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대비하는 소니·파나소닉, 같은 듯 다른 전략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뉴노멀’에 대비하기 위해 소니와 파나소닉은 사명을 바꾸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래를 향해 같은 전략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소니가 파나소닉을 1년 앞서간다.

소니는 오는 4월1일부터 회사이름을 ‘소니그룹’으로 변경한다. 1958년 도쿄통신공업에서 브랜드명이었던 소니로 사명을 바꾼 지 63년 만이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세계가 급변한 만큼 새로운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도 대폭 바꾸기로 했다. 소니그룹은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 관리와 시너지 창출 전략을 전담하는 본사 기능에 특화한다. 그 아래 게임, 음악, 영화, 전자, 반도체, 금융 등 6개 사업회사가 일렬로 늘어서는 사실상 지주회사 형태가 된다.

요시다 사장은 “엔터테인먼트와 전자, 금융 등 각 사업부를 동등한 위치에 놓고 그룹이 자금과 인재를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 사업부인 전자 부문을 특별대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크맨’ 등 숱한 히트상품을 내놓으며 소니를 세계에 알린 전자사업부지만 지금은 매출은 큰데 수익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본사 기능을 ‘소니그룹’에 넘겨주면 그룹 내 위상이 더욱 약해질 전망이다.

소니가 모태 사업부의 위상을 낮추면서까지 사업재편을 강조하는 건 2000년대 인터넷 시대의 대응에 뒤처졌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월 공개한 전기차 ‘비전S’는 트랜드 변화에 밀리지 않으려는 소니의 변화를 보여주는 제품으로 평가된다. 비전S에는 반도체, 전자, 음악 등 소니 주요 사업부의 기술이 총동원됐다. 요시다 사장은 “지난 10년간 메가 트렌드는 모바일이었지만 앞으로 10년은 모빌리티”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그치지 않고 배급을 포함해 전 과정을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8년 2900억엔을 들여 그룹 퀸 등의 저작권을 가진 EMI뮤직퍼블리싱을 100% 자회사로 만들었고 2019년에는 애니메이션 ‘피터 래빗’을 제작하는 미국 실버게이트미디어를 인수했다.
'뉴노멀' 대비하는 소니·파나소닉, 같은 듯 다른 전략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난해 일본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운 ‘귀멸의 검’의 제작사 애니플렉스까지 보유한 소니는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기업에 의존하는 배급방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작년 12월 소니는 1222억엔을 들여 미국 크런치롤을 인수해 배급의 약점을 보완했다. 크런치롤은 미국과 유럽 등 200개국 이상에 무료 회원 7000만명과 유료회원 300만명을 보유한 애니베이션 배급회사다. 크런치롤을 통해 소니가 배급 시장에서 넷플릭스 등과 겨룰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나소닉도 사명을 ‘파나소닉홀딩스’로 바꾸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환시기는 소니보다 1년 늦은 2022년 4월부터다. 55세의 젊은 엔지니어 출신인 구스미 유키 상무를 오는 4월부터 최고경영자(CEO)로 승진시키는 인사도 단행했다. 지난 11월13일 기자회견에서 구스미 상무는 “아직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철저히 강화할 것”이라며 대규모 사업재편을 예고했다.

내년 4월 출범하는 파나소닉홀딩스는 자동차배터리와 전자부품 등 8개의 사업회사를 거느린다. 어중간했던 사업부 대표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진행하겠다고 파나소닉은 설명했다.

파나소닉이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40여개에 달하는 사업을 줄이고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경영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