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미얀마 군정 상대 '추가조치 위협' 성명에 합의실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9일(현지시간) 미얀마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사정부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위협하는 내용의 성명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이런 내용의 성명 초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초안에는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침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위대를 상대로 한 군부의 폭력에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군부가 의료진과 시민사회 인사, 언론인들을 구금한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안보리 현 의장국인 영국이 제안한 성명의 최종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쿠데타에 대한 언급과 추가 조치 위협에 대한 내용을 놓고 삭제를 요구했다.

이번 성명이 채택되기 위해서는 안보리 15개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모든 회원국은 개별적, 집단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안보리에서 항상 강한 목소리와 행동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정부 요인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직접 규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쿠데타로 인해 실각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이 선임한 유엔 특사인 사사는 지난 4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안보리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사사는 안보리가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각국이 이를 명백히 방기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유엔의 미얀마 인권 상황 특별조사위원인 토머스 앤드루스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구타 및 살해하고 불법적으로 체포했다면서 미얀마 군부에 무기 금수와 경제제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감시기구도 같은 요구를 했다.

그러나 조속한 경제제재는 역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취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외교가의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이후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의 인출을 차단하며 독자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 의존도가 낮아 미국의 독자적인 경제제재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이에 반발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지금까지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