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11일(현지시간) 같은 민주당 소속의 중진 정치인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를 겨냥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쿠오모가 뉴욕 내 양로시설 사망자 수를 고의로 축소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이 6명이나 나와서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쿠오모 주지사는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해선 안 된다”며 “정말 역겹다”고 했다. 그는 “주지사가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혐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쿠오모는 뉴욕주지사를 세 번째 수행하고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로, 차기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부친(마리오 쿠오모) 역시 뉴욕주지사를 3차례 연임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 후 대처 방식을 놓고 쿠오모와 더블라지오가 몇 차례 부딪히긴 했지만, 뉴욕시장이 상급 지방정부 책임자를 직접 겨냥한 건 이례적이다.

더블라지오 시장뿐만 아니라 상당수 뉴욕주 의회 의원들도 쿠오모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AP통신의 설문조사 결과 지금까지 최소 121명의 주(州) 상·하원 의원들이 사퇴 촉구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쿠오모와 같은 민주당 의원은 65명이다.

민주당 소속의 칼 히스티 하원의장은 “(쿠오모 사퇴 압박과 관련해) 의원들을 소집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곧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뉴욕주 의회가 쿠오모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요양시설의 사망자 수 조작과 함께 성추행 혐의가 잇따라 불거진 만큼 더 이상 공무를 지속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란 것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누군가를 부적절하게 만진 적이 없다”면서도 “농담으로 한 말들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