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국가(國歌)논쟁,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네
“오늘날 국가(國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불러야 하는가’를 넘어 ‘바꿔야 한다’로 논쟁이 심화되고 있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각국의 국가가 놓인 상황을 이렇게 분석한다. 과거에는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힘이 있었지만, 개인주의가 대두되고 연대의식이 옅어지자 국가의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는 《국가가 위기다》에서 각국의 국가 제정 경위와 전파 배경, 국가를 둘러싼 논쟁을 망라한다. 한국을 비롯해 67개국의 노래를 다뤘다. 그는 “지난 두 세기 동안 전쟁과 해방, 독립이란 역사 속에서 탄생한 국가는 현재 시대정신인 자유와 평등에 꼭 들어맞진 않는다”며 “노래를 통해 국가와 국민과의 관계를 살펴볼 기회”라고 말한다.

우선 애국가를 보자.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훌륭한 곡이라고 저자는 호평한다. 단순명쾌하게 곡이 짜였고 세련된 편곡도 격조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래 자체로 높은 짜임새와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작곡가 안익태의 역량이 드러난 곡”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애국가는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작곡가의 이력 때문이다. 진보 측은 그가 일제에 부역한 친일파이자 독일 나치와 엮인 친나치파라고 공격했다. 안익태기념재단은 억측에 불과하며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했다. 저자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는 “정확한 사료와 진영 논리를 떠난 합리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가 논쟁이 벌어진 건 한국만이 아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라 마르세예즈’는 가사가 문제였다. 프랑스혁명 당시 투쟁가로 불리다 보니 호전적이고 선동적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국가를 제창하지 않는 걸 두고 ‘애국심’ 논쟁이 벌어졌다. 메시는 “국가를 듣는 게 나만의 표현방식이다. 자유로운 나라에선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한 일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