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사진=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사진)가 10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3자 토론'을 제안하려던 계획을 당일 새벽 급하게 취소했다.

박영선 후보 측은 일정 및 토론 제안 계획 취소의 표면적 이유는 일정상 순연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여권의 선거 악재로 대두되는 데다 지난 9일 오세훈 후보의 땅 투기 의혹 제기도 별다른 반향이 없는 탓에 이 같은 해프닝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3자 TV 토론' 기자회견…2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

박영선 후보 측은 지난 9일 오후 7시쯤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내일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3자 TV 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영선 후보 측은 기자회견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이날 오전 7시께 다시 메시지를 보내 일정을 취소하고 추후 다시 일정을 알리겠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일정상 순연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여권으로선 대형 악재인 LH 임직원 땅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진 데다 오세훈 후보를 겨눈 박영선 후보 측의 땅 투기 의혹 공세가 역풍으로 돌아올 것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박영선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천준호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세훈 후보는 과거 본인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오세훈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국토부에 지정 요청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피력했으나, 오세훈 후보는 "지정될 당시에는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제도가 없었고 국민임대주택이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즉각 해명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오세훈 후보는 "악의적 명예훼손이자 허위사실 유포"라면서 "책임은 박영선 후보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격했다.

"일정 외에 다른 이유 없다"…박영선 후보는 즉답 피해

박영선 후보 측은 일정상 사유 외에 3자 토론을 연기한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논쟁 없는 토론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물론 야당 측도 뭐든지 공격하지 않겠나"라면서 "논쟁이 두려웠다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겠나. 전혀 그것과는 관계가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에서 '캠프 내부에서 3자 토론 추진이 단일화 상대인 김진애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는 보도에 대해선 "어떤 맥락에서 누군가에 의해 그런 말이 나갔는지 모르겠으나, 정확한 확인은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추후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3자 TV 토론’ 제안 계획이 있냐는 질의엔 "후보 판단에 따라 진행될 것 같다. 취소나 연기보다는 순연이라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KBIZ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KBIZ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과제 전달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당일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신중을 기했다.

박영선 캠프 측에서 제기한 오세훈 후보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그것도 나중에 말하겠다. (최근 야권 후보에 대한 메시지가 잦은 것은) 선거 때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