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근의 법과 법정] 법조계의 '미투'…남녀 파트너 보수 차이와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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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파트너 보수 차이 문제 논의하는 美
기회·실적에 영향 주는 '우연 요소'를 보정
공정성 높이고 소수자 공감능력 키우길
윤성근 <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기회·실적에 영향 주는 '우연 요소'를 보정
공정성 높이고 소수자 공감능력 키우길
윤성근 <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
미투(me too) 운동은 도입 초기에 ‘나도 당했다’라고 번역됐다. 이 번역은 보다 강력하고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미투 운동의 더 넓은 함의를 포함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이 운동은 개별 성추행 사건 등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사회의 성 억압 구조를 드러내고 사회 구성원들이 자기도 모르게 내재화하고 있던 잘못된 인식의 전환이나 편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더 깊이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례가 말하는 성인지감수성은 단순히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개념에 멈추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이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 내지 인지감수성 부족을 깨닫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준다. 이런 점에서 미투 운동은 소수자 문제를 이해하는 훌륭한 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법조계에서는 로펌 파트너 간 보수 차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실제 사건화돼 소송으로 발전한 예도 여럿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백인 남성 파트너에 비해 흑인 여성은 61%, 원주민 여성은 58%, 라틴계 여성은 53%, 백인 여성은 77%, 아시안 여성은 85%를 보수로 받는다. 초기에는 남녀 파트너 간 보수 차이가 문제 됐지만, 그 후 소수인종 파트너 사건도 드러나고 있다. 여성이나 소수인종 출신 변호사는 파트너가 되기도 어렵지만, 파트너가 되더라도 보수에 차이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로펌 측에서도 할 말이 있다. 모든 파트너는 각자 기여하는 바에 미리 정해진 계산 방식에 따라 공정하게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 파트너가 상대적으로 로펌의 사건 유치나 수입에 더 기여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여성 파트너를 차별한 바는 없다. 고객 회사의 의사결정권자 중에는 압도적으로 나이 든 남성이 많으며 이들은 남성 파트너를 더 신뢰하고 편하게 생각해 사건을 맡긴다. 시니어 파트너 역시 밤을 새우고 주말에도 일해야 할 때 남성 후배들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로펌으로서는 사건을 많이 유치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오는 파트너를 더 잘 대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관행이 쌓이면 사건 유치에서나 로펌을 위해 수입을 올리는 점에서 남성 파트너가 상대적으로 여성 파트너보다 실적이 좋아진다. 이것은 구조적인 편견 내지 이너서클(inner circle) 형성에서의 배제(exclusion) 문제이며, 보수 차이를 포함해 직장에서 남녀차별의 근저에 놓인 문제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업적이나 성취도에 따른 분배는 과연 얼마나 공정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에게 주어진 재능은 우연의 결과이고 태어난 환경도 우연의 결과다. 재능과 환경에 노력이 결합해 능력이 배양되고 다시 거기에 기회가 주어져야 업적이 생긴다. 이 최종적인 업적에 따라 분배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의심할 여지 없이’ 공정한 것일까?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이 공동체의 균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샌델의 생각이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시운(時運)을 만나지 못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업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을 불우(不遇)하다고 표현했다. 불우청소년이라는 말의 어원이다.
로펌의 파트너들은 탁월한 재능과 환경을 타고났으며 엄청난 노력을 거쳐 그 자리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성별과 인종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요소가 다시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업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로펌들은 이 문제를 놓고 그간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계산 방식에 보정 요소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의 출발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도 미흡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이런 문제들은 소위 상류층 여성의 문제에 불과하며 이민 여성이나 빈민층 여성은 여성 내부에서도 소수자로서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성별 문제 외에 인종, 나이, 질병, 장애, 출신 국가, 계층, 외모 등 수많은 요소에 관한 각자의 정체성이 다양하게 결합해 소수자 문제를 구성한다. 우리는 이런 여러 요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법조계에서는 로펌 파트너 간 보수 차이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실제 사건화돼 소송으로 발전한 예도 여럿 있다. 자료에 따르면 백인 남성 파트너에 비해 흑인 여성은 61%, 원주민 여성은 58%, 라틴계 여성은 53%, 백인 여성은 77%, 아시안 여성은 85%를 보수로 받는다. 초기에는 남녀 파트너 간 보수 차이가 문제 됐지만, 그 후 소수인종 파트너 사건도 드러나고 있다. 여성이나 소수인종 출신 변호사는 파트너가 되기도 어렵지만, 파트너가 되더라도 보수에 차이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로펌 측에서도 할 말이 있다. 모든 파트너는 각자 기여하는 바에 미리 정해진 계산 방식에 따라 공정하게 보수를 받는다는 것이다. 남성 파트너가 상대적으로 로펌의 사건 유치나 수입에 더 기여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여성 파트너를 차별한 바는 없다. 고객 회사의 의사결정권자 중에는 압도적으로 나이 든 남성이 많으며 이들은 남성 파트너를 더 신뢰하고 편하게 생각해 사건을 맡긴다. 시니어 파트너 역시 밤을 새우고 주말에도 일해야 할 때 남성 후배들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로펌으로서는 사건을 많이 유치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오는 파트너를 더 잘 대우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관행이 쌓이면 사건 유치에서나 로펌을 위해 수입을 올리는 점에서 남성 파트너가 상대적으로 여성 파트너보다 실적이 좋아진다. 이것은 구조적인 편견 내지 이너서클(inner circle) 형성에서의 배제(exclusion) 문제이며, 보수 차이를 포함해 직장에서 남녀차별의 근저에 놓인 문제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업적이나 성취도에 따른 분배는 과연 얼마나 공정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개인에게 주어진 재능은 우연의 결과이고 태어난 환경도 우연의 결과다. 재능과 환경에 노력이 결합해 능력이 배양되고 다시 거기에 기회가 주어져야 업적이 생긴다. 이 최종적인 업적에 따라 분배 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의심할 여지 없이’ 공정한 것일까? 능력주의에 대한 맹신이 공동체의 균열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샌델의 생각이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으며 시운(時運)을 만나지 못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업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을 불우(不遇)하다고 표현했다. 불우청소년이라는 말의 어원이다.
로펌의 파트너들은 탁월한 재능과 환경을 타고났으며 엄청난 노력을 거쳐 그 자리에 갔을 것이다. 그러나 성별과 인종 등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우연한 요소가 다시 그들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업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로펌들은 이 문제를 놓고 그간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계산 방식에 보정 요소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노력의 출발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도 미흡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이런 문제들은 소위 상류층 여성의 문제에 불과하며 이민 여성이나 빈민층 여성은 여성 내부에서도 소수자로서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성별 문제 외에 인종, 나이, 질병, 장애, 출신 국가, 계층, 외모 등 수많은 요소에 관한 각자의 정체성이 다양하게 결합해 소수자 문제를 구성한다. 우리는 이런 여러 요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