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대웅 ‘보톡스 6년 전쟁’ 일단락
메디톡스, 로열티 받는 조건 대웅 ‘나보타’ 미국 판매 허용

보툴리눔톡신 제제 균주 도용을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6년 전쟁’이 합의로 일단락됐다. 메디톡스 측이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대웅제약 제품의 미국 판매를 허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국내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만든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미국 판매에 대해 메디톡스의 미국 협력사인 엘러간(현 애브비), 대웅제약의 협력사인 에볼루스와 3자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월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나보타 판매금지 결정은 물론 메디톡스가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 등도 모두 철회된다.

합의안의 핵심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미국에서 나보타 판매 및 유통 권리를 에볼루스에 부여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나보타 매출에 대한 로열티를 메디톡스 및 엘러간에 지급키로 했다. 대웅제약은 합의 당사자에서 빠진 만큼 로열티 지급 의무를 지지 않는다.

에볼루스는 작년 12월 ITC 최종 판결일부터 21개월인 내년 9월까지 엘러간과 메디톡스에 합의금 3500만 달러(약 380억 원)와 로열티를 지급한다. 미국 내 지역에서는 나보타 판매에 따른 고정 금액을 양사에 지급하고, 미국 외에서는 메디톡스에만 두 자릿수의 로열티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부터 10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세계 판매에 대한 한 자릿수 로열티를 메디톡스에게만 지급한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주식도 일부 보유하기로 했다. 전체 지분 중 15.5%에 달하는 676만2652주의 신주를 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이번 합의로 에볼루스와 대웅제약은 나보타에 대한 미국 시장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고전하는 메디톡스에도 로열티 수입이 힘이 될 전망이다.
ITC 소송은 최종 결정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소송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 나보타 미국 판매는 조만간 재개된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다른 지역에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국내 소송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대웅은 이번 합의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관련 국내 민형사 재판을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톡스 전쟁’ 일지>
-2016년 6월 메디톡스, 미국에서 대웅제약 상대로 균주 도용 소송 제기
-2016년 10월 메디톡스, 서울중앙지법에 대웅제약 상대 소송 제기
-2019년 1월 메디톡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 제소
-2020년 7월 ITC, 대웅 ‘나보타’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예비 판결
-2020년 12월 ITC, 대웅 ‘나보타’ 21개월 미국 수입 금지 최종 판결
-2021년 2월 메디톡스·엘러간, 에볼루스와 보톡스 분쟁 합의

의약품 수탁생산 ‘큰 장’…대웅제약도 가세
국내 CDMO 시장 급성장 바이오·제약사 잇단 시설 확충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임원진이 지난달 23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생산시설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미국 자회사인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 임원진이 지난달 23일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생산시설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로 바이오의약품 수탁개발생산(CDMO)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바이오벤처기업은 물론 대웅제약 등 제약사들이 잇따라 CDMO 사업에 나서고 있다. 백신 생산에 이어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앞다퉈 CDMO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백신·치료제 생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CDMO 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의 생산 요청을 골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노바백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을 담당하는 SK바이오사이언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의 국내 생산 컨소시엄에 합류한 바이넥스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사도 CDM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세포치료제 제조와 개발부터 인허가 지원, 유통, 판매 등의 사업이 가능해졌다. 오는 4월 삼양홀딩스에 합병되는 삼양바이오팜도 CDMO 사업 확대를 위해 대전에 항암주사제 공장을 증설 중이다.

여기에 기존 강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시설로 세계 최대 규모(25만6000L)인 4공장을 2023년 완공할 계획이다. SK㈜가 CMO 사업을 위해 미국에 세운 SK팜테코도 프랑스 CMO 기업인 이포스케시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기존 CDMO 기업도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에스티팜은 전령 리보핵산(mRNA) 치료제 CDMO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으로 항바이러스·항암 분야에서도 mRNA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리란 판단에서다. 차바이오텍도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은 뒤 미국 텍사스에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올해 말 완공이 목표다.


제넥신, 면역항암제 ‘GX-I7', 인도네시아에 1.2조 원 기술수출
동남아·중동 등 사용권 부여, 단계별 성과금 10억弗 받기로

제넥신은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GX-I7’을 인도네시아 KG바이오에 1조2000억 원에 기술이전했다고 지난 2월 18일 밝혔다. 지난 1월 2조 원이 넘는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GC녹십자랩셀에 이은 올해 2호 ‘조(兆) 단위 기술수출 기업’이 됐다.

이번 계약으로 KG바이오는 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 지역과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에서 GX-I7의 사용권을 갖게 됐다. KG바이오는 칼베파르마가 64%, 미국 투자사인 제너럴애틀랜틱이 15%, 제넥신이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넥신이 받는 선급금은 2700만 달러(약 299억 원)다. 여기에 임상 단계 및 상용화 정도에 따른 성과금(마일스톤)을 합하면 총 계약 규모는 11억 달러(약 1조2185억 원)로 불어난다. 계약한 지역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받는 조건도 포함됐다.

KG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GX-I7에 대해 항암제가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확인되는 대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00만 명분의 백신 생산시설도 구축 중이다.

GX-I7은 제넥신의 대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이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 증식을 돕는 신호전달물질 ‘인터루킨-7’이 체내에서 장시간 머물도록 한다. 제넥신은 이 신약 후보물질을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 다른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차백신연구소, 면역증강제 ‘엘-팜포’ 기술이전
신약 개발社 애스톤사이언스에 최대 2031억 원 규모 계약 체결

차백신연구소는 국내 신약 개발 기업인 애스톤사이언스와 면역증강제 ‘엘-팜포’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3월 2일 발표했다.

차백신연구소의 최대주주는 차바이오텍으로 지분 45.96%를 가졌다. 이번 계약으로 차백신연구소는 애스톤사이언스에서 선급금 25억 원과 마일스톤, 판매에 따른 로열티 등을 포함해 최대 2031억 원을 받게 된다. 애스톤사이언스는 암 치료 백신으로 개발 중인 A‘ ST-021p’와 A‘ ST-023’에 엘-팜포를 적용한다. 3월 중 AST-021p의 첫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AST-021p와 AST-023은 ‘HSP90’ 단백질에서 유래한 항원을 이용한 암 치료 백신이다. HSP90은 열이나 자외선 노출에도 세포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에서 유래한 항원을 면역증강제와 함께 투여하면 암세포에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차백신연구소의 설명이다. 엘-팜포는 항체 생성을 활성화하는 체액성 면역반응과 세포에 감염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세포성 면역반응을 동시에 유도하는 면역증강제다.

애스톤사이언스에서 진행한 전임상 결과 체액성 면역 기능이 대부분인 기존 면역증강제 대비 엘-팜포의 면역반응 유도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차백신연구소는 이를 활용해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만성B형간염 치료백신인 ‘CVI-HBV-002’의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 B형간염 예방백신, 대상포진, 노로바이러스, 코로나19 백신 등도 개발 중이다.

차백신연구소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투자기관으로부터 최근 2년간 총 3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기술성 평가 신청을 하고 코스닥시장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연내 상장한다는 목표다.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독자 개발한 면역증강제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며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뉴지랩, 의약품 제조기업 아리제약 품었다
항암제 생산시설 확보 목적 “코로나19 치료제도 직접 생산”

뉴지랩은 의약품 전문 제조기업인 아리제약을 인수했다고 지난 2월 25일 밝혔다. 한국 우수의약품 제조 기준(KGMP) 인증을 받은 아리제약 생산시설을 확보해 자체 개발 중인 대사항암제와 코로나19 치료제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다.

아리제약은 8 7개 의약 품 품 목허가권과 KGMP 생산시설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뉴지랩은 신약 연구개발부터 생산, 인허가, 마케팅, 운송에 이르기까지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친 사업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지랩은 임상 중인 항암제를 상용화할 때 아리제약의 생산시설을 이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차세대 대사항암제로 개발 중인 ‘KAT’의 미국 임상을 준비 중이다. 임상 2상 진입을 앞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인 ‘탈레트렉티닙’도 직접 생산키로 했다. 탈레트렉티닙은 뉴지랩이 지난해 7월 일본 다이이치산쿄에서 도입한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뉴지랩은 임상 2상 종료 후 조건부승인을 통해 탈레트렉티닙의 국내 판매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리제약 인수로 뉴지랩의 자회사 뉴젠테라퓨틱스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뉴젠나파모스타드’의 자체 생산도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성수 아리제약 대표는 “뉴지랩에 인수되면서 아리제약의 매출도 늘어날 뿐 아니라 안정적인 시장 지위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뉴지랩의 신약 생산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생산시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렉키로나’ 유럽 진출 눈앞
EMA, 긴급사용 가능성 검토 승인받으면 허가 전 도입 가능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
유럽의약품청(EMA)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에 대해 긴급사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셀트리온은 EMA가 렉키로나 조기 도입을 원하는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전문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검토 절차에 착수했다고 3월 3일 밝혔다.

이번 검토는 렉키로나를 빨리 확보하려는 유럽 각국의 방역당국이 EMA 품목 허가 전에도 도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 소속 전문가 그룹이 렉키로나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과학적 의견을 제시하는 절차다.

전문가 그룹은 코로나19 중등증 환자 및 입원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셀트리온의 임상 데이터를 평가한다. 렉키로나가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완화시키고 중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는지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EMA는 앞서 지난 2월 24일 렉키로나 허가 여부를 빨리 결정하기 위한 특별 절차인 동반심사(롤링 리뷰)에 들어갔다. EMA는 셀트리온이 제출한 품질 및 제조 공정 관리, 비임상 및 임상 시험 데이터를 평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EMA 승인을 받으면 곧바로 공급할 채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국내 환자를 위해 이미 10만 명분을 생산했고, 수요에 따라 연간 150만∼300만 명분을 추가 제조할 계획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T세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CDMO 계약 체결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계약, 비임상 개발 및 임상시료 생산
우시바이오로직스와 T세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CDMO 계약을 체결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우시바이오로직스와 T세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CDMO 계약을 체결한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T세포 이중항체 면역항암제인 ‘YBL-013’의 비임상 개발 및 임상시료 생산을 위해 글로벌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3월 3일 밝혔다.

YBL- 013은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T세포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인 ‘앨리스’를 기반으로 만든 혁신신약(first-in-class) 물질이다. 작년 12월 3D 메디슨과 중국 지역 전용 실시권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YBL-013의 중국 이외 지역 사업화에 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우시와의 계약은 YBL-013의 제조 및 품질관리(CMC)와 비임상 및 임상 시료 생산을 위한 것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와 3D 메디슨이 공동으로 개발비를 분담하는 3자 계약으로 진행됐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시험의 결과물을 비임상 시험 및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임상시험에 활용하게 된다. 3D 메디슨은 YBL-013의 중국 지역(대만·홍콩·마카오 포함) 사업화에 사용한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YBL-013과 같은 이중항체는 더욱 신중을 기해 우수한 CMC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이중항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양한 CMC 경험도 보유한 글로벌 톱 CDMO 업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