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글쓴 LH직원 못 잡는다…"데이터 아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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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앱 가입 막는다" "진짜 익명 보장되냐"
앱 운영사 "이용자 데이터 자체가 없어 제공 불가"
앱 운영사 "이용자 데이터 자체가 없어 제공 불가"
"LH 규모가 커서 쉬엄쉬엄 일하고 노닥거리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지난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공기업, 공무원 재직 추정 누리꾼들이 올린 글이다. 한 누리꾼은 "LH체험형 인턴 때 정규직들 법인카드로 장부 끊어놓고 업무 중 나와서 간식 먹고 들어가는 거 흔했다"며 "서무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조차 법카 쓰는게 엄청 자연스러웠다. 국민 혈세로 놀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폭로했다.
"왜 LH한테만 뭐라 그래? GH가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진 않는데"
최근 블라인드 앱이 직장 내부고발 창구로 활용되면서 연일 폭로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블라인드 앱은 2013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고, 최근에는 성과급 지급과 인사평가 논란부터 LH의 부동산 투기 관련글로 전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회사에서 앱 가입 막는다" "진짜 익명 보장되냐"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블라인드 앱은 지난달말 기준 440만명으로 국내 320만명, 미국에서 120만명의 회원을 보유 중이다. 네이버와 티몬 출신인 문성욱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익명 커뮤니티 앱으로,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블라인드 앱은 자신의 소속회사뿐만 아니라 계열사, 그리고 동종업계 직원들과 익명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회사원들이 관심 있는 이직, 연봉, 조직 문화 등 주제를 자유롭게 다루는 커뮤니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직원들이 회사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고발하는 창구로 활용되면서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서는 카카오 추정 직원이 사내 인사평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은 '유서' 형식의 글이 게시되면서 논란을 빚었고, SK하이닉스로 촉발된 성과급 이슈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판교 IT기업에 이르기까지 확산하는 데 적잖은 여론을 형성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글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달 들어 앱 내 실시간 인기회사로 줄곧 LH가 1위를 기록 중이다. 국민 분노를 야기하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일부 가입자들은 게시글 작성으로 혹여 회사로부터 '신상털기'를 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일부 가입자들은 "진짜 익명 보장이 되냐" "요즘 블라인드 앱에 뭐 올리면 공문으로 조치 사항이 나온다" "사장님이 매일 오전 블라인드 글을 취합해서 받아본다는 설이 있다" "회사에서 블라인드 앱 가입을 막는다" 등 보안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앱 운영사 "이용자 데이터 자체가 없어 제공 불가"
블라인드 앱을 운영하는 팀블라인드는 "보안이 핵심인 서비스"라며 강력한 익명성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보안성이 서비스 존속의 근간이며 최우선의 가치"라면서 "창업 초기부터 사업 확장이나 수익모델 발굴보다 보안을 더 중요시할 정도로 굉장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블라인드 앱은 우선 회사 이메일로 인증해야 가입이 가능하며, 이후 블라인드 계정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팀블라인드는 익명 보장을 위해 회사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활용하고, 이후엔 블라인드 앱 계정과의 연결고리를 파괴한다. 블라인드 계정만으로 그 누구도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밀번호 찾기, 이메일 소유자의 기록 열람 등은 불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단방향 암호화 관련 특허를 한국, 미국, 일본에서 출원했다"며 "'세상 아래 완벽한 보안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 회사가 데이터 자체를 갖고 있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데이터를 버리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간 블라인드 앱은 사내 악습 및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창구로 활용되기도 했지만, 일각에선 조작 위험성, 과잉 대표성 등 역기능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퇴직자의 계정도 앱 내에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LH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최근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글이 올라오자, LH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블라인드 운영 구조상 현직 외에도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될 수 있음에 따라 게시글 작성자는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LH 전·현직 직원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팀블라인드에 따르면 현재 블라인드 앱은 별도의 '퇴사자 처리 페이지' 운영을 통해 이용자 계정을 관리 중이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재직·퇴사자 구분은 '퇴사자 처리 페이지'를 통해 매주, 매달 계정 정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보안 로직을 통해 메일 인증에 실패하면 퇴사했다고 간주하고 계정 이용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LH 사태와 관련해 그 어떤 외부 기관에서도 이용자 정보 공개 요청이 들어온 바가 없다"며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제공할 데이터가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