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변기를 위대하게"…트럼프 물러나자 中서 뜨는 제품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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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73]
불상부터 변기솔까지 중국의 트럼프 조롱
트럼프 시대 저물자 '트럼프 변기솔·휴지' 이색상품 인기
전례없는 미중 갈등에 반미정서 확산…당분간 유지될 듯
불상부터 변기솔까지 중국의 트럼프 조롱
트럼프 시대 저물자 '트럼프 변기솔·휴지' 이색상품 인기
전례없는 미중 갈등에 반미정서 확산…당분간 유지될 듯
"트럼프 변기솔, 보기에도 좋고 사용하기에도 좋다. 쓰다가 낡으면 재구매하겠다."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한 이용자는 이 같은 상품 후기를 올렸습니다. 그가 구매한 상품은 '당신의 변기를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얼굴을 본 따 만든 변기솔입니다. 판매자에 따르면 월간 판매량은 164건. 상품 후기만 수천건에 달합니다. 다른 이용자도 "친구 선물로 구입했는데 만족스럽다"고 했습니다.
트럼프 시대 저물자 '트럼프 변기솔·휴지' 등 인기
퇴임 직전까지 '중국 때리기'에 나서 현지인들의 공분을 샀던 트럼프. 최근 중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상품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3일 중국 타오바오 등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얼굴로 만든 변기솔과 휴지 등 욕실 용품들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트럼프 변기솔의 경우 14~26위안(약 2400원~4500원), 트럼프 휴지는 12~34위안(약 2300원~6000원)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구매 후기를 보면 신기해하면서 ' 재미삼아' 구매한 이들이 많습니다.
한 구매자는 "포장지를 뜯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웃음보가 터졌다"며 "매일 변기솔로 청소하는데, 속이 다 뻥 뚫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도 "원래는 장식용으로 산건데 오늘 청소할 때 쓰니 기능적으로도 제법 만족스럽다"며 "트럼프가 화장실 청소를 돕다니 참 수고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후기를 게시했습니다. 트럼프 관련 청소용품뿐 아니라 최근에는 '당신의 회사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든 트럼프 불상이 상품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타오바오 쇼핑몰에는 근엄한 표정의 트럼프 불상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상품 판매 페이지 속 트럼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참선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푸젠성 샤먼의 한 가구 제조 업체가 만든 이 불상은 소형과 대형 두 가지 사이즈가 있으며, 대형 가격은 3999위안(약 70만원), 소형은 999위안(약 17만원)입니다. 이 상품은 다음달부터 순차 출고되며 현재까지 약 60여명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불상 판매자는 중국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본떠 불상을 만들었다"며 "100개의 불상을 만들었는데, 이미 수십개의 불상이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베이징 외곽에 작은 건설회사를 차린 한 구매자는 최근 소형 트럼프 불상을 구매하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다고 환구시보에 밝혔습니다. 그는 2층 화장실 복도 한 켠에 트럼프 불상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그는 "트럼프의 조각상이 정말 내 회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고 기대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매자는 "SNS에서 트럼프 불상을 보고 샀다"며 "트럼프는 한 시대를 대표한 극단적인 이기주의자였다. 그의 시대는 지났지만 이 불상이 나에게 '너무 트럼프처럼 굴지 말라'고 깨우쳐 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례없는 미중 갈등에 中 반미정서 확산…당분간 유지될 듯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중국에서는 트럼프 얼굴을 희화화한 상품이 잇따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미중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이 충돌하면서 전례 없는 충돌을 빚었습니다.정치적으로 홍콩과 대만 문제 등 핵심 의제를 둘러싼 갈등은 무역 갈등으로 이어졌으며, 갈등은 축소되기보다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미중 관계는 화웨이 수출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홍콩보안법 이슈, 틱톡·웨이신(위챗)의 미국 내 퇴출 문제,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문제, 영사관 폐쇄 등 정치·경제·안보 등 전방위적으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연일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일부 보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반미(反美)정서가 확산되기도 했는데요. 양국 간 골이 깊게 패인 상황에서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변기솔·불상 등 그를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상품이 주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당분간 양국 관계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았던 무역 및 인권 등 문제를 모두 꺼내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시 주석 또한 미중 간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는 바탕에서만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보였습니다. 이에 따라 얼어붙은 양국 국민 정서 역시 빠른 시일 내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