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원유 경매 실시…'쿼터제 배분' 자국산 원유에 시장경제 도입
중국에서 자국산 원유 경매가 처음으로 실시됐다. 중국산 석유 가격은 그동안 정부의 지도 아래 국영 석유회사들과 정유사들이 협의로 정해 왔다. 세계 6위 산유국인 중국에 자국산 원유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3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중국석유는 최근 북동부 랴오닝성의 랴오허유전에서 채굴한 원유 1만5000t을 다롄석유거래소 온라인 플랫폼에서 경매 방식으로 판매했다.

랴오닝성 정유업체 8곳이 참여한 이번 경매에서 낙찰 금액은 t당 3100위안(약 53만원·476달러)로 결정됐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t당 470달러 안팎)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원유를 자국 정유사들에게 쿼터 방식으로 배분해 왔다. 가격은 정부의 지도 아래 석유회사와 정유회사가 협의로 결정해 왔다. 최근 협의 가격은 t당 2700위안으로, 경매 낙찰 가격보다 낮다. 석유회사와 정유회사는 그동안 가격이 부당하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칠 때 이를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원유 경매 도입은 원유 가격 결정에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해 석유회사와 정유회사의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차이신은 전망했다.

중국은 2019년 기준 석유 생산 6위(1억9100만t), 소비 2위(6억5000만t)를 기록했다. 중국에는 그동안 자국산 원유를 거래할 수 있는 열린 시장도, 유가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벤치마크도 없었다. 상하이선물거래소의 원유선물은 수입산 원유를 기반으로 한다. 원유 경매가 시작되면서 중국에 자국산 원유를 거래하는 시장과 벤치마크가 새로 형성될 것이란 기대다.

이번에 경매가 이뤄진 다롄석유거래소는 중국석유의 자회사다. 다롄석유거래소는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석유 계열 정유사들은 당분간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랴오허유전은 매장량이 10억t을 넘는다. 다롄석유거래소는 랴오허유전에서 나온 원유 가운데 총 26만t을 올해 경매로 매각할 예정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