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여행 온 외국인 '멋'에 충격
탈북민에 대한 차별 줄이려 창업
탈북·정착 이야기 소재로 옷 제작
"각자 사연 담아 전하면 편견 줄 것"
강지현 아이스토리 대표(31·사진)는 탈북민이다. ‘패션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2009년 탈북해 한국에 왔다. 한국의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10월 아산나눔재단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아산상회의 도움을 받아 ‘앤마리어패럴(현 아이스토리)’이라는 패션회사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스토리(istory)는 ‘나의 이야기’라는 뜻으로, 탈북민 이야기를 바탕으로 옷을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탈북민의 이야기로 어떻게 옷을 만든다는 걸까. 강 대표는 “3만5000명의 탈북민은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며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함축적인 이미지로 그려내 티셔츠에 새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가 가장 먼저 제작한 옷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옷이다. 자신의 티셔츠엔 백두산 문양이 팔꿈치에 새겨져 있다. 강 대표는 “백두산에서 겪은 충격적인 경험이 저를 한국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충격적 경험이란 이렇다. 강 대표는 15세 무렵 아버지와 함께 백두산으로 여행을 갔다. 백두산에서 처음 외국인과 마주쳤는데, 그 사람이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찢어진 옷 때문에 처음엔 거지인 줄 알았어요. 아버지한테 왜 거지가 백두산에 여행을 오느냐고 물었죠. 아버지도 의아해하다가 ‘여행 온 외국인이 거지일 리는 없고 아마 저게 멋(패션)인 것 같구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전 크게 충격을 받았죠. 찢어진 옷이 패션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이후 패션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고,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왜 세상에 탈북민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 강 대표는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탈북민은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한국 사회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습니다. 무지(無知)가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거든요. 한국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모르는 거죠. 각자가 자라온 환경과 경험을 정확히 알리면 차별적인 시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아이스토리의 모든 옷엔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문양의 의미와 해당 옷의 모티브가 된 탈북민의 인생 이야기를 한글과 영문으로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 여덟 명의 탈북민 이야기를 옷으로 제작했다”며 “앞으로 3만5000명 탈북민 모두의 이야기를 옷에 담아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