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서의 폭로가 잇따라 화제가 되고 있다. 익명성과 화제성을 기반으로 현대판 ‘대나무숲’ 역할을 한다는 평이지만 일각에서는 조작 위험성, 과잉 대표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는 직장 내부 고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 앱은 회사 이메일 인증을 거쳐야만 사용 가능하며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회사 이름 외에 개인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운영사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블라인드는 2019년 11월 이후 가입자 수가 40%가량 급증했다. 올 3월 기준 가입자 수는 430만 명에 이른다.

최근 이곳에선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공론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 LH 직원이 ‘LH 직원은 투자하지 말라는 법 있냐’고 적어 비난을 받은 반면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이 내려왔다”며 조직 내 대응 방식을 폭로하는 직원들로 인해 추가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투기의혹 수사에 검찰이 빠진 것과 관련, 대검찰청 수사관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글을 올렸다. 그는 “신도시 계획에 관여한 인물 위주로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수사 기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하루 만에 댓글이 200개 넘게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털 익명 게시판 네이트판은 ‘학폭(학교폭력) 미투’ 폭로장이 됐다. ‘유명인으로부터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사회적 주목을 받고 언론에 보도돼 파장을 일으키면서다.

일각에서는 마녀사냥, 과도한 여론몰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일부 유명인은 ‘네이트판에 제기된 학폭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 기업 임원급 관계자는 “극소수 직원이 제기한 문제가 전체의 의견인 양 과장되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소통 과정에서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오갈 수 있지만 약자들에게 사회적 소통이 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