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PB관 생산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프럼파스트 제공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가 PB관 생산 공정을 소개하고 있다. /프럼파스트 제공
주방이나 욕실, 세탁실 등에는 급수·온수용 배관이 필수다. 현재 국내외에서 주로 쓰이는 건 폴리부틸렌(PB)관이다. 시공이 간편하고 물성도 좋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배관자재 전문기업 프럼파스트는 PB배관 시스템을 국산화한 강소기업이다.

PB배관 시스템 국산화

국내 건축현장에서 1990년대까지 주로 사용된 건 폴리프로필렌 고분자화합물(PPC)파이프다. PPC관은 연결 부위를 열로 녹여 붙이는 열융착 방식으로 시공하던 플라스틱 배관이다.

PPC관은 시공 과정에 인건비가 많이 들고 누수 등 하자 발생이 빈번해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직경이 서로 다른 파이프를 일일이 녹여 접착하는 과정에서 현장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접합의 정밀도가 떨어지고 물성이 약해 파이프가 쉽게 터지거나 금이 가는 현상이 잦았기 때문이다. 대체재로 동관(銅管)이 있지만 가격 수준이 높아 널리 쓰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PPC관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PB관이다. 인장강도는 물론 내파열성, 내마모성, 내열성, 내구성이 뛰어나 반영구적이다. 잘 휘는 성질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열로 녹여 이을 필요 없이 이음관에 밀어 넣으면 되는 ‘압입 끼워 맞춤’ 방식이어서 시공이 간편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30바(bar)의 수압도 견딜 수 있다.

PB배관 시스템이 국내에 도입된 건 1990년대 초반부터다.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산이나 일본산을 수입하면서다. 프럼파스트를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은 이 무렵 국산화를 시도했다.

1992년 프럼파스트를 설립한 원재희 대표는 해외 박람회를 다니다가 PB관의 우수성을 인지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지금은 국산 제품이 거의 시장을 장악한 상태다. 프럼파스트는 국내 시장 점유율 30%로, 업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누수 막는 ‘특수 이음관’ 개발

프럼파스트는 PB배관 시스템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2016년부터 삼성의 지원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스마트공장 구축에도 착수했다. 생산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사무실에서도 원료 투입량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 설비 구축 이후 프럼파스트는 0.02㎜ 오차 범위 이내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 대표는 “스마트공장 시스템 설비를 도입한 이후 제품 불량률이 10%포인트가량 줄었다”며 “현재는 불량률이 제로(0)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엔 시공 과정의 불량률을 없애기 위한 신제품 개발도 마쳤다. 파이프를 잇는 이음관의 편심(파이프가 이음관 내부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없앤 ‘그립링 보호형 이음관’이다. 분해 및 조립 시 작업자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누수 피해의 문제점을 해결한 제품이다. 프럼파스트는 이 제품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원 대표는 “시공 장소 구조에 따라 불가피하게 파이프를 꺾어 설치하는 곳에서도 새 이음관을 사용하면 편심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숙련도가 낮은 작업자도 쉽게 설치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