다.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고, 아내를 '색시'라고 부를 만큼 '사랑꾼'인 김성오이지만 영화 '아저씨'를 비롯해 '성난 황소' 등 강렬한 악역 연기로 사랑받았다. '루카'에서도 악역이지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이손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 종영소감이 궁금하다.
장르물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거 같아서 감사하다. 이 드라마는 사전제작으로 찍어서 촬영을 미리 모두 다 마쳤다. 지금 막 끝냈다면 '후련하다' 싶을 텐데, 다 찍고 보니 즐겁고, 재밌고 편안한 마음으로 봤다. 육체적인 고생은 생각이 들지 않고,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신 것에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 마지막 방송 어떻게 봤나?
매회 본방사수는 못해도 어제는 본방사수를 했다. 저도 대본을 보니 이손이 죽는 건 미리 알았다. 하지만 이손이 죽은 후엔 어떻게 되는지 대본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끝내는지 몰랐다. 제작발표회때 엔딩에 대해 김래원, 이다희 배우가 언급해서 저도 궁금했는데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결말이 나올 수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선하고, 생소하고, 좋은 감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즐겁게 봤다.
▲ 고생스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고, 그게 재미로 다가왔다. 뭔가 제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몸으로 때운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다.(웃음) 액션이 많아 힘들 줄 알았는데, 그래서 더 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액션을 한 작품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액션을 하는건 남자 배우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 악역인데 눈빛이 너무 예쁘다는 시청평이 있었다.
알고 있다.(웃음) 어릴 때, 연애할 때, 눈이 예쁘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런 건 신경쓰는 부분은 아니라, 이렇게 봐주시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장르 자체가 SF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어서 현실화 시키는 작업이 고민이었을 거 같다. 이손을 연기하며 현실화하는 작업을 통해 고민한 부분이 있을까.
이손 그 자체만 고민했다. 이손이 어떻게 보여질지, 어떻게 설득력있게 그려질지 고민했다.
▲ 김래원, 이다희 씨와 강렬한 액션을 많이 보여줬다. 합은 어땠나.
김래원은 굉장히 액션을 잘하는 배우다. 액션은 합을 아무리 맞춰도 다치거나 아픈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걸 잘 조율해서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어서 래원이에겐 고맙다. 다희는 여자라 액션을 할 때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다희가 걸크러시라 그런 부분들을 더 잘나왔으면 하는 목표를 보여줬다. 많이 다치고 까졌는데도 불평과 불만이 없었다.
▲ 이번 작품에서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서 따로 준비한 부분도 있나.
안 다치는 게 우선이다보니 틈틈이 운동을 하며 근육을 풀어 놓았다. 액션을 하더라도 덜 다치게 미리 준비를 시켜놓았다.
▲ 장난기 넘치는 캐릭터도 많이 하셨는데 유독 악역이 화제가 많이 되는 것 같다. 왜일까.
시청자분들이 저의 악역을 좋아하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왜 그럴까. 악역만 해야겠다.(웃음)
▲ 유나 역의 정다은과 미묘한 멜로 관계도 엿보였다. 실제로는 어땠나?
다은이도, 저도 이런 감정으로 갈지 몰랐다. 대본을 보고 '이런 게 있구나' 놀란 기억이 있다. 전혀 모르고 시작해서 더 잘 표현이 된 거 같다. 1회부터 '이런 감정을 갖고 있어' 인지했다면 달라진 거 같은데, 주어진 상황과 임무에만 충실하고 달려가다가 보이는 거라 더 설득력 있었던 거 같다.
다은은 어린데 낯을 가리더라. 그래서 제가 말도 많이 시키고 그랬다. 말을 시키면 또 반갑게 살갑게 답하고 얘기하고 그랬다. 귀엽고 예쁜 사촌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 본격 멜로 욕심은 없나요?
멜로는 항상 욕심이 있다. 인간 김성오로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가족들이 화목했으면 좋겠고, 그런 욕심들이 있지 않나. 멜로도 그중 하나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멜로다. 제가 연애를 참 잘한다.(웃음) '네가 제일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전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하하. 우리 '색시'(아내)와 연애할 때도 보면 '난 정말 사랑을 잘하는구나' 자화자찬했다.
▲ 이손은 사랑하는 유나의 죽음을 보면서도 애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손의 감정을 보여주면서 느낄 수 있도록 했던 거 같다. 유나를 사랑하는 감정도 맞고, 지켜주고 싶은 것도 맞다. 하지만 유나와 함께 있으면 그가 불행해진다는 걸 알고 있던 거다.
▲ 실제로 악역 이미지와 다르게 '러블리한 본캐'라며 다정하고 애교 있는 성격이 온라인상에서 반전이라며 화제가 됐다. 원래 성격은 어떤가.
'반전'이 아니라 그게 제 성격이다. 전 내성적이었는데, 친구들 재밌게 해주고, 저를 희생해서 선생님께 혼나면서, 혼나는 제 모습을 다른 친구들이 웃는 걸 즐겼던 거 같다. 무미건조하게 있다기보단 1초라도 재밌게 해주는 게 좋은 거 같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 그럼에도 악역이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악역이 기억하기 쉽지 않나. '저 애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해서 기억이 쉬운 거 같다. 처음엔 '왜 악역이 많이 오나', '왜 이런 역만 주어지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서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는 지났다. 이런 '역할이 나에게 왔구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만 대본을 봤다면 이제는 다양한 나쁜 사람의 계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그래서 욕심도 많아지고 꿈도 많아졌다.
▲ 이손은 어떤 악당으로 보여주길 위해 고민했나.
나쁜 짓을 한다, 선한 것을 한다 생각하지 않았다. 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일을 했고, 끝을 보는 아이다. 그것만 생각했다. 이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만 신경썼다. 선해보이려, 혹은 더 나빠보이려 생각하지 않았다.
▲ 실제 특공대 출신이신데 이손 캐릭터를 만드는 데 참고하거나 도움이 된 부분이 있나.
군 시절이 도움이 되거나, 기억을 떠올리거나 활용하진 않은 거 같다. 이손이 군인이라는 설정이 있는데, 그 자체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기 일만 하는, 그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 악역을 보는 시선도 달라진 거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재미를 찾는 부분이 커진 거 같고, 악역을 볼 때도 '진짜 나쁜 거 같아'라고 하기보단 '배우구나' 생각해서 편하게 보시는 거 같다. 이런 변화를 대본에서도 보인다. 악역을 표현하는 감정선이 예전엔 '그냥 나쁜 사람'으로만 그려졌다. 지금은 사람인데 '나쁜 일을 한다'고, 좀 더 디테일하게 신경을 써주는 거 같다.
▲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노력하는 부분은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재밌게 받아들이냐, 이게 첫 번째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내가 담을 수 있는 게 어느 정도 있는지를 두 번째로 삼는다.
▲ 본인이 꼽은 최고의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 '아저씨'가 저라는 존재를 알려준 거 같다. 그 작품을 했기에 지금의 '루카'까지 한거 같다. 그 후에 '너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을 하면서 인간 김성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라는 주제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살을 뺄 수 있을까 싶더라.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영화라는 목표를 두고 해냈다는 게, '저의 열정이 식지 않았구나'라는 걸 스스로를 검증하는 시간이 됐다.
▲ 많은 악역,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손, '루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든 작품을 통틀어 액션이 가장 많았다. 몸을 가장 많이 썼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마흔이 넘어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구나' 싶었다. '늙지 않았구나', '건강하다', '잘할 수 있다', '더 많은 액션도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을 주고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 '장르물의 대가' 김홍선 감독과 첫 호흡은 어땠나.
(김홍선 감독은 영화 '공모자들', '기술자들' '변신', '반드시 잡는다' 등을 연출했다.)
김홍선 감독은 '상남자'다. 마초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털털하고, 급하다. 준비가 다 안된 거 같은데 '레디, 액션'이 나오더라. 그런데 이게 호흡이 맞아지는 순간 힘을 받으면서 '쫙쫙' 가더라.
▲ '루카'를 본 주변 반응은 어땠나.
'힘들었겠다'는 말은 많이 하는데, 힘들었던 과거는 이미 다 잊혔다. 그래서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다 지나간 일이고, 다치지 않았으니 됐다'고 말했다.
▲ 지금까지 21년간 연기를 해오시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나.
어깨를 다치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가 있었다. 그때 '재활 열심히 하자. 더 파이팅 해서 더 잘 되자'라는 의지가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힘들어도 '힘내자'는 생각이 바로 이어졌던 거 같다.
▲ 김성오에게 가정은 어떤 의미일까. 결혼 전후로 달라진 느낌이다.
결혼 전엔 저 혼자였다. 부모님이 계시지만 제 배우의 꿈만 생각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 새벽 2시에 자다가 일어나 '바다가 보고 싶다' 하면 그냥 가는 거다.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인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되지 않나. 그게 처음엔 정말 싫었다. 그런데 '과거엔 이렇게 살았으니, 지금은 다르게 사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런 변화엔 장단점은 있다. 결혼 전엔 작품은 좋은데, 스스로 하기 싫으면 끝나는 거다. 지금은 하기 싫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거다. 내가 이걸 하면 '도룡이가 내년에 학교에 가지', '한 달에 돈이 얼마나 나가지' 등을 생각한다. 배우로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 자체가 마이너스라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보지 못하고 달려간 부분, 세부적인 것들도 볼 수 있게 됐다. 연기를 할 때 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더라.
▲ 아빠로서 김성오는 어떤지, 아들이 배우를 한다고 하면 어떨 거 같나.
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니까. 결혼 전에, 아이를 갖기 전엔 '우리 애는 공부 필요 없고,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즐겁게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우리 도룡(태명)이가 6살이 됐다. 유치원에 다니고, 선생님들이 아이가 뭘 잘한다고 할 때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쩔 수가 없나 보다.(웃음) 여건이 되는 한 많은 걸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주고 싶다. 연기든 뭐든 일단 도전하라고. 성공과 실패를 제가 정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하면서 인생을 찾아가는 거니까.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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