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美 국채금리와 인플레이션 상승… Fed, 테이퍼링 앞당겨 추진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글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조 바이든 정부가 본격적으로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의 흐름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올해 1월 20일, 취임 첫날부터 15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만큼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금융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국채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의 경우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코로나로 인한 금융완화 정책 후유증으로 ‘갤로핑 인플레이션ʼ 현상 나타나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바닥나 올해는 재정 역할이 보다 중시되면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큰 행동전략(act big)’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본격화될 큰 행동전략 추진 과정에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면 유통시장에서는 차익 매물 출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채권가격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는 적자 국채 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역비례 관계인 채권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도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요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Break Even Inflation=10년물 미국 국채금리-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는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작년 3월에 0.5%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4배 이상 오른 ‘갤로핑 인플레이션(galloping inflation)’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원인별로 ‘정책(policy inflation)’, ‘비용 상승(cost push inflation)’, ‘수요 견인(demand full inflation)’으로 나뉜다. 물가상승 속도에 따라서는 ‘마일드(mild inflation)’, ‘갤로핑(galloping inflation)’, ‘하이퍼(hyper inflation)’로 구분한다. 경기(성장률)와 관련해서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리플레이션(reflation)’,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설명된다.
작년 말까지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다가 갑작스럽게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은 정책 요인이 가장 크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각국 중앙은행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금융완화 정책으로 대응해왔다. 미국 중앙은행(Fed)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통화공급 원칙을 취하고 있다.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P=M+V-T, P는 물가 상승률,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 T는 성장률)에 따르면 통화공급은 그대로 물가 상승률로 직결된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직후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최근처럼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해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불거진다.
공급 면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유가만 하더라도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으로 작년 4월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슈퍼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 차이가 난다. 수익률 곡선 정상화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까지 이어져
국채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함에 따라 수익률 곡선이 빠르게 정상을 되찾고 있다. ‘유동성 선호이론’, ‘기대가설’, ‘시장분할이론’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 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 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의 ‘구루’가 각종 투자판단 때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 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을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 금리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동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최근처럼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면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간다면 더 우려되는 것이 정책 요인과 공급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인가는 실제 성장률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오쿤의 법칙(Okun’s rule)’이 활용된다. 뺀 결과치가 플러스(+)일 때는 ‘인플레 갭’, 마이너스(-)일 때는 ‘디플레 갭’이라 부른다.
코로나 사태 이후 ‘V’ 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8∼9%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인 6%를 기준으로 한다면 2∼3%의 인플레 갭이 발생한다. 지난 2월 이후 각종 물가지표가 고개를 들자 중국 인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가장 피해가 많았던 미국 경제도 각종 예측기관이 내다보는 올해 성장률은 4∼5%대에 몰려 있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인 2%를 기준으로 한다면 2∼3%의 인플레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정도 차가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정책과 공급, 수요 요인이 겹친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어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속도 면에서도 갤로핑 인플레이션이고 경기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리플레이션 성격이 짙지만 어느 순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으로는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테이퍼링을 추진하다간 경기와 고용시장이 더 침체되는 ‘에클스 실수’를, 경기와 고용시장을 살리려고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다간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조장해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키는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공존하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선봉장인 Fed가 어떤 행로를 걸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더해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가 충돌할 때에는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고용 목표를 두 배나 웃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률과 실업률 간 정형적인 역관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가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더 거친 고용 창출 없는 경기회복(more harsh jobless recovery)’ 구조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자산 거품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Fed가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통화정책의 불가역성’으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주장했던 ‘경제 정상화 역설’의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더 올라갈 확률이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제금리 상승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세 조정이 필요한 대목으로, Fed는 작년 9월에 채택했던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와 금융위기 이후 3단계 양적완화 조치였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Operation Twist)’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물가목표제에서는 코로나 이후 물가가 목표선을 밑돈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용인해 당장 테이퍼링으로 돌아서지 않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재정정책상의 ‘페이고(pay-go)’와 마찬가지로 단기 국채를 매각한 재원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최근 들어 국채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동반 상승함에 따라 증시에서 우려하는 테이퍼링은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식 투자자는 이 점을 중시해 한편으로는 빚을 줄여 현금흐름을 좋게 가져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주력해왔던 개별 종목투자에서 금융상품, 연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때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올해 1월 20일, 취임 첫날부터 15건의 행정명령을 발동할 만큼 도널드 트럼프 지우기에 주력하고 있는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금융시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움직임은 국채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10년물 미국 국채금리의 경우 코로나 사태 직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코로나로 인한 금융완화 정책 후유증으로 ‘갤로핑 인플레이션ʼ 현상 나타나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여력이 바닥나 올해는 재정 역할이 보다 중시되면서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실질적인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큰 행동전략(act big)’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본격화될 큰 행동전략 추진 과정에서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난다면 유통시장에서는 차익 매물 출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각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채권가격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는 적자 국채 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역비례 관계인 채권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완화 정책의 후유증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도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요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Break Even Inflation=10년물 미국 국채금리-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는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작년 3월에 0.5%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4배 이상 오른 ‘갤로핑 인플레이션(galloping inflation)’ 수준이다.
이론적으로 인플레이션은 원인별로 ‘정책(policy inflation)’, ‘비용 상승(cost push inflation)’, ‘수요 견인(demand full inflation)’으로 나뉜다. 물가상승 속도에 따라서는 ‘마일드(mild inflation)’, ‘갤로핑(galloping inflation)’, ‘하이퍼(hyper inflation)’로 구분한다. 경기(성장률)와 관련해서는 ‘디플레이션(deflation)’, ‘리플레이션(reflation)’,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설명된다.
작년 말까지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다가 갑작스럽게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은 정책 요인이 가장 크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각국 중앙은행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금융완화 정책으로 대응해왔다. 미국 중앙은행(Fed)만 하더라도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통화공급 원칙을 취하고 있다.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P=M+V-T, P는 물가 상승률,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 T는 성장률)에 따르면 통화공급은 그대로 물가 상승률로 직결된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직후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최근처럼 경제 활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해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불거진다.
공급 면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유가만 하더라도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으로 작년 4월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6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슈퍼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 차이가 난다. 수익률 곡선 정상화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까지 이어져
국채금리가 장기물 위주로 상승함에 따라 수익률 곡선이 빠르게 정상을 되찾고 있다. ‘유동성 선호이론’, ‘기대가설’, ‘시장분할이론’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나타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반대로 수익률이 역전(단고장저)돼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Fed의 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가장 성공적인 경기예측 모형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단기 금리 차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뉴욕 연방은행도 장단기 금리차는 실물경기의 선행성을 판단하는 유용한 지표로 4∼6분기를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1960년 이후 15차례에 걸쳐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의 ‘구루’가 각종 투자판단 때 뉴욕 연방은행이 매월 확률 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차의 경기 예측력을 많이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확률 모델이란 장단기 금리차의 누적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동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차가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최근처럼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면서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간다면 더 우려되는 것이 정책 요인과 공급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수요 요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인가는 실제 성장률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오쿤의 법칙(Okun’s rule)’이 활용된다. 뺀 결과치가 플러스(+)일 때는 ‘인플레 갭’, 마이너스(-)일 때는 ‘디플레 갭’이라 부른다.
코로나 사태 이후 ‘V’ 자형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는 올해 성장률이 8∼9%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추정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인 6%를 기준으로 한다면 2∼3%의 인플레 갭이 발생한다. 지난 2월 이후 각종 물가지표가 고개를 들자 중국 인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숙한 대응으로 가장 피해가 많았던 미국 경제도 각종 예측기관이 내다보는 올해 성장률은 4∼5%대에 몰려 있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인 2%를 기준으로 한다면 2∼3%의 인플레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정도 차가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코로나 사태를 맞은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갑자기 고개를 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정책과 공급, 수요 요인이 겹친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어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속도 면에서도 갤로핑 인플레이션이고 경기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리플레이션 성격이 짙지만 어느 순간에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으로는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테이퍼링을 추진하다간 경기와 고용시장이 더 침체되는 ‘에클스 실수’를, 경기와 고용시장을 살리려고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다간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을 조장해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키는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공존하는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선봉장인 Fed가 어떤 행로를 걸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더해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가 충돌할 때에는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왔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고용 목표를 두 배나 웃돌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성장률과 실업률 간 정형적인 역관계가 코로나 사태 이후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가는 영구 실업자가 급증해 성장률이 높아지더라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더 거친 고용 창출 없는 경기회복(more harsh jobless recovery)’ 구조로 악화되고 있는 점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고용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여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자산 거품이 우려된다 하더라도 Fed가 금융완화 기조를 변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통화정책의 불가역성’으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주장했던 ‘경제 정상화 역설’의 근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금융완화 기조가 지속될 경우 더 올라갈 확률이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제금리 상승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세 조정이 필요한 대목으로, Fed는 작년 9월에 채택했던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 Inflation Targeting)’와 금융위기 이후 3단계 양적완화 조치였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Operation Twist)’로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물가목표제에서는 코로나 이후 물가가 목표선을 밑돈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용인해 당장 테이퍼링으로 돌아서지 않는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재정정책상의 ‘페이고(pay-go)’와 마찬가지로 단기 국채를 매각한 재원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면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장기 국채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
최근 들어 국채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동반 상승함에 따라 증시에서 우려하는 테이퍼링은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식 투자자는 이 점을 중시해 한편으로는 빚을 줄여 현금흐름을 좋게 가져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주력해왔던 개별 종목투자에서 금융상품, 연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때다. <저자 소개>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