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BTS"…음반산업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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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열풍에 수출 '역대 최대'
BTS, 세계 음반판매 1·2·8위 '싹쓸이'
유럽서도 수입 급증…亞 편중 해소
아이돌 앨범, 소장품이 되다
음악감상 수단서 '팬덤의 상징'으로
사인회 티켓 동봉 땐 구매 경쟁 격화
BTS, 세계 음반판매 1·2·8위 '싹쓸이'
유럽서도 수입 급증…亞 편중 해소
아이돌 앨범, 소장품이 되다
음악감상 수단서 '팬덤의 상징'으로
사인회 티켓 동봉 땐 구매 경쟁 격화
2000년 음악 공유 서비스 ‘소리바다’의 등장은 한국 음반 시장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누구나 공짜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음반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음반사들이 불법 공유 서비스들과 소송전에 골몰하는 사이, 기술은 더욱 눈부시게 발전했다. USB가 대중화되면서 CD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소비자들은 어느새 다운로드 없이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해졌다. 2001년 그룹 god가 한 달 만에 음반 144만 장을 팔았던 기록은 전설 속 얘기가 됐다.2017년 이변이 일어났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방탄소년단(BTS)이 내놓은 ‘러브 유어셀프 승 허’ 앨범이 180만 장이나 팔리며 16년 만에 기록을 깼다. 이후 BTS는 내놓는 앨범마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른 그룹들이 내놓은 앨범도 줄줄이 밀리언셀러 대열에 가세했다. 세계적인 ‘K팝 돌풍’ 덕분이었다.
지난해에는 K팝이 세계 앨범판매 차트를 석권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12일 지난해 BTS가 발매한 앨범 석 장이 ‘2020 글로벌 앨범 판매 차트’ 1, 2위와 8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의 음반은 5위에 올랐다.
K팝 팬들의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CD플레이어 등 CD를 재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이들이 실물 음반을 사들이는 건 음반을 음악감상 수단이 아니라 소장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이런 경향에 맞춰 최대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음반 패키지를 구성한다. 예컨대 BTS의 앨범에는 멤버 7명의 화려한 사진첩을 비롯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돼 있다.
성상경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는 “최근 나오는 K팝 앨범에는 구매자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랑하기 좋은 각종 사진과 엽서 등이 많이 들어 있다”며 “덕분에 소비자는 팬덤으로서의 동질감과 소속감 등 심리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해외 음반 판매 급증에 한몫했다. 공연과 팬 미팅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팬덤의 소비 욕구가 음반에 집중됐다. 여기에 팬 사인회의 ‘비대면 전환’이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에는 해외 팬들이 팬 사인회에 참여하려면 항공요금과 체류비 등을 부담해야 했지만, 이제는 직접 한국에 오지 않고도 좋아하는 스타와 영상통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음반에 동봉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한 해외 팬들의 경쟁이 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문화에 배타적인 유럽에서도 K팝 음반 소비가 거침없이 늘고 있다. ‘문화 선진국’ 프랑스(130만달러)는 7위, 록의 본고장 영국(95만달러)은 9위를 기록했다. 빅히트 관계자는 “음반 판매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지는데 특히 서구권 팬덤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음반 소비자층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국내 인구만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음반산업이 한 차원 도약한 것”이라며 “팬덤의 충성도가 이전 음반 소비자들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버스 등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성장으로 팬덤의 양적·질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음반 수출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지난해 음반류 수출 ‘역대 최대’
한국 음반산업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CD와 DVD 등 음반류 수출액은 1억3620만달러로 전년(7459만달러)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6년(2992만달러)과 비교하면 네 배가 넘는 금액이다. 내수시장 성장이 뒷받침하면서 지난해 가요계 앨범 총 판매량은 4000만 장을 넘어섰다. 21세기 들어 연간 최대 기록이다.K팝 팬들의 대부분은 젊은 층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CD플레이어 등 CD를 재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이들이 실물 음반을 사들이는 건 음반을 음악감상 수단이 아니라 소장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사들도 이런 경향에 맞춰 최대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음반 패키지를 구성한다. 예컨대 BTS의 앨범에는 멤버 7명의 화려한 사진첩을 비롯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돼 있다.
성상경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교수는 “최근 나오는 K팝 앨범에는 구매자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랑하기 좋은 각종 사진과 엽서 등이 많이 들어 있다”며 “덕분에 소비자는 팬덤으로서의 동질감과 소속감 등 심리적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해외 음반 판매 급증에 한몫했다. 공연과 팬 미팅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팬덤의 소비 욕구가 음반에 집중됐다. 여기에 팬 사인회의 ‘비대면 전환’이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에는 해외 팬들이 팬 사인회에 참여하려면 항공요금과 체류비 등을 부담해야 했지만, 이제는 직접 한국에 오지 않고도 좋아하는 스타와 영상통화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라 음반에 동봉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한 해외 팬들의 경쟁이 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서구권도 열광…“세계시장 견인”
음반 수출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수출국이 다변화되고 있어 특히 고무적이다. 한국 음반을 수입하는 나라는 2017년 78곳에서 지난해 114곳으로 늘었다. 기존 K팝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아시아 편중’ 현상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 지난해 음반 수출액을 국가별로 보면 일본(6418만달러) 미국(2028만달러) 중국(1690만달러) 대만(810만달러) 순이었다. 일본이 부동의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년 3위였던 미국이 중국을 넘어 2위를 차지했다.아시아 문화에 배타적인 유럽에서도 K팝 음반 소비가 거침없이 늘고 있다. ‘문화 선진국’ 프랑스(130만달러)는 7위, 록의 본고장 영국(95만달러)은 9위를 기록했다. 빅히트 관계자는 “음반 판매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지는데 특히 서구권 팬덤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음반 소비자층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국내 인구만을 대상으로 했던 기존 음반산업이 한 차원 도약한 것”이라며 “팬덤의 충성도가 이전 음반 소비자들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버스 등 팬 커뮤니티 플랫폼의 성장으로 팬덤의 양적·질적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음반 수출은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