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상위 제약사와 달리 중견 제약사는 보다 다양한 전략으로 성장을 노린다. 보령제약은 지난해 매출 5414억 원, 영업이익 403억 원을 달성한 중견 제약사다. 다른 중견사와 마찬가지로 고유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직접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중심으로 고혈압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의 원조약(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국내 판권 및 제조권을 확보해 외형과 수익 성장을 추진 중이다.

특히 특허 만료에도 매출 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항암제 중심으로 상품을 도입하고, 최근 확장한 예산공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더 나아가 표적항암제 자체 개발은 물론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면역항암제 등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국내 1위의 항암제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업 대해부 - 보령제약] 고혈압 시장 넘어 항암제에 집중
카나브로 고혈압 시장을 호령하다

보령제약은 2011년 국산 신약 15호인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성분명 피마살탄) 개발에 성공했다. 고혈압 치료제 시장에서 단일제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암로디핀, 로수바스타틴, 이뇨제 등과의 복합제(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등)를 출시하면서 카나브 중심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575억 원, 2019년 717억 원, 2020년 886억 원, 그리고 올해는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작년에는 신제품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를 출시했다. 그에 따라 기존 제품 성장 및 신규 매출 유입으로 코로나19 환경에도 카나브 제품군(카나브 패밀리) 매출은 전년 대비 23.6%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제품화 전략으로 실익을 챙기다

보령제약의 신약 제품은 카나브 패밀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주 1회 투여하는 당뇨 치료제 트루니시티(일라이릴리, 지난해 매출 370억 원)를 대표로, 라니티딘 성분의 발암물질 검출 사태로 급성장했던 위궤양 치료제 스토가(UCB, 185억 원) 등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확보한 100억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다수 존재한다.

이것 말고도 메이액트(메이지, 항생제), 뮤코미스트(BMS, 호흡기용제), 맥스핌(BMS, 항생제) 등이 있다. 그 중 50% 이상이 국내 판권뿐 아니라 제조권까지 확보했다. 작년 5월에는 릴리의 항암제 젬자(지난해 매출 124억 원)의 판권 및 제조권을 얻었다. 보령제약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계약 상대방이 언제 판권을 거둘지 모르는 불안함을 해소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영업활동을 통해 3개년 평균 13.2%의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다.

또 개발 제품뿐 아니라 도입한 상품의 자체 생산, 유통, 판매를 일원화해 매출이 증가할수록 원가절감 효과가 더 커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상품의 제조원가율을 낮춰 이익 개선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령제약은 기존 안산공장의 3배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한 예산공장을 2018년 준공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고형제, 2020년 4분기부터는 항암제(주사제 포함)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는 젬자의 자체 생산을 준비해 인·허가 완료 후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공장은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 구축 및 물류설비 자동화, 운영 최적화를 내세워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 갖춘 예산공장. 기존 안산공장의 3배 이상 생산능력을 갖춰 더 큰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보령제약 제공
글로벌 수준의 생산시설 갖춘 예산공장. 기존 안산공장의 3배 이상 생산능력을 갖춰 더 큰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보령제약 제공
항암제 사업을 강화하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치료제뿐 아니라 항암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항암제 특성상 특허만료에도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이 많다 보니, 제네릭보다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암제 시장은 2조1000억 원 규모다. 보령제약은 외자사를 제외하고 국내 1위 자리를 수년 간 유지하고 있다. 보령제약 매출의 약 23%는 항암제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젬자, 제넥솔(삼양바이오팜, 난소암·유방암), 젤로다(로슈, 직장암·유방암), 메게이스(BMS, 암환자 식욕부진 개선) 등으로 과거 3개년 평균 12.7%씩 성장하고 있다.

관련 파이프라인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면역항암제 전문기업인 바이젠셀에 투자했고,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표적항암 신약 후보물질인 ‘BR2002’를 도입했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의 지분(29.5%)만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임상 2상 중인 림프종 치료제 ‘VT-EBT’에 대해 공동투자 및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젠셀은 암세포 사멸능이 강력한 T세포 전문 개발기업이다.

혈액암 관련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환자 맞춤형 T세포 치료제 플랫폼 ‘바이티어(ViTier)’를 비롯해 제대혈 유래 골수성억제세포(CBMS)를 이용해 범용 면역억제 세포치료제를 생산하는 플랫폼 ‘바이메디어(ViMedier)’, 그리고 동종 간 거부반응이 없는 T세포 치료제 플랫폼 ‘바이레인저(ViRanger)’ 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VT-EBT는 바이티어에 기반한 파이프라인으로 연구자 임상에서 90% 이상의 5년 생존율이 나왔다. 현재 임상 2상 연구 중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2상으로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이다.

BR2002는 암세포의 주요 성장 조절인자인 ‘PI3K’와 ‘DNA-PK’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표적 항암제다.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미국 임상은 90명의 비호지킨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2024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현재 PI3K 저해제는 길리어드의 자이델릭, 버라스템의 코픽카, 바이에르의 알리코 등이 있다. 그러나 DNA-PK까지 저해하는 치료제가 없어 개발 성공 시 혁신신약(first-in-class)의 가능성이 높다.

BR2002는 기존 PI3K 저해제보다 항암 효과 및 안전성이 높아 차별화가 가능하다. 현재는 혈액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향후 고형암까지 확대하고, 추후 기술수출까지도 목표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6월 AI 딥러닝 기반의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파미노젠과, 12월 양자역학 기반의 AI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전문기업 퀀텀인텔리전스와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또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와 나노입자 항암제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해 신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에도 집중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실적주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기업으로도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 대해부 - 보령제약] 고혈압 시장 넘어 항암제에 집중
[기업 대해부 - 보령제약] 고혈압 시장 넘어 항암제에 집중
<저자 소개>

[기업 대해부 - 보령제약] 고혈압 시장 넘어 항암제에 집중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위원

고려대에서 응용생명화학과 학부와 생화학 전공 석사를 마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 석사(MBA)를 졸업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안국약품, 아미코젠을 거쳐 2018년부터 신영증권에서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오 관련 정책부터 제약회사 연구소, 벤처기업 전략기획업무까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과 기업 간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