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세스바이오 주주총회 소집 공고.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엑세스바이오 주주총회 소집 공고.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엑세스바이오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보수한도를 기존의 16.6배로 대폭 상향하는 안건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엑세스바이오는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내 및 사외 이사의 보수한도를 2000만 달러(약 228억4000만원)로 높이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전년의 이사보수한도는 120만 달러(약 13억7040만원)보다 16.6배나 높은 것이다. 사외이사 2인을 포함한 총 6인 이사의 보수한도에 대한 것이다.

엑세스바이오가 작년에 6명의 이사들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은 110만2340달러(약 12억5887만원)다. 보수한도인 120만 달러의 대부분을 실제 지급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1217억원의 매출과 6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8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번 안건에 대해 엑세스바이오의 소액주주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수년간 적자가 이어지던 중 작년에 코로나19 특수로 흑자전환했다”며 “코로나 특수가 일회성이라는 우려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의 이사보수한도 상향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 성장에 대한 보상과 함께 전문성 있는 이사의 추가 영입을 위해 이번 안건이 상정됐다는 게 엑세스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기술 관리, 영업 등 여러 분야의 인재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엑세스바이오 측은 “여느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정당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증액”이라며 “말 그대로 한도이기 때문에 이사 영입이 이뤄지지 않거나 작년만큼의 성과가 없을 경우에는 실제 집행 금액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엑세스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우리들제약도 이번 안건에 동의하고 있다. 우리들제약은 2019년 엑세스바이오를 인수했다. 현재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우리들제약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엑세스바이오 내부에 실적에 근거한 실제 지급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도까지 지급할 수 있는 실적을 달성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로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상황이나 이사보수한도의 상향폭을 감안하면 주주들과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분자진단키트 1위 기업인 씨젠의 이사 6인에 대한 작년 정기주총 이사보수한도 승인 금액은 총 30억원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등기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감사위원회 위원 3명의 보수한도를 2020년 110억원으로 책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 충원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보수한도를 10배 이상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상향폭을 감안할 때 주주들에게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 정원의 증가 및 선임은 주총 결의에 의해 충원할 수 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정원의 증가 혹은 신규 선임에 대한 안건이 없다. 신규 이사 채용을 위해서는 앞으로 임시주총 등을 별도로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